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생존을 위한 일이지만 물고기들 중에도 저마다 독특한 습성이
있다. 참치(다랑어, Tuna)는 일생 동안 쉬지 않고 전속력으로 헤엄
치며 무리 지어 살아가는데 멈추면 죽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참치
에게는 아가미 호흡 방법이 없어 입을 벌리고 빠른 속도로 헤엄쳐
나갈 때 생기는 산소로 호흡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연어(鰱魚, Salmon)에게는 모천 회귀(母川 回歸)의
본능이 있어 태평양 먼 바다로 나가 4-5 년을 살다가 알 낳을 때가
되면, 여러 달 동안이나 먹지도 않으며 수 천 km나 헤엄쳐서 본래
태어난 강 상류로 거슬러 오는데 이 때 이미 몸에는 붉은 혼인색을
띄고 있다.
때론 급류와 폭포를 거슬러 오르며 곰이나 새들에게 잡혀 먹이기도
하고, 곳곳에 도사린 위험과 수 많은 난관들을 헤치고 원래의 살던
곳으로 돌아오는 회귀율은 겨우 10%에 불과하다고 한다. 천신만고
끝에 힘겹게 산란지에 도착한 암컷은 수심이 얕고 물결이 잔잔하게
일렁이는 자갈밭에 구덩이를 판다. 그리고는 암컷이 꼬리를 앞뒤로
흔들어 움푹 파인 접시 모양의 자리를 파는 동안, 수컷은 그 주변을
돌며 암컷을 보호한다. 암컷이 구덩이 속에 알을 낳으면, 수컷이 그
위에 정자를 뿌려 수정시키고 그러고 나면 암컷은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 다른 구덩이를 만들고 더 많은 알을 낳는다.
수컷과 암컷은 이러한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며 산란 후에는 구덩이
주위의 자갈을 물어 알을 잘 덮어 주는데 산란을 끝낸 암수는 탈진
하여 마침내 모두 죽고 만다.
그 뿐인가, 부화되어 나오는 치어들에게 자신은 기꺼이 먹이가 되어
주는 이런 연어의 결사적인 희생 정신과 장렬? 하기까지 한 최후는
종족 번식이라는 차원을 넘어 차라리 순교에 가까우며 그 어떤 모성
본능보다도 강하고 감동적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연어가 그 먼 길을 잊지 않고 어떻게 저 태어난 강으로 다시
정확하게 돌아오는 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다. 단지
어릴 적 모천에 대한 냄새와 자기장(磁氣場)의 기억이 선천 본능적
으로 그렇게 돌아오게 만든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시원하게 풀리지
않고 있는 신비한 현상으로 남아 있다.
이렇듯 상상을 초월하는 수 천리의 길고 먼 험난한 대장정을 끝내고
다시 원래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는 어종에는 연어 외에도 바다 거북,
아메리카 뱀장어, 황어, 은어 등 많이 있다.
무릇 돌아온다고 하는 것은 애초에 떠난 곳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떠나왔다고 하는 것은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이다. 유행가 가사처럼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정처 없이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돌아갈 곳 즉, 본향인 목적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날 저물어 어두울 때 어디인가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과
없다는 것은 커다란 차이이며 매우 중요한 일이다.
내 삶의 끝 날을 언제인지 분명히 모르나 하루 지나고 나면 하루 더
가까운 그 남은 날 중에서도 본향에 대한 기쁜 소망 중에 사는 것은
사는 동안의 축복이며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이 하루의 일을 계획하고 사는 것도 있고, 한 달 또는 일 년을
도모하며 살 일도 있지만 반면에 일생을 두고 계획하고 사는 일도
있다. 죽을 줄 알면서도 자신의 있는 것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아낌
없이 다 바치고 남기며 보여준, 죽음보다 값진 그 죽음은 수 많은
새로운 생명들을 탄생시켜 대양으로 대양으로 나가게 하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저 망망 대해를 향해 필사적으로 헤엄쳐 나가고
있는 작은 연어 한 마리에 내재되어 있는 회귀 본능과 그토록이나
엄청난 사랑과 희생 정신에 대하여 힘찬 응원을 보내 마지 않는다.
사람의 일생을 어찌 그 작은 연어에 비하랴마는,
우리는 저마다 우리의 돌아갈 곳이 어디인지 알고 있는가...
연어는 반드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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