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보물단지, 내 손자의 아스파거 증후군은 이 나이의 나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다. 조부모에게 주는 설명서의 첫줄에는 우선 얼마나 놀랐느냐고, 또 얼마나 황당하겠냐고, 그러나 다행히 이즈음의 학교 시스템은 예전과 달라 규칙에 대해 많이 유연해 졌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로 시작되었다.
맙소사! 그렇다면 아스파거 증후군에 대해 무지했던 예전엔 안그래도 소통의 문제로 어느 누구 하나 도와주지 못하는 가시덤불의 여정속에서 혼자 넘어지고 부딛쳐가며 헤메는 아이를 그저 말 더럽게 안듣는 못된 반항아로 딱지 붙여놓고는 혹독한 오해와 편견속에서 무지막지하게 패고 혼내고 기회 닿을 때마다 반쯤 죽여놨다는 말이 아닌가.너무나 속상해서 더 읽을 기운이 없었다.
며칠 지나 다시 찬찬히 읽기 시작하는데 어찌보면 차라리 보기에도 성치 않게 태어난 게 그 시절의 아이에게는 오히려 다행인게 아니었을까 싶기도 할 정도로 아스파거의 증상은 섬세하면서 고집스러운 나름의 증세들이 있었다. 아스파거라는 병명은 1940년경에 독일의 학자 아스파거에 의해 이미 발표된 장애증세인데도 실은 80년까지 사회적으로 거의 내버려둔 장애의 한 모습이다.
과거에는 아스파거장애에 범죄경향이 있다는 설도 있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범죄의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아이들은 하이킹에서나 혹은 일반의 길에서 믿던 어른을 잃었을 때 보통 아이들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찾는 기색을 알아차리면 마주 달려나오는데 아스파거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그럴 경우 더욱 큰 두려움에 싸여 깊히 깊히 숨어버린다고 한다. 그런 현상때문에라도 이 장애를 가진 부모나 조부모는 어느 경우에서도 아이가 항상 가까이 있음을 체크해야한다. 아이의 세계에는 얼마나 커다란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 손자도 큰 소리나 폭력적 상황을 보게 될 경우에 너무도 무서워 하기에 처음에는 장란처럼 아무것도 아닌 척하는 무식한 짓도 했다.
이제는 될수 있는 대로 설명을 해주고 대신 엄마 아빠,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 모두가 힘껏 너를 보호하고 편들어 준다는 말로 신뢰를 쌓아가려 한다. 또 그런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몸의 발란스를 잘 못 잡기 때문에 익사율이 평균보다 거의 열배나 크고, 때문에 어린 나이때부터 살살 물에 접근시켜 물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며 수영을 배울 기회를 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 이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여럿이 함께 하는 운동, 가령 축구나 야구 같은 게임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일찌감치 기계체조 라던가 수영, 스키 같은, 자신이 혼자 할수 있는 운동에 접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런 작은, 그러나 치명적 사실들을 더 많이 알고 더 익혀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특수 교육에 접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며 더 어린 나이에 특수 교육을 시킬 기회가 많을 수록 아이는 그런 장애를 안고도 이 험한 세상을 혼자 유영할 기회를 더 많이 접할 수 있으며 교육의 효과도 더 크다. 정상의 아이들이 열번의 설명으로 배울수 있는 것을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사십번의 반복된 훈련을 거쳐야 배울수 있단다.
그러므로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부모와 조부모는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자신의 인내를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모셔야 할일이다. 나 자신도 급한 성질은 타고 난거라고 합리화 해 가며 인내라는 과정의 학습을 죽도록 거부해 왔는데 이즈음에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은 내 손주님이 성미를 부리시면 제가 또 인내라는 학습과목 숙제를 다시 복습 하겠습니다.
하며 아이 성질이 갈아 앉을 때까지 콧노래 부르며 기다려 주려고 한다. 게다가 이 장애가 있는 아이는 분명 DNA의 어딘가에 윗대의 누군가와 비슷한 구석이 있을 것이라는데 증상에 나온 모든 것을 따져 봐도 내 얘기 같으니 아마 내가 아스파거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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