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서 끊이지 않는 한국기업 가격담합 소송
▶ 지금가지 형사소송 벌금만 총 12억7,000만 달러
일본 이어 2위...회사 임직원 15명 기소, 일부는 실형
전자부품.항공사 이어 4개 라면회사도 집단소송 위기
한국 기업들의 가격담합 행위가 미국에서 끊이지 않고 민·형사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반독점법을 위반하는 가격담합 행위는 기업이 경쟁사와 짜고 공정한 시장 자유경쟁을 막아 소비자들에게 부당하게 피해를 가하는 ‘괘씸죄’가 적용된다.
거액의 벌금, 배상금, 합의금은 물론 관련 한국인 회사간부들이 실형으로 대가를 치르는 결과를 낳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행위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처벌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킨다는 지적마저 일고 있다. 실제로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해 11월 내놓은 ‘미국 법무부의 카르텔 법집행 현황분석’ 자료에 따르면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밀약’(담합)으로 부과 받은 벌금이 총 12억7,000만 달러에 달했다.
국가별 벌금 부과액으로 볼 때 일본(13억6,570만 달러)에 이어 2위로 집계됐다.
또 관련 회사임직원 15명은 기소돼 벌금형이나 실형을 받았고 일부는 교도소에 갇혔다. 그러나 이는 미국 법무부의 형사 처벌 현황만을 조사한 것으로 실제 피해자인 소비자들이 연방법원에 제기한 민사소송에 따른 배상 및 합의금 처벌은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한 예로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미주노선 항공권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미국 연방법원에서 소비자들의 집단소송을 당한 대한항공은 지난 달 3일 소송을 종료하는 조건으로 6,500만 달러를 지불키로 합의했다.
2000년 1월1일부터 2007년 8월1일 사이 티켓을 구입한 고객들에게 3,900만 달러 상당의 현금과 2,600만 달러 상당의 상품권(Voucher)을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2011년 7월 이미 2,100만 달러 상당의 현금과 상품권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이 소송에서 빠져나갔다.
이들 2개 항공사가 겪은 소비자 집단소송은 법무부가 항공사들의 가격담합을 조사하고 취한 형사 조치와 병행하면서도 별도로 이뤄졌다. 대한항공은 2007년 8월 법무부가 연방법원에서 형사고소 한 탑승권 및 항공운임 가격담합 혐의에 유죄를 시인하고 3억 달러의 형사벌금을 두들겨 맞았다.
아시아나항공도 그 후 연방검찰과의 ‘플리바겐’(Plea Bargain)을 통해 5,000만 달러의 형사벌금을 물기로 합의하며 유죄를 인정했다.특히 아시아나의 경우는 당시 사건으로 전 미주본부장 2명이 한국과 미국간의 항공료를 담합한 혐의로 연방 대배심에 기소되기까지 했다. 결국 더 많은 이득을 취하려고 여행객들에게 부당하게 추가 경제적 부담을 안겨준 행위에 대한 대가를 민·형사 차원에서 모두 치른 것이다.
한국 LG전자와 일본 히타치제작소가 2001년 설립한 합작법인 광학디스크드라이브(ODD) 생산, 공급업체 히타치-LG 데이터 스토리지(HLDS)도 유사한 사례다.
HLDS는 지난 4월 소비자들이 연방법원에 제기한 집단소송을 2,600만 달러에 합의했다.이는 법무부로부터 같은 혐의에 대한 형사 처벌을 받은 것과는 별개로 이뤄졌다.
ODD 가격담합 수사를 벌이던 법무부는 2011년 9월 HLDS를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소 했다. HLDS가 2004년부터 2009년까지 PC 생산업체인 델, 휴렛패커드(HP), 마이크로소프트 등에 CD-ROM, DVD-ROM 등 부품을 공급하기 위해 경쟁 업체들과 입찰 및 가격담합을 한 혐의를 적용했다.또 한국인 간부 4명을 범죄 공모자들로 형사고소 했다. 이에 회사는 유죄를 시인하고 2,110만 달러 벌금을 지불키로 합의했으며 고소된 간부 4명도 전원 유죄를 시인하고 각각 1년 이하의 실형과 벌금형으로 처벌 받았다.
이 같은 민·형사 병행 소송 사례는 LG 디스플레이, 삼성전자, 삼성 SDI, 하이닉스 등 줄줄이 이어지고 있으며 가장 최근인 지난달에는 노트북용 2차전지에 대한 가격담합 혐의로 법무부에 의해 형사고소 된 LG 화학이 유죄를 시인하고 105만6,000 달러 벌금에 합의했다.물론 LG 화학의 2차전지 가격담합에 대한 소비자들의 집단소송도 이미 연방법원에 제기된 상태이다.
한편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엔젤리스 소재 ‘더 플라자 컴퍼니’(The Plaza Company)가 지난 달 22일 연방 캘리포니아지방법원에 “자사와 유사한 상황에 처해있는 다른 모든 이들로 구성된 집단을 대표해”(on Behalf of Itself and a Class of All Others Similarly Situated)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한국 야쿠르트 등 한국 4개 라면업체들을 상대로 가격담합 피해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법무부의 관련업계 대상 반독점법 위반 수사 여부가 주목된다.
<신용일 기획취재 전문기자> yishin@koreatimes.com
■ 기자의 눈/ 엉뚱한 피해 주장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달 26일 “미국에서 집단소송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담합이 존재하고 그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해야 한다”며 “이 사건의 경우 수출품목인 라면이 담합의 대상에 포함됐는지 여부와 그로 인해 미국 시장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에 대해 추가적인 입증돼야 한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같은 날자 한국경제가 보도한 <라면업계 “공정위 무리한 담합결정이 수천억 원대 미(美) 소송 빌미”>라는 제목의 기사에 대해 <‘담합 제재가 외국서 우리기업 소송 빌미’ 타당치 않은 논리>라는 제목으로 반박 자료를 내놓은 것이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기사는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잇달아 집단소송 리스크’에 노출되고 있다”며 “지난 22일 미국 로스엔젤리스(LA)의 한인 마트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한 라면 4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결정이 엉뚱하게 해외 소비자가 소송을 제기하는 빌미가 된 사례”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논쟁은 LA 한인 마트인 ‘더 플라자 컴퍼니’가 미 연방 캘리포니아지방법원에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한국 야쿠르트 등 한국 라면업체들과 이들 회사들의 미주법인을 상대로 가격담합 피해를 주장하며 제기한 집단소송을 놓고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소송은 공정위가 지난 해 7월12일 이들 4개 라면 회사들이 한국에서 2001년 4월부터 2010년 2월까지 10년간 출고가격을 담합해 부당하게 가격을 인상했다며 1,36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사건을 근거로 두고 있다. 소장은 특히 공정위 조사 자료를 증거로 내세워 피고인들이 최소한 6차례에 걸친 가격담합을 통해 라면가격을 인상하는 등 미국 공정거래법을 위반, 미국 소비자들에게도 피해를 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소송의 핵심은 미국 라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이들 4개 라면 회사가 한국에서 가격을 담합한 행위로 인해 미국의 소비자들까지도 피해를 입었는가의 여부다.
이는 공정위가 밝혀낸 가격담합에 따른 한국에서의 라면 가격 인상이 과연 미국에서의 라면 가격 인상으로도 이어졌는가를 재판 과정에서 밝히는데 달려있다.가격담합이란 기업과 업소가 고객과 손님에게 휘두르는 가장 괘씸한 횡포 중 하나다.
추가 이윤을 위해 시장 자유경쟁을 제재하며 소비자에게 추가 부담을 떠안기는 일종의 ‘강자 대 약자’ 착취 행위이기 때문이다.약자가 피해를 주장하고 나섰는데 사실여부가 가려지기도 전에 언론이 먼저 나서 ‘엉뚱하게’로 몰아붙이는 강자 보호 환경이 그동안 한국 기업들에게 가격담합 ‘프리패스’(Free Pass)를 제공해온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yishin@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