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의 꿈이 무언지 아시나요? 여름 방학은 자녀들의 적성을 발견하고 진로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긴 방학을 맞아 각종 여름 프로그램에 참여해 한국으로, 또는 선교지로 떠나는 한인 청소년들에게 주는 허재범 원장(사진)의 조언이다.
매년 여름 멕시코 단기 자원봉사, 한국 체험, 한국 학생들의 미국 연수 등 각종 청소년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WLI(Washington Language Institute)의 허 원장은 그러나 “목적이 분명하지 않으면 시간과 돈만 낭비할 수 있다”며 학부모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학생과 부모가 세심한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달려들었다간 아쉬움만 남는다는 얘기. 허 원장은 “고생스럽더라도 아이들이 보람을 찾고 태도가 달라진다면 그것은 돈으로 환산될 수 없는 열매”라며 별 생각이 없는 자녀들에게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고 자극을 줄 책임은 부모에게 있음을 강조했다.
No Pain, No Gain-여름 프로그램에서 얻는 효과들
약 열흘 정도의 기간으로 남미 등 선교지에 다녀오는 봉사 프로그램은 일부러 고생을 체험하며 리더십을 기르는 기회다. 오지에서 모기에 물리며 원주민 아이들과 어울리다보면 ‘불평’은 저절로 사라진다. 몸은 곤해도 지구촌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뭔가를 했다는 자부심을 얻고 돌아올 수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한국 통영에서 갖는 모국 체험 프로그램은 선교지 같지는 않지만 푹신한 침대에 익숙한 미주 한인 아이들이 바닥에 이부자리를 깔고 자려면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또래의 한국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자신은 한국어를 배우며 끈끈한 우정이 피어난다. 또 미국서 자란 청소년들은 어느 정도 자립심이 있는 편이지만 외지에서 생활하며 더욱 성숙한 사회인으로 자라간다.
허 원장은 “한국에서 돌아올 때 아이들은 서로 헤어지기 싫어 울음바다가 됐다”며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키우는데는 모국 체험 만큼 좋은 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준비는 이렇게
사실 청소년 여름 프로그램은 2-3월부터 준비해야 알찬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그러나 늦더라도 시도하는 게 무료한 여름을 보내는 것 보다 훨씬 낫다. 보통 9학년부터 시작해야 한다.
첫 단계는 공신력 있는 기관을 찾는 일. 프로그램 내용은 물론 안전을 걱정한다면 더욱 그렇다. 과거의 레코드를 검증할 수 있는 기관이면 좋은데 그렇지 못한 기관이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부모의 관심과 모니터링이 요구된다. 프로그램은 단기 선교, 모국체험, 미국내 리더십 프로그램, 인턴십, 미국 기관이 운영하는 해비타트 등 다양하기 때문에 어느 것이 자녀에게 필요한지 선택해야 한다.
허 원장은 “자녀가 아직 어리다면 졸업할 때까지 꾸준히 참여가 가능한 프로그램을 고려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대학 입학 시 작성해야 하는 에세이의 좋은 토픽이 될 수 있는 봉사, 리더로서의 경험을 쌓는다면 보다 효과적이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대학은 요즘 학생이 사회에 기여하는 리더의 인성을 갖추고 있는가를 중요시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면에서 남들과 비교해 눈에 띄는 독특한 봉사, 혹은 리더십 훈련을 찾으면 도움이 된다.
단기선교의 경우 출발 전에 그 나라에 대해 미리 조사하고 공부하도록 하고 모국체험 및 봉사 프로그램에서는 영어교육 교재 등을 미리 만들도록 챙겨준다. 교사로서의 역할이 쉽지 않지만 놓칠 수 없는 체험이다.
허 원장은 “꼭 대학 입학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의 바른 인성 교육을 위해 여름 해외 봉사나 모국 체험 프로그램을 적극 권장한다”고 말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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