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식사로 청국장찌개와 김치를 먹으며 아! 맛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음식이 맛있는 것을 보면 역시 난 한국사람인가 보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느낀다. 이렇게 김치는 한국인 밥상에 빠지지 않는 음식이며 한국 사람과 김치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특히 나이가 들어갈수록 식사 때 김치를 찾게 된다.
한국에 있을 땐 친정엄마가 늘 김치를 해주셨다. 주말이면 우리집에 오셔서 내가 교회에서 일하는 동안 아들을 돌봐주셨다. 그리고 손주와 씨름하면서도 배추 사다 김치를 뚝딱 만들어 놓고 가시곤 했다. 그래서 김치의 소중함을 모르고 지냈다. 유학 생활을 시작하면서 엄마가 해주시던 김치를 못 먹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렇다고 매번 마트에서 김치를 사 먹기도……그래서 유학생활과 김치담그기는 나의 생활에서 같이 시작되었다. 한국에서 가끔 김치를 담궈 보았지만 내가 꼭 해야 하는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는 냉장고 김치병이 비어가면 김치해야겠다는 부담감이 밀려온다. 그리고 마트에서 좋은 배추를 만나거나 배추 세일을 하면 김치 담그겠다고 아무 생각없이 배추를 산다. 그만큼 김치담그기는 내 생활의 일부가 된 것이다. 어제 먹은 김치도 얼마전 내가 담근 김치의 일부였다. 포기김치를 담고 남은 재료들을 버무려 찌개나 해 먹으려고 포기김치를 덮어두었던 일명 찌꺼기 김치였다. 어제는 포기 김치 자르기 귀찮아 집게로 위에 올려 놓은 것들을 꺼낸 것이었다. 구수한 청국장과 먹으니 찌꺼기 김치도 맛있었다. 물론 남편은 그냥 김치인 줄 알고 정말 맛있다며 먹었지만 나는 아무말 없이 김치를 먹으며 생각했다. “그거 버리려다 버무려 두었는데 맛있네…”
그것도 김치는 김치여서 맛있는 것이었다. 나는 주로 아이들이 다 잠들면 밤에 김치를 담근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처음에는 이것 맛있을까 하는 걱정이 반이었다. 이제는 김치를 담그며 나만의 사색의 시간을 갖는다. 절여진 배추를 씻으며 더러워진 나의 생각을 씻고 각각의 재료들을 준비하면서 내 인생도 이것 저것 잘 준비하고 있는지 생각해본다. 그리고 양념은 골고루 잘 버무려야 맛있는 김치가 되는 법, 나의 삶도 잘 버무려지고 있는가 돌아본다. 잘 담그어져 맛있을 김치를 기대하듯 나의 인생도 잘 담그어져 맛을 내기를 기대하며 그날밤도 김치를 담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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