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억만장자 겨냥한 초호화 스위트들 경쟁적으로 등장
▶ 하룻밤 숙박료가 웬만한 자동차 한 대 값, 사우디 왕족, 할리웃 스타 등이 주로 이용
뉴욕 팰리스의 초호화 스위트인 주얼 스위트의 내부. 3층으로 된 5,000평방피트의 이 스위트에서 하룻밤 자려면 자동차 한 대 값이 필요하다. 일일 숙박료가 무려 2만5,000달러이다.
일반적으로 호텔의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것은 침대시트의 품질이다. 순면 400수는 되어야 특급 호텔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욕실에 비치된 목욕용품이 어떤 브랜드인가도 중요하다. 하지만 최상급의 초호화 호텔로 가면 이런 것들은 더 이상 비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사치가 한도 끝도 없어서 얼마나 드러내 놓고 돈을 펑펑 쓰느냐가 그 한도를 정할 뿐이다. 호텔들이 수퍼 리치를 겨냥하는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룻밤에 수만달러씩 하는, 억만장자 고객들을 위한 호화 스위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뉴욕의 뉴욕 팰리스는 최근 초호화 스위트 두 개를 개장했다. 그 중 하나인 주얼 스위트는 3층으로 되어 있는 총 면적 5,000평방피트의 펜트하우스이다.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53층의 스위트로 올라가면 뉴욕의 명물,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크라이슬러 빌딩이 한눈에 들어온다.
입구를 장식한 빛나는 검정 대리석, 천장에 달린 20피트짜리 크리스탈 샹들리에, 거실에 놓인 빛나는 사파이어 색 소파 등 호화롭기가 루이 14세라도 탐을 낼 정도이다. 옥상으로 올라가 무지갯빛 타일로 장식된 욕조에 몸을 담그면 마치 거대한 오팔 속으로 몸이 가라앉는 느낌이다. 아울러 주얼이라는 이름이 말하듯 스위트 곳곳에는 박물관 같은 진열장에 수백만달러 상당의 보석 디자이너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 호화로움, 혹은 지나친 사치를 하룻밤 누리는 가격은 2만5,000달러에서부터 시작한다.
“최고급 외에는 원치 않는 아주 작은 시장이 있다”고 업계 전문가인 스캇 버만은 말한다.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의 숙박 및 레저 미국담당 책임자인 그는 “가격이 문제 되지 않는 그룹이 있다” 고 말한다. 이들은 대개 미국인들은 아니고 미국으로 여행 오는 외국 부호들로 사치에 길이 든 사람들이라고 한다.
호텔들이 호화 스위트들을 만들면서 수퍼 리치를 겨냥하는 고객 유치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업계 분석가들은 말한다.
뉴욕의 경우, 지난해 11월 뉴욕 만다린 오리엔탈은 3,300평방피트의 스위트를 개장했다. 천장부터 바닥까지 전면 유리로 둘러싸여 있고 10명이 앉을 수 있는 식당이 마련되어 있다. 하룻밤 숙박료는 2만8,000달러.
그런가 하면 역시 뉴욕의 로우스 리전시 호텔은 1년 동안 1억 달러를 들여 완전히 새로 바꾼 후 지난주 다시 문을 열었다. 그리고 오는 4월 6개의 스위트를 개장한다(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들 6개 스위트의 디자인은 모두 제각각이어서 6가지의 각기 다른 호화로움을 선사한다고 로우스 호텔의 조나단 티치 회장은 말한다.
부틱 호텔들 그리고 대형 브랜드 호텔들이 호텔 내 단 하나뿐인 스위트들을 만들고 있는 추세이다. 호텔 내에서 어느 누구도 갖지 못한 방에 자신이 묵는다는 생각을 하면서 고객들이 아주 특별한 느낌을 갖게 만들려는 것이다.
이같은 초호화 스위트 붐은 해외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부호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기호에 맞는 초호화 시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유럽의 주요 도시들에서는 이런 현상이 몇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고 호텔 애널리스트인 데이빗 로브는 말한다.
호화 스위트 추세는 싱가포르, 런던 그리고 중동의 주요 도시들에서 처음 시작되었다고 한다. 신흥 부호들이 대개 사치를 한껏 드러내고 싶어 하는 유형이어서 생긴 현상이다. 은은하게 풍겨나는 호화로움을 이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이같은 호화 스위트 경쟁이 미국에서 불이 붙는 데는 상대적으로 오래 걸렸다. 근년의 불경기가 한 원인이 되고 아울러 부를 드러내놓고 과시하는 데 대한 거부감이 한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생각들이 다 사라졌다. 날로 번창하고 있는 뉴욕 시의 호텔업계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라스베가스, 마이애미, 달라스 등지에서도 비슷한 넓이와 시설을 갖춘 스위트들이 등장하고 있다.
뉴욕 팰리스의 총괄 매니저인 데이빗 체이스는 호텔업계에 개발 붐이 강하게 다시 불고 있다고 말한다. 불경기 후유증으로 한동안 고전했던 호화 호텔들이 회복세로 들어서서 대대적 개선을 위해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주 달라스의 리츠 칼튼은 5,135 평방피트의 스위트를 개장한다. 3개 스위트가 붙어있고 별도의 방이 2개 딸려 있는 거대한 스위트이다. 말 그대로 한 부대를 이끌고 여행 다니는 부호들을 위한 시설이다. 유모, 도우미, 경호원, 전용 조리사 등 한번 움직일 때마다 수십명이 같이 움직이는 수퍼 리치들에게는 서로 연결된 복수의 공간들이 갖춰진 시설이 편리하다는 것이다.
세계적 부호들의 해외여행이 증가하면서 미국의 주요 시장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애널리스트인 로브는 말한다. 특히 마이애미에서는 이들 초호화 여행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호화 시설을 갖추는 호텔들이 날로 늘고 있다.
이런 호화시설은 호텔의 격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호텔업계 전문가들에 의하면 호텔들이 초호화 스위트 시설을 만드는 데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중요한 것은 이미지 창출이다. 억만장자 고객을 유치할 필요와 아울러 호화 이미지로 중산층 여행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다.
뉴욕 팰리스의 경우 호화 스위트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꾸준히 줄을 있고 있다. 사우디의 외교관이나 왕족, 할리웃 스타와 스포츠 스타들이 단골손님들이다.
아울러 호화 스위트가 있다는 사실이 중산층 여행객들의 관심을 끌면서 일반 객실 고객 유치에도 도움이 된다고 뉴욕 팰리스의 매니저인 체이스는 말한다. 일종의 후광 효과이다. 억만장자들이 묵는다는 사실 하나로 중산층이 모여 들면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효과와 아울러 수익을 올리는 효과가 병행되고 있다.
부자들은 점점 더 부자가 되는 세상에 호텔들도 이들을 유치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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