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음악이 불교적이라구요? 국악찬양 콘서트를 제대로 한 번 열어보렵니다.”한국 전통예술 연구소 ‘워싱턴 소리청’의 김은수(사진) 대표가 밝히는 포부다. 한복을 입고 북으로 맞추는 고유 장단이 은혜를 끼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도전장이다.
워싱턴 소리청은 이미 국악찬양의 위력을 증명한 바 있다. 한국에서 CBS 기독교 방송 주최로 열리는 복음성가경연대회를 앞두고 김 대표의 수제자 가운데 한 명인 김민지 양이 시카고에서 열린 미주 결선에서 당당히 금상을 차지했다. 그 전에 워싱턴에서 열린 지역 예선에선 1등을 차지한 실력이었다.
“한국말이 서툰 영어권 아이들이 판소리를 따라 하다 보면 한국어 발음이 좋아져요. 무슨 말인지 몰라도 아주 재밌어 하죠.”뜻도 모르면서 앵무새처럼 흉내 내는데 그치는 게 아니다. 아이들은 직접 인터넷을 뒤져 심청이가 어떻고, 흥부가 어떻고 내용을 파악하면서 한국적인 멋에 더욱 깊이 빠져든다. 한국어는 썩 마음에 들게 하지 못해도 이렇게 달라지는 자녀를 보며 싫어할 부모가 있을까?게다가 김 대표는 요즘 아이들에게 바른 신앙도 강조한다. 판소리를 가르치면서 가정의 법도, 한국 예절, 그리고 리더십까지 청소년들이 갖춰야할 기본 소양 교육에 힘썼던 그는 자신의 믿음이 깊어지면서 수련생들에게도 반듯한 신앙을 지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주일학교 교사로 열심히 섬기는 남편이 좋은 모델이 됐다”고 말했다.
민지가 부른 판소리 ‘사도 바울가’는 김 대표가 곡을 직접 썼다. CCM과 전혀 다른 장르라 어떨까 싶었는데 민지는 탁월한 소리로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버렸다. 뉴욕에서 열리는 세계국악경연대회에서 전체종합대상, 문화부장관상, 전체 특별상 등 최고의 상만 휩쓴 실력을 과시한 것이다. 김 대표도 2009년부터 매년 지도자상을 받았다. 중요 무형문화재 김영자 명창에게 사사 받은 김 씨의 가르침을 받고 싶은 제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이유다.
“국악 찬양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어요. 얼마 전에 한국 CCM 가수 소향이 국악 스타일로 찬양하는 것을 봤는데 아주 좋았습니다. 그러나 섣부른 퓨전(fusion)은 안돼요. 이렇게 섞으면 미국사람들이 좋아 하겠다 생각하고 한국에서 음악을 만들어 오는데 아니올시다가 많습니다. 우물안 개구리인거죠.”그는 ‘나 같은 죄인’을 판소리로 부르며 예배를 드리게 될 날이 속히 오길 기다리고 있다. 비영리 전통문화재단도 설립하는 게 꿈이다. 어릴 때 판소리를 배우러 서울을 가는 옆집 언니를 따라다니다 입문했다. “너는 통목이라 소리를 잘하겠구나” 하는 소리를 진작부터 들었던 김 씨는 2005년 미국에 와 특별공연을 한 게 계기가 돼 워싱턴 소리청을 만들어 제자들을 길러내고 있다. 자신도 현재 노바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음악을 전공하며 배움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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