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실수를 저질러 나의 미숙함을 드러내고 말았다. 이렇게 되면 승부의 흐름은 완전히 사까다(板田) 선생의 것이다. …대역전패. … 나는 술자리에서 평생 처음 대취했다.”1974년이 저무는 무렵. 한국 언론은 꽤나 흥분했었다. 바둑수업 차 일본에 간 조치훈이 18세 나이로 주요 타이틀인 일본기원 선수권전 도전자가 된 것이다. 상대는 일본기계를 질타하던 사까다 9단.
첫 판을 이겼다. 둘 째 판을 이겼다. 5전3승제. 타이틀 획득이 눈앞에 온 듯 했다. 한국 언론은 더 흥분했다. “천하의 사까다 선생이라더니 이 정도인가.” 조치훈도 내심 이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자신이 넘쳤다. 그러다가 연 2패. 그리고 제 5국도 졌다. 타이틀 쟁취는 물거품이 된 것. “조군은 지기를 잘했어.” 대국 후 사까다가 한 말이다. 패배의 쇼크로 절망에 빠져 있던 조치훈은 당시 그 말뜻을 몰랐다고 한다.
훗날 조치훈 자신도 ‘지기를 잘했다’고 술회했다. ‘늪에서 솟아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절망감을 통해 바둑이라는 것, 승부라는 것에 대해 새로운 개안(開眼)을 하게 된 것이다.
류현진이 메이저 리그 첫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패배했다. 그 직전까지의 성적은 14승7패. 승리하면 15승을 기록하게 된다. 또 잘하면 2점대의 평균자책점을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류현진, 두 마리 토끼 다 놓지다’- 그의 패배가 확정되자 한국의 주요 언론 인터넷 판에 뜬 제목들이다. 상당히 서운하다는 감정이 묻어 있다. ‘15승에 2점대 자책점이면 메이저 리그에서도 특급 투수로 인정되는 데’ 하는 아쉬움이다. 그러니 본인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렇지만 지기를 잘한 게 아니었을까. 야구라는 것,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에서의 승부라는 것이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지 않았을까 하는 점에서다.
나가도 너무 잘나간다. 그럴 때 오는 것이 자만심이고 방심이다. 그 후 바로 뒤따르는 것이 몰락이다. 그것이 스포츠의 세계이고 승부의 세계다. 루키 시절 깜짝 스타로 떠오른다. 그러다가 2년차 징크스를 좀처럼 못 벗어나고 사라진다. 그런 선수가 하나둘이 아닌 것이다.
메이저리그 입성 첫해에 류현진이 올린 ‘14승8패 평균자책점 3.00’은 루키로서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호성적이다. 게다가 소속팀 LA 다저스는 포스트시즌에도 진출, 3선발 등판도 확정된 분위기다.
일단은 그 성적에 감사해야 한다. 그리고 철저한 자기관리와 함께 초심으로 돌아가 배운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그것이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고 또 대기록을 세우는 첩경이다.
포스트시즌, 가을야구에서 류현진의 건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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