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대로비 꺾은 풀뿌리 운동의 결실
한인 정치력 신장·타주로 파급효과 기대
버지니아 주하원을 통과한 ‘동해병기법안’이 테리 맥컬리프 주지사의 펜을 순탄히 거치면 7월1일부터 법적 효력을 발생한다. 최소한 버지니아 주내에서 앞으로 발행되는 공립교 교과서는 일본해라는 명칭이 언급되는 지도에 반드시 동해가 함께 언급돼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기존 교과서들이야 어쩔 수 없지만 새로 교과서를 선정하는 학교라면 이 규정에 따라 동해가 함께 쓰인 교과서를 구입해야 한다는 말도 된다.
<의의>
그런데 이번 동해병기 캠페인이 미국은 물론 한국과 다른 외국 언론까지 깊은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그 의의가 단순히 용어를 첨가했다는데 있지 않기 때문이다. ‘동해’라는 말이 일본어와 함께 쓰이도록 캠페인을 적극 전개한 한인들의 동기, 역사적 배경, 앞으로 한일 두 나라에 끼치는 외교적 영향 등 밑에 깔려 있는 함의는 대단히 복잡하다.
미국 내에서도 이번 법안 통과의 효과가 단지 버지니아, 혹은 같은 교과서를 사용하는 주변 6개주에만 미치는 게 아니다. 어떻게든 많은 학교에 교과서를 보급해야 하는 출판사의 입장에서 용어 하나 때문에 팔리지 않는 교과서를 출판할 이유는 없다. 동해를 함께 표시한다고 해서 역사적 사실이 왜곡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100여년 전 동북아의 정세를 보다 정확히 묘사하는 게 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버지니아주의 공립교 교과서 동해병기 추세는 한 지역의 차원을 넘어 전국으로 급속히 확산될 확률이 크다. 다른 49개 주가 버지니아처럼 상하원을 복잡하게 거쳐 법으로 제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각 주 교육위원회 차원에서 ‘동해병기’가 자연스럽게 대세로 받아들여지는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피터 김 ‘미주한인의목소리(VoKA) 대표도 “최소한 한 주 정도는 법으로 이 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에 법안 상정을 생각했고 버지니아주가 상징적인 대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돌아보면 만일 맥컬리프 주지사가 작년 12월 당선 전에 한인 언론을 상대로 동해병기 지지를 천명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딴 생각을 하고 있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렇게 됐다면 한인들은 법안의 버지니아주 상하원 통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마음을 졸이고 있을지 모른다.
동해병기법안이 차세대를 위한 바른 역사교육의 기반을 다졌다는 것만이 아니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인들은 거칠고 긴 싸움, 처음에는 승산이 없어보였던 전투를 치르며 정치력을 크게 신장시켰다. 법안 논의가 있을 때 마다 2시간여 거리의 리치몬드까지 버스를 대절해가며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한인들의 모습에 의회 관계자들은 놀란 표정이었고 하원 본회의 때는 기립박수까지 받아냈다. 미 전역 한인사회가 이를 지켜보면서 ‘풀뿌리 시민운동’을 우리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산술적 이득을 훨씬 넘어서는 유산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전망>
“지금 맥컬리프 주지사에게 보낼 이메일 샘플을 만드느라 바빠요.”
피터 김 대표는 이제 한숨돌렸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달 중으로 예상되는 주지사의 서명 때까지 절대 안심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미 교과서 동해병기는 사실 첫 단계 목표였다. 그의 캠페인 사업 계획서에는 2014년 6월까지 이를 완수하겠다고 적혀있는데 완벽하지는 않아도 대부분 조기 달성된 셈이다.
2차 목표는 국무부의 입장 변화. 얼마 전 “일본해가 공식 명칭”이라고 밝힌 국무부마저 바꿔놓겠다는 계산이다. 미 전역 수천 개 중고등학교가 동해를 병기하고 있는데 정부만 딴소리를 하도록 놔두지 않겠다는 뜻이다.
마지막 고지는 국제수로기구. 동해는 1919년 국제수로기구(IHO) 회의에서 일본해 명칭이 제기된 후 세계 지도에서 사라졌다. 95년 만에 다시 세계 무대에 나타난 동해의 최종적으로 명예를 회복해야 할 곳은 바로 IHO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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