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정빈
무량사 법사
그동안 주로 자동차를 이용하다가 요즘 버스를 타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버스를 타면서 하와이에는 한국에 비해 버스를 타시는 분들 중에 노약자들의 비율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심지어는 몸을 잘 가누지 못하는 분들까지도 꽤 있었습니다. 누가 옆에서 부축을 해드려야 할 것 같은 노인 어르신들이 어렵사리 버스를 타고 내리는 것을 보면서 저는 한편으로는 안쓰럽고, 다른 한편으로는 숙연한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누군가가 말했듯이 언젠가는 우리들 또한 노인입니다. 그리고 모든 노인들도 한때는 청춘이었습니다. 그 분들도 한때는 어린이였고, 소년, 소녀였으며, 빛나는 꿈과 열정적인 활동을 하며 삶을 즐기던 청년들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세월이 흘러 그분들은 지금 노인이 되었습니다. 스스로 자신을 지키지 못하기 때문에 부모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어린이처럼, 그 분들은 지금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몸을 가누기 어려운 분들이 된 것입니다.
그 점에서 저는 제가 법사로 있는 하와이 무량사가 추진하고 있는 팔롤로 한인 요양원이 하루라도 빨리 건립되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올해가 한인 하와이 이민 11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만 그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우리 한인들은 은퇴한 노인들을 보살펴 드릴 번듯한 요양원 하나 짓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작년 11월 제가 하와이 무량사에 와보니 무량사에는 오래 전부터 노인들을 위한 요양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더욱 훌륭한 것은 이미 부지로 주택 여섯 채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과, 그것을 마련하기 위해 신자님들이 만두와 된장을 만들어 팔기도 하고, 깡통과 빈병을 모으기도 하고, 주머닛 돈 쌈짓돈을 시주하기도 하는 등 그야말로 십시일반의 정신으로 똘똘 뭉쳐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이렇게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신 분들 중 많은 분들이 70, 80대 노인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무량사 신도님들이 이루어놓은 성과는 감동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지극한 정성으로 주택 여섯 채에 걸려 있던 모기지론을 모두 갚아 이제는 그 부지에 건물만 지으면 되는 상황인데, 1차적으로 필요한 자금 백만 달러 중 이미 93만 불이라는 큰돈이 모여 있습니다. 올해 안으로 백만 불이 모두 모금이 되면 와인버그 재단에서 150만 불을 지원받고, 오하나 은행에서 4백만 불을 융자받아 내년 12월까지 건물을 완공하여 사업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팔롤로 한인 요양원은 무량사의 사업일 뿐아니라 하와이 한인사회 전체의 여망을 받고 있는 한인 모두의 사업입니다. 아니,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의 사업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입니다. 언젠가 내가 노인이 되면 나는 한국인에 의한, 한국적인 서비스를 받는 요양원을 찾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때, 팔롤로 한인 요양원은 바로 그 서비스를 제공할 것입니다. 저는 기독교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업을 추진하는 교회가 있다고 듣고 있습니다. 기독교의 사업이든 불교의 사업이든을 가릴 필요없이, 종교의 근본 정신이 담긴 노인 복지 사업에 모든 교포들의 깊은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가 꼭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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