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동안 나는 도달하고 있었을까… 얼마 전에 나는 떠났을까… 얼마 동안 나는 걸어오고 있었을까… 언제부터 나는 걷기 시작했던 것일까…’ 칠레의 시인이고 음악가였던 빅토 하라(Victor Jara 1932–1973)의 ‘걷고, 또 걷고’(Caminando Caminando)라는 노래의 가사의 일부이다.
2003년 11월 - 나는 약간의 쌀과 반찬거리를 갖고 산으로 갔다. 무엇을 입을까 따위는 생각할 필요조차 없었다. 전화도 인터넷도 없는 산속의 외딴 집에 4주 동안 머물며 빅토 하라의 노래에 바탕을 둔 피아노곡 ‘걷고, 또 걷고’를 썼다. 사람들은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와는 잘 지내면서도 오히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로부터는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다. 그래서일까? 많은 사람들은 ‘나만의 시간’을 갈구한다. 그러나 완벽하게 혼자가 되었을 때의 외로움… 그 외로움을 뼛속들이 느낄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나는 식구도 동료도 옆집도 없는 외딴 집에서 그렇게 4주를 보냈다.
그곳에서 나는 매일 혼자 걸었다. 걷는 속도는 음악 용어로 안단테 - 빠르지 않고 너무 느리지도 않은 속도이다. 한 발씩 번갈아 규칙적으로 내딛는다. 두리번거리며 걷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에 생각을 하면서 걷기 때문에 주변 상황보다는 스스로의 내면에 열중하기도 한다. 그렇게 걷다가 가족끼리 무리지어 다니는 사슴들을 만나기도 한다. 혹은 땅속에서 고개를 쏘옥 내밀었다가 다시 기어들어 가는 그런 조그만 생명체의 움직이는 소리에 하던 생각이 끊기기도 한다. 생각에 너무 열중하면 걸음이 점점 느려지곤 한다. 그렇게 몇 시간 걷고 들어와서는 작품을 썼다. 겨울이면 비가 많이 오는 북가주에서 혼자 걷고 혼자 먹고 혼자 작품을 썼다. 장작개비를 사용해서 난로에 불을 지피는 것이 유일하게 내가 추위를 면할 수 있는 길이었다. 저녁에 붉은 해가 태평양을 향해 서서히 지다가 일단 수면에 닿으면 꼴딱, 하고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도 여러 번 봤다. 보름달이 뜬 밤에는 달빛을 작곡했다. 그렇게 ‘걷고, 또 걷고’는 빠른 속도로 진행이 되었고, 어느 날 문득 멈췄다. 나는 ‘걷고, 또 걷고’를 작곡하기 위해 산으로 가서 혼자 걷고 걸으며 쓰고 썼다. 참으로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그때 혼자 했던 시간은 나로 하여금 예술가로서 행복을 충만히 경험하게 했지만, 다시는 작곡을 하기 위해 어디로 떠나지는 않겠다는 결심을 하게도 했다.
약속했던 4주라는 시간을 보내고 겨우 사십 분 정도 자동차를 타고 가니 도시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귀가하여 나는 다시 이전과 마찬가지로 어떤 날에는 ‘소풍’온 것처럼 즐겁게 지냈고, 또 어떤 날에는 ‘고통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도 했다. 나는 혼자라고 생각하고 걸었지만, 산속에는 무수한 존재들이 있었다. 잠깐 머물다 지나가는 내가 ‘여기에는 오직 나뿐이다’라고 생각했었다!
이곳에 영원히 사는 사람도 없고, 항상 옳기만 한 사람도 없다. 독일의 시인 베르톨트 브레흐트(Bertolt Brecht, 1898-1956)는 ‘모든 것은 변합니다’라는 시를 썼다.
모든 것은 변합니다 – 베르톨트 브레흐트
모든 것은 변합니다. 당신은 마지막 숨을 내쉴 때에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나간 일은 이미 지나갔지요. 그리고 당신이 포도주에 부었던 물을 다시 따라낼 수는 없어요.
지나간 일은 이미 지나갔지요. 포도주에 부었던 물을 다시 따라낼 수는 없어요. 그러나 모든 것은 변합니다. 마지막 숨을 내쉴 때에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습니다.(번역 – 나효신)
죽는 순간에도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니!
‘얼마 동안 나는 도달하고 있었을까… 얼마 전에 나는 떠났을까… 얼마 동안 나는 걸어오고 있었을까… 언제부터 나는 걷기 시작했던 것일까…’ 걷고, 또 걷는 이 길 - 막상 내게 진정코 필요한 것은 몇 가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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