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역만리 떨어져 산 세월이 수십년인데 친절한 한국 방송이아니었다면 무슨 수로 이즈음 잘나가는 가수를 알 길이 있으랴.
한글에 목말라 하다못해 광고전단이래도 읽고 읽고 또 읽던 세월, 대체 어느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고 했냐고 삼천리 방방곡곡울부짖으며 묻던 ‘창밖의 여인’도 한참 한물 지난 후에 알게 되었었는데 이제는 실시간으로 한국 뉴스도 듣고 또 잘 나가는 가수도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불후의 명곡’덕분에 알게 된임태경이 온다는데, 그것도 집근처 어드메에 온다는데 어찌 안가볼 수가 있으랴. 그림을 그리다가 간혹붓은 저절로 움직이고 시간관념 없 이머릿속은하얗게 비고 마음은마치 구름에 둥 실뜬 것처럼존재감마저 없어져 무연하면서도 나의 온 존재가 가득한, 충일의 느낌을 맞는 순간이 있다.
임태경이 두 발을 굳건히 땅에 붙이고 저 먼곳을 응시하며온 몸과 힘을 다해 노래하는 모습을 볼때면 그 역시 자신의 온존재가 우주와 하나되는 듯한 충일감을 느끼는것만 같다.
음악은 모든 쟝르의 예술중에서도 가장 감각적이고 즉각적인매체같다. 미술은 아무리 작업도중의 기쁨이 컸다 하더라도 관객과 함께 느끼는 혼연일체의 순간을 갖을 길이 없다.
그 절체절명한 고독의 시간때문에 화가들이 더 괴팍하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이 많은 게 아닐지 모르겠다. 두시간 공연이두시간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마지막 곡으로 부른 마이웨이를들으며 ‘한국 사람들은 애국가다음으로 마이웨이를 좋아 하더라’는 우리 아들 말이 생각난다.
나도 마이웨이를 좋아하는데 그 가사를 하나 하나 음미하면 지는 해을 받아 길게 드리워지는 자신의 그림자를 바라보며살아온 세월을 되돌아보듯 얼마간 숙연한 기분마저 든다. 남들도 다 내 맘 같은 거겠지..
아침에 커튼을 여니 창밖은 안개로 가득했다. 이제 가을이 온다는 전령이다. 하나 둘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며 우리네 인생같다는 생각이 든다. 예릿예릿,연둣빛으로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커가던 생명력. 막을 길없이 뻗어나는 싱싱한 생명력에도불구하고 일견 너무도 쉽게 상처받는 연약함 때문에 더더욱 느껴지던 아름다움. 그 가슴 시린봄이 지나면 무성한 잎새들이짙은 녹음을 이루고 온갖 새들과 곤충을 품어내고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던 풍성한 여름.
여름의 눈부신 햇살이 투명해지고 짧아지면 다시 한 잎 한 잎,잎새를 떨구며 마른 가지들로 남는 가을과 겨울. 태어난 것은 반드시 죽게 되어있는 자연의 무서운 법칙 앞에서 기껏나뭇 잎새하나에 지나지 않는우리 각각의 인생의허망함. 사람이 사람을 소유할수 없는 한계. 새싹이 녹음되고 녹음이 마른 풀되는 유한한 생명의 스러짐. 그러나 사막의 아름다움이그 어디멘가 숨겨있는 샘때문이듯 잎새를 모두 떨구고 추운 바람속에 앙상한 가지를 내맡기고서있는 나무들은 봄날에 싹티울새싹을 품고 있어 아름답다. 꽃을 자주 사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꽃을 사지 않는다. 뜰에 핀 꽃들도 그냥 뜰에피게 놔두지 꺽어 들여오지 않는다. 아름다움이란 그저 바라보고 기꺼워 할 일이지 소유할 수있는 것이 아님을 깨달은 탓이랄까. 인생 그 자체도 흘러갈 뿐 어느 순간도 붙잡을 수 없다. 그러면서 매 순간 삶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씩 달라진다. 어릴 때 좋아하던 것들이 살면서 자꾸 바뀐다.
시끄러운 음악이 싫어지고 밤에 나가는 게 싫어지고 젊었을때는 멋있게 보이던 이들이 대수롭지 않게 보이는가 하면 예전엔심심하게 느껴지던 이들이 이제는 그냥 가만히 옆에 기대어 함께 하고 싶어진다.
이제는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 얼마전 세라 신부님이 세운미션에 갔다가 침대 하나, 탁자하나, 의자 하나와 십자가가 걸려있는 그 분의 방을 보았다. 보기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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