통화는 이렇게 진행되었다.
아니, 그보다 먼저, 실제 사람과 대화하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했다. 전화기의 번호 이거 눌러라 저거 눌러라 하는 기계와의 대화 전주곡이 필요했기 때문에...

“제니퍼입니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드디어 실제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 “내 어카운트에 관해서 알고 싶은 게 있는데요.”“전화번호와 이름, 집 주소 그리고 소셜 번호 마지막 4자리 불러주세요.”하도 듣는 말이라 익숙하다 못해 친분감 마저 느끼게 한다.

“어카운트의 무엇을 알고 싶으세요?”“우리가 수입이 별로 없는 노인네들인데 지금 필요 없는 것들 다 제하고 아주 기본적인 무슨 프로그램 없나 해서요.”“잠깐만요...,” 기다리란다. 얼마 후 이윽고, “지금 가지고 계신 109달러88센트 플랜은 아주 기본인데요.” 그렇다면, 플랜 B 를 쓰는 수밖에 없었다. “전화와 TV 를 끊고 인터넷만 한다면 어떻게 됩니까?”“잠깐만요...,” 다시 기다리니, “67달러99센트, 그리고 모뎀 대여 값 7달러해서 매월 74달러99센트가 되겠네요.”“그런데요...,” 상대방이 다시 말한다. “지금 프로그램에서 낮은 거로 내려오면 계약 파기 벌금을 내야 됩니다.”“벌금? 계약? 나 계약 같은 거 한적 없는데요.” 처음 듣는 소리라 항의했다.

“작년 8월 플랜을 바꿀 때 1년 계약을 했습니다.”“그래요? 난 절대로 그런 기억이 없는데요...”“통화로 계약을 했습니다.” 필요 없는 영화 쇼 같은 거 등등해서 좀 싼 거로 바꾸었다는데 그때 1년 계약을 했다는 거다. 그러니까 7월 말 까지는 지금 플랜에 코가 꾀었다는 거다. “됐습니다. 그렇다면 7월 달 까지 돈 내고 굿바이 하면 되겠네요.” 포기해야 되겠구나 생각 하면서 말했다.

“아니 다시 보니까 1년이 아니고 2년 계약으로 되어있네요.” 이 아줌마 누굴 바보로 아는 모양이었다. 아니면 이런 식으로 억지를 하라고 회사에서 훈련을 받은 건지도 모른다.

“이거 보세요,” 처음으로 언성을 높였다. “이렇게 무작정 고객을 멍청이 밥으로 본다면 나 정말로 화나는 수 가 있습니다.” “아니, 잠간 기다리세요. 좀 더 세세히 검사해 보겠습니다.” 또 기다리란다, 말의 억양도 달라진다. 세상은 가끔 화를 내면서 사는 것도 어쩌면 삶의 지혜인지도 모른다. 자동차를 살 때 세일즈 맨 이 어떤 확답을 주기 전 사무실 안으로 들락날락 하는 거를 연상 시킨다. 기다렸다. 기다리라니까...

이윽고,“아! 여기 다시 잘 검토해 보니까 계약을 안 하셨네요. 우리가 몇 번 계약서를 구두로 묻고 서류로 보내기도 했는데 귀하께서 동의하시지 않아 계약 성립이 없는 걸로 되어 있습니다. 그럼 다시 기본...”요즘 잘 나가는 미국의 커다란 회사들이 하는 짓거리들이다. 어떻게든지 고객들 붙잡고 1센트래도 더 쥐어 짜내는 게 이들의 상술이다.

“하이 썬, 너 어린 나이에 담배가 얼마나 몸에 나쁘다는 거 모르니?” 옛날 그 옛날 몬트레이 동네 단골집 주유소 아저씨가 담배를 끊으라고 하면서 차의 재떨이를 털어 줄때 항상 하던 말이다. 그때는 주유소에 한번 가면 자동차가 호강을 하던 때였다. 커다란 차의 빈 배를 꽉 채워도 10달러 미만이었고 유리창도 다 닦아준다, 타이어 바람 점검 해주고 앞에 뚜껑 열어 오일까지 챙겨준다,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Green Stamp 도 주고 코카콜라 등 상표가 붙은 유리컵도 준다. 문제는 자동차가 호강을 했다고 해서가 아니다. 그 당시 미국은 정말로 미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