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갈수록 격화되는 ‘동성 간의 견제와 태클’
▶ 매력적인 미혼 여성일수록 집단공격의 표적, 짝찾기 세계화·결혼연령 늦춰져 더욱 치열
여성에게도 공격성이 있을까. 있다면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30년 전 인류학자인 사라 B. 하디는 이에 관한 해답을 얻기 위해 그때까지 나온 숱한 연구논문을 섭렵한 끝에“여성의 공격성이 존재한다는 심증은 있으나 물증은 없다”고 결론지었다. 그 이후 과학은 놀라운 진보를 거듭했고 이로 인해 여성의 공격성을 확인시켜 줄만한 상당한 증거가 축적됐다. 새로운 증거 확보를 가능케 한 기본적 요인으로는 개선된 연구기법과 한때 남성의 아성이었던 과학계에 여성의 진출이 크게 늘어난 점 등이 꼽힌다.
고등학교 카페테리아나 싱글 바에 가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여성들 사이에 성적 경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신한다. 그러나 이를 분석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여성의 공격적 성향은 남성에 비해 덜 폭력적인 반면 훨씬 미묘하기 때문이다.
여성은 성행위와 외모에 대한 일반적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강박감을 느낀다. 연구원들은 ‘성 내 경쟁’(intrasexual competition)을 이같은 압박감을 설명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꼽는다.
잘난 남자는 여자가 부족하지 않다. 부족하기는커녕 차고 넘친다. 일부다처가 제도화된 곳에서 얼치기 남성은 씨를 뿌릴 가능성이 줄어든다. 이런 부류의 남성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홀몸’으로 남게 된다. 진화론적 분석에 따르면 그렇다.
따라서 남성들은 종족번식의 생식기회를 얻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했다.
여성은 달랐다. 일부다처 사회이다 보니 여성은 ‘예선’을 거치지 않고 대부분 씨받이로 ‘기용’이 됐다. 되도록 여러 여성과 관계하는 것이 자손 번식에 유리한 탓에 남성은 성적 대상을 확대하려들고, 그러다보니 웬만한 여성은 무난히 짝짓기 상대로 발탁이 됐다.
그렇다고 여성들이 바람직한 남성이 와주기만을 손 놓고 기다린 것은 아니었다. 여성은 경쟁에서 승리한 남성에게 주어지는 ‘수동적 전리품’이 아니다. 보다 근사한 남성과 그들의 자식을 위한 자원 확보를 위해 여성들도 서로 불꽃 튀는 경쟁을 한다.
문제는 원시시대와 달리 현재 대부분의 국가가 일부일처제를 법으로 제도화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여성도 원시시대의 남성과 다를 바 없이 생식 기회에 제한을 받게 되고 결국 잘난 남자, 즉 알파 메일의 눈에 들기 위한 동성 내 경쟁이 생기게 된다.
남성보다 여성의 수가 많은 대학 캠퍼스에서는 ‘성 내 경쟁’이 유난히 치열하다.
여성들 사이의 경쟁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기 위해 맥매스터 대학이 최근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연구원들은 여성 사이의 우정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속여 여러 명의 여대생을 패널 참가자 명목으로 선발했다. 실험은 쭉쭉빵빵한 몸매를 지닌 미모의 여성이 이들이 모여 있는 연구실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으로 시작됐다.
학교 측이 고용한 이 여성은 두 가지 종류의 의상을 수시로 바꿔 입어가며 연구실을 드나들었다. 어떤 날은 수수한 청바지와 T셔츠 차림이었으나 다른 날에는 네크라인이 깊게 파인 몸에 착 달라붙는 블라우스와 짧은 스커트를 입었다.
청바지와 T셔츠를 입고 왔을 때 연구실의 동료 여성들은 그녀를 거의 의식하지 않았다.
그러나 피부가 곱고 가슴이 크며 다리가 늘씬한 베이글녀가 야한 옷차림을 하고 나타나자 거의 모든 여성이 대놓고 적의를 드러냈다. 우선 눈길이 사나워졌다. 그녀의 얼굴을 뚫어져라 응시하거나, 위아래로 훑어보았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뒤집기도 했다. 한 명은 아예 대놓고 “도대체 무슨 짓이냐”며 육두문자가 섞인 막말을 퍼부었다.
그러나 면전 타박보다는 뒷담화가 무성했다. 문제의 여성이 자리를 비우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비아냥거림이 터져 나왔다.
한 여대생은 “저런 옷을 입은 건 교수와 섹스를 하기 위해서”라는 억지소리를 했고, 또 다른 한 명은 “젖가슴이 옷 밖으로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고 조롱했다.
이처럼 성적 매력을 지닌 경쟁자를 향한 여성들의 간접적 공격은 이미 결혼을 해서 배우자를 확보한 중년보다 미혼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훨씬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기혼여성은 배우자 확보 경쟁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나이 어린 상대에게 굳이 태클을 걸지 않아도 된다.
앞서 나온 다른 연구결과들도 매력적인 여성일수록 동료들의 집단공격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오타와 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베일란코트 박사는 여성은 동성에 대해 대단한 공격성을 지닌다며 “여성의 성을 억압하는 주된 주체는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라고 강조했다.
진화론적으로 남성은 여성의 외도를 억제해야 할 이유가 있다. 자신의 여자가 타인의 자식을 낳도록 하는 것은 혈통에 입각한 종족 번식이라는 진화론적 원칙에 위배된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남성은 여성의 외도를 장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헤픈 여자’가 많아야 자손 번식이라는 남성의 궁극적 목표달성이 수월해진다.
반면 여성 그룹은 남성과의 협상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섹스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려 든다.
원시시대부터 남성은 섹스를 탐했다. 그런데 무리 중에 헤픈 여자들이 끼어 있다면 남성으로 되도록 많은 것을 얻어내려는 여성의 집단 협상력은 약화된다. 바로 이 때문에 몸을 함부로 하는 여성은 무리 내에서 ‘공동의 적’이 되고 만다.
현대 여성은 공격성은 기동성이 제한됐던 과거에 비해 더욱 강화됐다.
스텟선 대학의 크리스토퍼 퍼거슨 박사는 “촌락 공동체에서 사람들은 어린 나이에 가까운 곳에 거주하는 누군가와 혼인을 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현대사회에서는 교통과 통신수단의 눈부신 발달로 배우자 물색 지역이 대폭 확대됐고, 결혼연령도 늦추어졌으며 이 때문에 경쟁 역시 이전보다 길어지고 치열해졌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동네의 경쟁자들만 눌러두면 됐지만 이제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얘기다. 아름답고 도도한 그녀도 남자의 눈에 들기 위해 기를 쓴다. 알고 보면 세상의 이치가 모두 그렇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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