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2월 이후 5월 두 번째 의장국 맡아
북한 등 유엔 결의 위반하는 국가에 대해
신속하고 주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지위확보
비상임이사국 거부한 사우디 대신 요르단 선출
<유엔본부=신용일 기자> 한국이 오는 5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을 다시 맡게 됐다.안보리에 따르면 한국은 이달 의장국을 맡은 요르단과 2월 리투아니아, 3월 룩셈부르크, 4월 나이제리아에 이어 순번이 돌아온다.<도표참고>
안보리 의장국은 이사국이 영문 알파벳순으로 돌아가면서 맡고 있으며 2013~2014년 임기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 중인 한국은 지난 해 2월 한 달 의장국을 맡았다.
안보리 의장은 유엔에서 국제평화와 안전 유지에 1차적인 책임을 지는 안보리를 대표하게 된다. 한국은 임기 중 의장국을 재수임할 것을 예상해 왔으나 매년 안보리 이사국 구성이 바뀌기 때문에 2014년 새 안보리가 공식 출범하기 전까지 구체적인 시기가 불투명했다.
안보리는 거부권을 가진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5개 상임이사국과 2년 임기의 10개 비상임이사국으로 구성된다. 비상임 이사국은 아프리카 3개국, 아시아-태평양 2개국, 동유럽 1개국, 라틴 아메리카 · 카리브해 2개국, 서유럽과 그 외 지역 2개국 등 지역별로 배분된다.
한국과 아르헨티나, 호주, 룩셈부르크, 르완다는 지난해 1월1일 임기가 시작됐으며 아제르바이잔, 과테말라, 모로코, 파키스탄과 토고는 지난해 12월31일 임기가 끝났다. 따라서 유엔 총회는 지난 해 10월17일 사우디아라비아, 차드, 칠레, 리투아니아, 나이지리아 등 5개국을 올해 1월1일부터 2년간 활동할 새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는 선출직후 안보리가 시리아 내전 해결 과정에서 무력했다며 이사국 자리 거부 의사를 발표하고 지난 해 11월12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서 서한을 보내 거부 방침을 공식 통보했다. 그러자 유엔 총회는 지난 해 12월6일 사우디아라비아의 거부로 공석이 된 아시아-태평양 지역 그룹 몫의 이사국에 전체 193개 회원국 가운데 178개국의 찬성으로 요르단을 새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했다. 그리고 6일 요르단이 2014년 1월 의장국으로서 첫 안보리 회의를 소집함에 따라 한국의 5월 의장국 순번이 공식 확정된 것이다.
안보리는 지난해 2월 한국의 의장국 기간에 26회의 공식회의·비공식협의를 개최해 결의 3건, 의장성명 2건, 언론성명 3건을 채택했다.한국은 의장국 당시 중동 문제 등 긴박한 현안과 대량살상무기(WMD) 위협, 기후 변화 등 다양한 의제를 소화하면서 안보리 활동을 원활히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보리 의사 규칙에 따르면 의장은 안보리 회의를 주재하며 안보리의 권한 하에 유엔의 한 기관으로서 안보리를 대표하고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언제든지 안보리 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의 의장국 재수임은 북한 등 유엔의 결의를 위반하는 국가에 대해 신속하고 주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지위확보를 의미한다.
■ 기자의 눈/ 반 총장의 ‘송년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명의를 도용한 2013년 송년사가 온라인상에 급속히 확산돼 유엔이 진화작업에 나서는 사태가 발생했다.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1일 “지난 며칠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명의를 도용하여 한국어로 작성된 허위 송년사가 소셜 미디어상에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으며 반 총장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이 이날 유엔 출입기자단에 낸 공지사항은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반 총장이 송년사, 또는 신년사를 한국어 또는 영어를 막론하고, 게재, 배포한 사실이 전혀 없음을 밝힌다”며 “만일 이러한 허위 메시지를 수신할 경우 무시하는 한편 다른 수신자들에게도 그러한 메시지가 반 총장의 것이 아님을 알려주기를 부탁 한다”는 내용이다.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이 언급한 문제의 메시지는 “건물은 높아졌지만 인격은 더 작아졌고, 고속도로는 넓어졌지만 시야는 좁아졌다”로 시작되는 글로 한국에서 인터넷과 카카오톡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반 총장의 2013년 송년사로 떠돌고 있다.
사실 문제의 글은 반 총장의 송년사가 아니라 1969년~1998년 미국 시애틀 ‘오버래이크 크리스찬 처치’(Overlake Christian Church)의 목사였던 밥 무어헤드(Dr. Bob Moorhead) 박사가 지은 ‘우리시대의 역설’(The Paradox of Our Time)이라는 제목의 수필 내용 일부로 사회 발전 과정 속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꼬집는다.
이 글은 1995년 ‘적절하게 언급된 말’(Words Aptly Spoken)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무어헤드 박사의 기도·설교 모음집에 실려 영문으로는 그 내용이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그런데 이 글 내용 일부가 누군가에 의해 한글로 번역됐고 반 총장의 2013년 송년사로 둔갑해 한국 소셜 네트워크에 유포된 것이다.
문제는 글이 급속도로 확산됨에 따라 반 총장에게 까지 보고가 됐고 결국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이 유엔 출입기자단에 공지사항을 내는 사태로 번졌다는데 있다.그것도 “한국어로 작성된 허위 송년사가 소셜 미디어상에 ...”라는 이유로.
유엔은 세계 평화와 안보, 인권과 개발 등 중대한 문제들을 다루기 위한 국가들의 연합이며 현재 그 기구를 이끄는 총수는 한국인 반 총장이다. 따라서 그의 말 한마디와 모든 행동은 유엔에 출입하는 193개 회원국 언론이 현미경 아래에 놓고 다각도에서 접근, 꼼꼼히 분석하고 있다.그러기에 반 총장의 명의를 도용한 글을 유포하고, 확산시키는 것은 한국이 배출한 사무총장을 구설수에 오르게 해 망신을 주는 것 이외에도 순식간에 심각한 국제사태로 번질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행위다.
누가, 어디서, 왜 가짜 ‘반 총장의 2013년 송년사’를 처음 유포했는지는 모르나 최소한 그 확산에 대해서는 한국 SNS 사용자들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수신한 메시지를 무책임하게 송신했다는 이유로.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 맞아 죽는다”는 속담이 있다. ‘반 총장의 송년사’를 확산시킨 한국 SNS 사용자들은 무어헤드 박사가 글 원문에서 지적한 디지털시대 부작용에 개구리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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