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큰 컨벤션에 출장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정부 관계자들, 재단 이사들, 또 많은 비영리 에이전시 대표들이 참석한 자리였는데, 처음엔 작은 말 실수 하나라도 할까봐 많이 긴장하고 조심스레 행동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다양한 전문인들과 하나 둘씩 짐을 내려놓듯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교감이 되기 시작했다. 각자 사회의 다른 곳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이루고 싶은 목표를 향해 쏟아붓는 노력은 비슷하고, 실패를 겪었을 때 느끼는 상실감 역시 비슷하다 보니 거리감이 줄어든 것이다. 서로의 일을 존중하고, 각자 서있는 자리의 중요함을 알고, 그 노력들이 합쳐질 때 사회가 앞으로 나아간다는 어떤 동지의식을 느꼈다고 할까. 그래서 자신들을 위해서라도 서로 각자의 위치에서 성공하길 바라고, 응원하고 있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저런 대화를 통해 결국 나 혼자만 힘든 것이 아니라는 아주 근본적인 사실을 깨달았을 때, 요즘 여러 일로 지쳐가기 시작한 나는 많은 위안을 얻었다. 내가 혼자서 외로이 어려움을 부딪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가장 힘들고 아프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내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온전히 나 혼자서 이겨내야 하는 것이지만, 모든 이들이 각자 그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결국 완전히 혼자는 아니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가끔 살면서 내 길을 잃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이 점을 나에게 상기시켜야 할 것 같다.
어느 작가의 산문집에서 딸에게 쓴 편지 중 이런 구절을 보았다. 어떤 사람이든 그를 위해 응원을 해 주는 누군가가 있고, 그 응원이 “네 귀에 들리지 않는다고 해서, 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야” 라고. 이 세상은, 위에서 보면 많은 이들이 같은 숲에서, 서로 멀지 않은 곳에서 자신의 행동반경을 벗어나지 못한 채 혼자 길을 잃었다고 믿으며 헤메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숲에서 앞길이 안 보여 막막할 때, 아무도 내 앞에 없고 보이지 않더라도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닌데 말이다. 내가 나와 비슷한 방황을 하는 누군가에게 맘속으로 응원을 보내듯, 누군가도 나에게 응원을 보내고 있을텐데. 결국 내 인생은 나 혼자지만, 산다는 것은 혼자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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