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년전 어느 여름날 나는 정기휴가를 이용해 미국 동부지역을 여행하기로 했었다. 남편에게 양해를 구한 다음, 이 세상에서 단 한 명뿐인 언니와 함께 즐거운 자매만의 여행계획으로 마음이 잔뜩 들떠 있었다.
여행 출발지인 뉴욕에 도착해보니 우리를 포함한 한인 여행객 40여명이 대형 관광버스에 합승하여 단체로 동부의 여러 도시들과 캐나다 그리고 나이아가라 폭포까지 함께 여행을 하는 스케줄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주일 남짓한 장거리 여행길은 여행안내원의 익살스러운 멘트를 들으며 시작되었고 일행들은 점점 친숙해져 가는 과정에 접어들게 되었다. 언니와 나는 모처럼 오붓하게 자매간의 정을 나누며 시간가는 줄 모르게 여행을 즐기고 있었는데 그때 우리 뒷좌석에 내 나이 또래의 한 중년부부가 다정스럽게 얘기를 나누는 것이 눈에 띄었다.
붙임성이 많은 내가 먼저 말을 건네보니 한국에서 미국에 여행온 부부였다. 우리들은 금방 친하게 되었으며 한참 신나게 각자의 젊은 날에 관한 대화를 나누던 중, 그녀가 문득 내 이름을 콕 집어 부른다.
너무나 놀라 그녀를 한참동안이나 자세히 들여다보니 놀랍게도 중학교와 여고를 같이 다녔던 어린시절 동창생이었다. 서로의 얼굴이 너무나 많이 변해 있었지만 그 어릴 때의 순진무구한 얼굴상이 아직도 조금은 남아 있었기에 우리들은 무려 40년만에 관광 버스 뒷좌석에서 다시 기적적으로 만난 것이다. 우리는 너무나 기뻐서 여행 내내 둘이서만 붙어 다녔다. 같이 간 친구의 남편과 나의 언니는 뒷전이었다. 그 여행을 계기로 그 친구와는 태평양을 앞마당으로 둔 친구 사이로 지금껏 가까이 지내고 있다.
그 이후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녀는 나를 위해 내가 꿈에도 그리던 어린시절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해주었다. 아름다운 중년부인들로 변한 친구들이 모두 젊어 보였다. 40년이란 세월을 건너뛰어 우리들은 사춘기 소녀들처럼 과거의 아련한 추억 속으로 내달리면서 이야기 꽃을 피웠다. 회포를 풀고 미국으로 돌아온 이래 나는 거울 앞에 앉게 되면 늘 입가엔 미소를 띄우면서 자주 얼굴 마사지를 하게 되었다. 친구들 못지않게 늘 젊어보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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