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정빈
무량사 법사
한국에 있을 때 충청도 천안 지역에 있는 한 수련원에서 위빠싸나 명상 지도를 한 적이 있습니다. 명상을 하러 오신 분들 중에는 불교인, 비종교인, 타종교인이 두루 섞여 있었습니다. 대학에서 기독교를 가르치는 교수 한 분이 아들을 데리고 와서 불교 명상을 지도해 달라고 부탁하신 적도 있었습니다. 그 분은 미국에 교환교수로 가 있다가 데리고 갔던 대학생 아들을 두고 오게 되었는데, 혼자 남게 된 아들이 마음을 다스리기 어려우리라고 생각하여 불교 명상을 가르쳐주려고 하셨던 것입니다. 주말을 이용해서 금요일 오후 6시부터 일요일 낮 12시까지 2박 3일 동안 진행되는 명상 수련회의 첫날, 저는 참가자들과 좌담을 진행합니다. 그때 모든 참가자들이 자신을 소개하고, 참가 계기와, 명상을 통해 얻기를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등을 말하게 되는데, 교수님의 아들인 그 청년은 마지 못해서, 아버지의 강권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끌려온 느낌이 역력했습니다. 그렇지만 명상회를 마치고 난 다음 교수님이 저에게 하신 말씀에 의하면 그 청년은 “저는 불교가 맞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 사례에서 보듯이 위빠싸나 명상은 불교인만이 수행하는 명상법이 아닙니다. 저희 무량사에서도 매주 토요일 현지인들을 중심으로 위빠싸나 명상 수련회가 열립니다. 미국의 동부의 최고 명문대학교를 졸업한 다음 하와이에서 오랫동안 공직에 있다가 은퇴한 그레고리 파이 씨가 이끄는 이 모임에는 매주 80명 정도가 모이는데, 지난 달에는 여름철을 맞아 하루 온종일 명상을 하는 특별 수련회가 열렸습니다. 그 모임에도 불교인이 아닌 분들이 다수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기본적으로는 참여하시는 분들이 열린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겠습니다만, 위빠싸나 명상 자체에 종교적인 편향성이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위빠싸나 명상이 뭐냐는 의문을 일으키실 것 같은데, 간단히 말씀드리면 위빠싸나 명상은 마음을 일깨워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심신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끊임없이 알아 차리는 명상법, 영어로는 마인드풀리스라고 번역되는 명상법입니다.
종교의 역사는 매우 깁니다. 현존하는 대표적인 종교들 중에는 생긴 지 삼천 년이 넘는 종교도 있습니다만 사실 종교는 무속, 토템 등 여러 형태로 그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현대에 이르러 종교의 역할은 고대에 비해 현저하게 약화되었고, 그 약화된 공간은 주로 과학에 의해 채워지고 있습니다. 종교와 과학의 차이점 중 하나는 종교는 초월적인 존재로부터 계시를 받아 진리를 성립시키고, 과학은 인간이 자신의 힘으로 탐구와 분석을 통해 진리를 성립시킨다는 점입니다. 바꿔 말해서 우리 인류는 타자를 믿던 시대로부터 자기 스스로 진리를 밝히는 시대로 진전되어 온 것입니다. 그 점에서, 위빠싸나 명상은 종교에 속한다기보다는 과학에 속합니다. 왜냐하면 위빠싸나 명상은 부처님에 의지하여 진리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 나 나신의 마음의 힘으로 진리를 밝혀 보다 깊고 높은 차원의 고요와 안정, 평화와 행복을 성취하는 명상법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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