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은 왜, 누구에 의해 만들어지는가? 괴담은 루머의 일종으로 무섭고 괴이한 소문을 일컫는다. 지난 4월 창원의 한 어린이집에서 생후 6개월 된 아기가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숨진 사건을 두고 인터넷에 괴소문이 떠돌았다. 숨진 김모군의 할머니가 애를 떨어뜨려 다치게 해놓고 김군 부모가 보험금을 타내려고 어린이집 교사에게 잘못을 뒤집어씌웠다는 소문이 SNS를 통해,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미국에 있는 내게 그 괴담이 도달하기까지는 채 1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심리학자 고든 앨포트와 레오 포스트먼은 루머의 강도에 관련하여 공식을 만들었다. ‘루머의 강도(R) = 정보의 중요성(i) x 불확실성(a)’ 즉,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중요하면 할수록, 상황이 불확실하면 할수록 루머는 강력해진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공식적인 정보를 신뢰할 수 없을 때 비공식적인 추론, 즉 루머를 통해 이를 보상하고자 하는 심리가 있다고 한다. 이 비공식적인 추론의 내용이 끔찍하고 기괴할 때 루머는 괴담이 된다. 발칙한 상상과 억측이 만나 탄생한 괴담에는 반드시 Fact의 결여와 엉성한 논리가 동반된다. 그러니, 누구라도 사실을 확인해 보려는 시도와 논리적 접근을 해본다면 괴담에 대한 의구심과 회의를 갖게 되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고 퍼뜨린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루머가 만들어지고 확산될까? 그 핵심에는 ‘신뢰’라는 키워드가 있다. 낮은 신뢰는 루머의 온상이고 전파의 촉매제이다. 루머의 파급력은 신뢰와 반비례 관계로, 신뢰가 결여되어 있을 때 루머는 빠르게 전파된다. 괴담의 증가와 그 잔혹성은 신뢰할 수 있는 대상의 축소를 의미하며 세상에 대한 두려움의 반증이라 하겠다. 정치도 경제도 도덕불감증에 빠져있는 세상에서, 부모형제나 자식을 돈 때문에 죽였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그 누구도 신뢰할 수 없다는 불안감은 어쩌면 본능적인 반응에 가까울 것이다.
괴담보다 더한 일이 진실로 드러나는 요즘, 때론 그 진실조차 덮어지고 가려지는 세태가 괴담을 탄생시키고 괴담에 대한 사람들의 역치를 낮추고 있는지도 모른다. 서로를 더 많이 믿을 수 있고,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날이 올 때 괴담은 설 자리를 잃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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