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을 이어오며 뉴욕 한인사회의 자랑이자 자부심, 얼굴로 자리매김한 올해 코리안 퍼레이드 현장에는 오전 일찍부터 지역사회 역사를 함께 하려고 몰려든 시민들의 발걸음으로 북적였다.
한인 타운을 지나는 32가 인근은 손에 쥔 태극기와 성조기를 연신 흔들어 대는 어린아이들과, 케이팝(K-Pop)에 어깨를 들썩이는 맨하탄의 젊은이들, 풍물패 장단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는 노인들까지 인종과 연령, 계층을 초월한 축제의 한마당으로 변신했다.
한인들과 타인종 주민 등 수 만여 명이 퍼레이드 구간을 가득 메운 가운데 2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퍼레이드에는 형형색색의 화려한 꽃차들과 마칭밴드, 태권도 시범, K팝 댄스 플래시몹 등 다양한 행렬이 장관을 이뤘고 중간 중간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는 각종 공연들이 펼쳐져 커뮤니티에 활력과 생기를 불어넣는 한바탕 축제가 됐다.
이번 퍼레이드에는 대한항공과 삼성, H마트, LG, 노아뱅크, 현대 자동차, 한인커뮤니티재단(KACF)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뉴욕한인직능단체협의회, 뉴욕한인경제인협회, 뉴욕한국일보 등 주요 기업과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단체들이 출품한 꽃차들이 맨하탄 아메리카 애비뉴를 수놓으며 커뮤니티의 번영과 인종화합을 기원했다.
이날 퍼레이드에는 다수의 지역정치인들이 그랜드 마샬로 행렬을 이끌며 한인사회의 높아진 정치적 위상을 다시금 실감케 했다. 존 리우 뉴욕시감사원장과 스콧 스트링거 맨하탄보로장, 론 김 뉴욕주하원의원, 토니 아벨라 주상원의원, 토비 앤 스타비스키 주상원의원, 이종철 팰팍 시의원 등 주류 정치인들이 참석해 한인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올해 처음으로 코리안 퍼레이드를 구경했다는 제니 존슨씨는 “지금까지 봐온 페레이드 중 단연 으뜸이다”며 “특히 한국 전통 음악과 춤이 어울리진 퍼포먼스가 매우 흥미진진하고 인상적이었다”며 연신 ‘코리안 원더풀’을 외쳤다.<조진우 기자>
▲1980년부터 올해까지 한해도 빠지지 않고 33년째 코리안퍼레이드에 참가하고 있는 뉴욕한국학교가 행진을 하고 있다.
■ 현장 스케치
▲"올해도 개근했어요"
올해 연도객들 중에는 수년간 빠지지 않았음을 강조하는 ‘개근족’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퀸즈 플러싱에 거주하는 민병무(73), 민수자(70)씨 부부는 “지난 30년간 코리안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이곳으로 달려왔다”며 “1년 중 이날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말했다. 민씨 부부는 코리안 퍼레이드가 “한국의 위상을 알리는 감동적인 행사”라며 “직접 사진을 찍어 놓고 1년 내내 볼 정도로 우리에겐 소중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연도객 원금석(75·여)씨 역시 “30년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왔다”며 밝게 웃었고, 분홍색 옷을 커플로 맞춰 입고 나온 송정자(78)씨와 최경화(57)씨 모녀는 “올해로 16년째 개근하고 있다”며 “내년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구경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크레용팝 플래시몹 장관
퍼레이드 중간에는 신인 여가수그룹 크레용팝의 인기곡 ‘빠빠빠’에 맞춘 플레시몹이 진행돼 연도에 선 관중들을 즐겁게 했다. 바운스 댄스 스튜디오 소속 댄서들과 K-팝 전문가 미아 러다씨 등 약 30명은 이번 플래시몹을 위해 매주 모여 함께 구슬땀을 흘려왔다고. 이날 젊은 관중들은 크레용팝의 ‘직렬 5기통 춤’이 나오는 부분에선 함께 따라 하기도 했다. 또 블룸필드 칼리지에서 16주 인턴십 과정을 밟고 있는 허지혜 양 등 5명은 크레용팝이 착용하는 것과 비슷한 헬멧을 쓰고 나와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들 학생들은 코리안 퍼레이드가 끝난 직후 타임스스퀘어로 자리를 옮겨 계속해서 플레시몹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생후 4개월, 역대 최연소 참가자
이날 퍼레이드에 함께 한 최연소 참가자는 생후 4개월의 조나단 브라이스 로버트군. 지난해 최연소 참가자였던 박민서군의 기록 생후 6개월보다 무려 2개월이나 빠른 것. 로버트 군은 챔피언 태권도에 소속된 여덟 살 나이의 형을 따라 이날 퍼레이드에 참가했지만, 행진 내내 유모차에 앉아 달콤한 잠에 빠져있을 뿐이었다.
▲애완견도 참가
뉴욕시경(NYPD) 퀸즈북부순찰대 박희진 경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애완견 팽이를 데리고 퍼레이드에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예쁜 여성 한복을 차려 입은 팽이는 박씨의 딸 박대자양에 이끌려 맨하탄 아메리카 애비뉴(Avenue of the Americas)를 당당히 행진했다. 또 다른 애완견 모모는 태어난 지 불과 5개월 만에 이번 코리안 퍼레이드 행진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너무 어린 나이 탓인지 연신 연도객들에게만 관심을 보일뿐 제대로 된 행진을 하지 않아 주인에게 혼이 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뉴욕시경,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묵묵히
올해도 어김없이 뉴욕시경(NYPD)은 다양한 역할로 코리안 퍼레이드를 빛냈다. NYPD 소속 기마대와 마칭밴드는 행진 대열 선두를 맡아 행사의 첫 시작을 알렸고, 경찰 모터사이클 기동대는 뉴욕코리안라이더스클럽에 합류해 힘찬 엔진 소리를 더했다. 또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교통통제와 각종 보안업무를 맡았던 경찰들 역시 이날 코리안 퍼레이드의 주인공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미드타운 사우스 경찰서를 비롯해 주변 10곳의 경찰서와 형사국 등에서 다양한 인력 약 60명이 모여 행사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테니스공 준비하는 특별한 퍼포먼스
뉴욕한인테니스 협회는 미리 준비한 테니스공을 연도객들에게 나눠주는 특별한 퍼포먼스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협회 관계자와 자녀들은 카드에 담긴 테니스공을 직접 연도객들에게 던지는 방식으로 행진을 이어갔고, 연도객들은 이들이 던지는 공을 받으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협회는 이날 행사를 위해 약 수 백 개의 테니스공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입양 여성 돕기 골수기증 캠페인
퀸즈 한인회와 새생명재단은 이날 직접 부스를 마련해 급성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한인 입양여성 맨디 퍼트니(41)씨를 위한 골수 기증캠페인을 펼쳤다. 이날 관람객들은 캠페인에 큰 관심을 보이며 골수 기증 신청서에 서명했다. 또한 많은 한인들이 골수 기증 단체 ‘델리트 블러드 캔서’가 배포한 ‘구강점막 채취 키트’를 손에 들고 뜻 깊은 일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한인 입양여성 맨디 퍼트니씨를 위한 골수 기증캠페인 부스에 한 관람객(왼쪽)이 방문해 힘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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