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추운 도시가 어디일까? 앨래스카의 앵커리지 일까? 아니다. 정답은 미네소타주 미네아폴리스이다. 미 국립 해양대기청(NOAA)이 지난 30년간 미국 50개 도시의 겨울철 (12-2월) 평균기온을 분석한 결과 미네아폴리스/세인트 폴이 섭씨 -7.4도로 가장 추웠다고 발표했다. 앵커리지는 -7.3도, 위스콘신 주 메디슨은 뚝 떨어진 -5.8도 였다고 한다.
미국와서 처음 정착한 곳이 미네아폴리스였다. 한국의 겨울은 암만 추워도 사흘이면 풀렸다. 그런 삼한사온 날씨에 익숙했던 나는 대륙의 추위가 얼마나 냉혹한지 그 해맑간 호반의 도시에서 처음 경험했었다. 30여년 전, 유학시절 등교 첫 날, 체감온도가 영하40도로 떨어졌다. 한국에서 가장 춥다는 중강진의 -36도 보다도 낮았다. 게다가 폭설로 자동차가 아예 파묻힌 탓에 걸어가다가 미아가 될뻔 했었다.
북극 탐험대처럼 파커로 중무장을 하고 아내의 나이롱 스타킹까지 껴신고 나갔었는데 불과 5마일 남짓한 거리를 거의 반나절 동안 혹한과 눈보라 속을 헤맸었다. 겨우 도착하니 토박이 학생들은 별 큰일 아니라는 양 지각생도 없이 난방이 잘 된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있었다.
2014년 벽두부터 기상이변이 들이닥쳤다. 북미는 수십년만에 최고 한파가 닥쳐 동중부는 물론 남부지역 깊숙히까지 강타했다. 사우스다코타는 영하 51도까지 내려가는 “화성추위”가 업습했다고 한다. 화성만큼 추운 혹한으로 2억 주민들이 떨고 2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해가 녹는다고 난리인데 왜 느닷없이 이런 강추위가 몰려오는 것일까? 놀랍게도 이 폭한도 지구온난화 때문이란 것이다. 지구 전체로 보면 온도가 매년 상승하고 있지만 그 여파로 일부 지역에서는 “극한” 기상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북미의 “화성추위”도 폴라 볼텍스(Polar Vortex)가 원인이라고 한다. 소위 극지 소용돌이이다. 이는 겨울철 극지방의 성층권에 형성되는 강한 회오리바람이다. 지구 온난화로 서쪽에서 부는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극지방의 찬 공기가 미국 남부까지 내려온 것이다. -51도면 피부가 몇 분간만 노출돼도 동상에 걸릴 정도라고 한다.
이런 기상이변이 반대편 남반구엔 “살인 더위와 가뭄”을 몰고 왔다. 아르헨티나에선 섭씨 40도의 불볕더위가 100여년 만에 찾아와 열사병 희생자가 생겼다고 한다. 브라질과 칠레, 그리고 남가주에서도 대형 산불이 타고 있다는 보도이다.
우리가 사는 북가주도 이상고온과 37년만의 혹심한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창 비가 쏟아져야 할 1월 중순에 구름 한 점 없는 여름 날씨로 화씨 70도를 오르내린다. 높이 4마일, 길이 2,000마일에 달하는 대형 고기압층이 캘리포니아주를 덥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초대형 가뭄의 징조가 크다. 작년엔 샌프란시스코 강우량이 5.57인치에 불과해 1849년 이래 가장 낮았다. 산호세는 더욱 심하다. 강우량이 고작 3.8인치로 기록 역사상 최악이다.
옛날 기후는 참 솔직했다. 지구의 자전축이 23.5도 기울어져 태양 주위를 도는 덕에 계절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태양과 지구표면의 각도가 가까우면 여름, 반대편에서 멀면 겨울이었다.
지구의 기울기23.5도는 변함없는데 지난 세기동안 변한 건 인간들이 엄청나게 쏟아낸 공해물질로 날씨마저 예측불능이 된 것이다. 이산화탄소같은 온실가스로 덮혀 지구는 자꾸 더워진다. 그 탓에 제트기류는 제멋대로 흘러가고 극지 볼텍스도 때와 장소를 구별치 못한 채 몸부름을 치고 있다.
우리들의 문제는 공해의 폐해가 심각하다는 생각 뿐 아직 가슴으로 느끼지 못하는 데 있는 것 같다. 혹한과 가뭄이 닥쳐와도 나완 무관한 듯 지구를 아끼려는 작은 희생마저 인색하다. 이런 몰염치에도 지구는 오늘도 변함없이23.5도 자전 축을 지키며 돌고있다. 여름이 겨울같고, 겨울이 여름같은 요즈음, 지구는 누구를 위해 도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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