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병기법안이 마침내 버지니아 주하원 본회의를 통과했다.
주하원은 6일 일본해(Sea of Japan)가 표기된 주내 공립교 교과서에 동해(East Sea) 병기를 의무화하는 법안(HB 11)을 표결에 부쳐 찬성 81, 반대 15의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했다.
이로써 법안은 이미 주상원을 통과한 유사 법안과 조율 과정을 거친 뒤 테리 맥컬리프 주지사의 서명을 받으면 오는 7월1일부터 시행된다.
일본 정부의 강력한 로비로 한 때 마음을 바꾸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던 맥컬리프 주지사는 최근 법안 서명을 재천명했으며 비토를 했을 경우 받게 될 정치적 부담을 감수할 의사는 없어 보인다.
또 법안은 우선 버지니아 주 공립학교들이 사용하는 교육 자료에 우선 해당되나 교재를 제작하는 출판사들이 다수의 다른 주에도 교과서를 공급하기 때문에 이번 의회 결정의 파장은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되며 동해병기 캠페인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400여명의 한인 지지자들이 본회의장 방청석은 물론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대기실을 가득 메운 가운데 논의된 동해병기법안은 이날 주하원이 다룬 많은 어젠다들의 초점이었다.
20명의 법안 공동상정자 가운데 한 명인 팀 휴고 의원(공화)이 한인 방청객들을 소개하며 시작된 논의는 찬반 의견을 가진 의원들의 열띤 논리 공방으로 이어졌다.
휴고 의원이 짧게 1910년 한국이 일본에 병합된 뒤 동해라는 이름을 잃었으나 사실 수천년간 사용해온 명칭이라고 강조한 뒤 공화당의 마셜 의원, 밀러 의원 등은 한인들이 지역 커뮤니티에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들을 언급하며 미국 시민인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줄 것을 호소했다.
버지니아주 의회 사상 최초 한인인 마크 김(민주) 의원은 특히 이름을 빼앗기고 말을 잃어버렸던 부모 세대의 아픈 역사를 언급하며 동료 의원들에게 왜 동해병기 이슈가 한인들에게 그토록 중요한지 설명했다.
김 의원은 “어머니는 아직도 숫자를 셀 때 하나 둘 대신 일본말을 사용하실 때가 있다”며 “이런 아픈 역사를 다시는 후손들에게 물려주지 말자고 굳게 결심한 한인들은 세계가 주목하는 나라로 발전했고 잃었던 동해도 다시 찾으려 한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스티븐 랜디스 의원(공화.교육위원장)은 “난 한국에서 입양한 아이를 자녀로 둔 사람이고 한인들을 사랑하지만 교육 문제에 정치가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은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주장했고, 그리스 이민자 출신이라는 조애누 의원도 “틀린 역사라는 이유로 정치인들이 법을 만들어 고치려 하면 앞으로도 이런 법안들이 봇물처럼 나오지 않겠느냐”며 한인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찬성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반대 의원들의 논리는 주하원 교육소위 등 몇 차레 위기를 겪은 뒤 대세로 굳어버린 동해병기라는 큰 물결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자투표를 실시하자마자 대형 전광판에는 81대 15의 결과가 금방 떴고 이를 초조하게 지켜보던 한인들은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축하의 악수를 나눴다.
표결을 끝낸 의원들은 언론과 한인들이 기다리고 있던 대기실로 자리를 옮겨 기자회견을 열어 질문에 답한 뒤 먼 길까지 달려와 성원해준 한인들에게 감사했다.
동해병기 캠페인을 주도했던 미주한인의목소리(VoKA)의 피터 김 대표는 “풀뿌리 시민운동이 통하는 미국이 바로 민주주의 사회의 모범”이라며 “버지니아주에 거주하는 15만 한인들의 승리”라고 말했다.
한인연합회의 린다 한 회장도 “한인 시민들이 일궈낸 쾌거”라며 이를 바탕으로 더 정치력을 신장시키자고 말했다.
미주한인의목소리는 앞으로 다른 주에서 동해병기 캠페인을 전개할 경우 적극 협력해 전국 확산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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