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아름다운 가을날/산속의 오솔길을 걸어 봅니다.
거닐다 보면 눈망울이 큰 사슴도 만나고/또 가끔 앙징맞은 산토끼도 만납니다.
참나무 몸통의 작은 구멍에선 다람쥐도 쪼르르 달려 나옵니다.
걷다가 목 마르면/옹달샘의 물도 마셔봅니다.
나무들은 어느새 붉은색 노란색으로 채색 되어/바람이 불때마다 우수수 낙엽들은 땅에 떨어져이리저리 갈바를 몰라 흩날립니다.
오솔길은 언제나 엄마의 품처럼 아늑합니다.
홀로 걸어도 좋습니다.
어느 찬란한 가을날/나는 모든것 내려 놓고/천국의 오솔길을 걷습니다.
한 발자욱 한 발자욱 걸어 갑니다.
당신이 마련하신 그 집으로.
어제 친구들 몇이서 등산을 다녀왔다. 이번이 두번째였다. 가까이 사는 한 친구가 등산에선 거의 프로에 가까워서 그 친구가 추천한 우리 동네에 있는 얕으막한 산을 갔다온 것이다. 왕복에 약 한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 그동안 늘 걸었지만 등산은 정말 오랫만이라 산을 탄다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 약 이십분 정도는 계속 오르막 길이었다. 꼬불꼬불한 좁은 길을 계속 오르자니 처음엔 모두들 헉헉댔다. 내가 제일 연상이었다. 만약 내 몸 중에 제일 자신 있는 부분을 말한다면 아직은 꼿꼿한 등과 튼튼한 다리와 건강한 심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젊은 시절부터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많은 운동을 했다. 테니스는 거의 이십년을 쳤고, 늘 집에서 줄넘기와 조깅을 했으며 몇년 동안은 골프에도 미쳤었다. 그런 운동들이 노후에 이렇듯 내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줄은 그때는 몰랐었다.
산 정상에 오르니 큰 테이블과 의자들이 있어서 물도 마시고, 불어오는 바람에 땀을 시키면서 왜 사람들이 그토록 등산을 즐기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대단한 등산도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성취감도 느끼고,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우리 동네인 라스모어가 마치 외국의 산장처럼 아릅답게 발아래 펼쳐졌다.
다시 한번 이런 곳에서 노후를 살고 있다는 우리들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진다고 친구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등산로가 좁아서 걸어 올라갈 때는 별로 눈 여겨 바라볼 여유가 없었지만, 내려오는 길은 좀 수월해서 주위를 살펴볼 틈이 생겼다. 오솔길에는 낙엽들이 소복히 쌓여 있었다. 나는 그 길을 걸으며 만약 천국에 길이 있다면 이런 곳이 아닐까를 생각해 보았다. 한발 한발 걸어서 가는 길은 인생의 가는 길과 같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옆을 보면 한쪽은 아득한 낭떠러지다. 한발만 잘못 디뎌도 속절 없이 불귀의 객이 될 것이 뻔하다.
한번 내디딘 걸음은 멈출 수 없다. 끝까지 가야하고 또 안전하게 돌아와야 한다. 우리 인생도 한번 태어났으면 살아야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이 앞으로 계속 가야만 한다. 살다보면 오솔길도 만나고 앞으로 쭉 뻗은 대로도 만나고 구불구불한 협곡도 만난다.
어느땐 바람도 만나고 태풍도 만나고 비도 만난다. 또 그러다 보면 따뜻한 햇살도, 뜨거운 태양도 만난다. 이런 변화가 삶의 재미다. 만약 맨날 인생길이 똑같다면 우리들은 지겨워져 못견딜 것이다. 태어날 때가 있으면 죽을 때도 있는 법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 가운데 웰빙이 있는가 하면 웰다잉도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우리 같은 노인군들에겐 ‘어떻게 하면 인생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을까’가 고민이다. 모두들 지금 주어진 하루를 열심히 살라고 말한다.
누군가가 말했다. ‘실패를 경험하지 못한 인생이야말로 진짜 실패한 인생이라고.’모든 크리스챤들은 영생을 믿는다. 죽는 것은 멸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어느 아름다운 가을날 나는 오솔길을 걷는다.
천국의 오솔길을 걷는다.
그날, 내가 땅으로 돌아가는날 나는 영원히 살기 위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봄이,여름이,가을이 가고, 추운 겨울이 오면나는 기다릴 것이다. 새로운 봄을,천국의 오솔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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