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터뷰 김응문 김스운전학교장
▶ 1974년 웨스턴-올림픽 학교 운영권 인수, 한인 교통위반자 프로그램 첫 시작 등 커뮤니티 운전-교통문화의 안내자 역
올해 5월 설립 40주년을 맞는 김스운전학교 김응문 교장이 베니스와 알링턴 인근에 위치한 운전학교 사무실에서 바람직한 운전문화를 역설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운전학교 한 길만 걸어온지 어느덧 40년. 이곳을 거쳐 자동차 운전대를 잡은 사람이 족히 수만명은 될 듯 싶다. 이처럼 오랜 세월을 ‘올바른 운전법’이란 하나의 목적만을 갖고 비즈니스를 운영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어느 새 고희가 넘었지만 젊은이 못지 않은 의욕을 갖고 있는 김응문(74) ‘김스운전학교’(이하 김스) 교장. 그는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이 많다며 자신에게 은퇴는 아직 먼 얘기라며 나이 얘기에 손사래를 친다. 그의 지난 40년을 들어봤다. <구성훈 기자>
- 40년이면 꽤 많은 학생들이 거쳐갔을 것 같다.
▲너무 많아서 사실 기억하기도 쉽지 않다. 우리 학교를 통해 배출한 운전교사만 64명이다. 여기에다 운전을 배우는 학생, 트래픽스쿨까지 합하면 수강생만 10만명은 되지 않을까 싶다.
- 그 당시엔 생소했을 것같은 운전학교를 설립한 배경이 궁금하다.
▲1969년 유학생으로 처음 미국 땅을 밟았고 LA 인근 아주사 퍼시픽 대학에서 사회학 석사를 딴 뒤 1973년 가주차량국(DMV) 운전시험관 자격을 취득했다. 하지만 어느 날 “내가 공무원 되려고 미국 온 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두 번 연거푸 떨어진 후 간신히 운전면허를 취득한 경험까지 머릿속에 떠올라 “운전학교를 한번 만들어보자”고 결심했다.
70년대 초는 LA 거주 한인수가 5,000명 남짓한 시절이었고 한인은 물론 주류 운전학교도 흔치 않은 때였다. 그 와중에 한국전쟁 참전용사 출신이며 ‘LA 드라이빙 에듀케이션 센터’ 교장인 돈 헤인스워스를 만났는데 운전학교 설립을 원하는 나에게 자세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은 물론 학교설립의 필수요건인 500시간 경력을 채울 수 있도록 운전교사로 채용해줬다.
74년 올림픽과 웨스턴 코너에 있던 김스 운전학교에서 운전교사로 일하던 중 설립자가 돈 한푼 받지 않고 나에게 운영권을 넘겨줘 내 운전학교가 탄생하게 됐고 교명도 그대로 유지했다.
- 운전학교를 운영하면서 에피소드가 많았을 것 같다.
▲ 황당한 전화를 받을 때가 종종 있다. 도로에서 교통위반 딱지를 떼고 나서 경찰이 현장을 떠나자마나 나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하면 좋은지 묻는 사람도 있었고, 대학생이 음주운전 혐의로 경찰에 적발됐는데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가며 전화를 걸어 우리아이 좀 살려달라고 통사정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여기가 운전학교가 아니라 종합정보센터로 여기고 운전 교육이나 교통법규 위반과는 전혀 상관없는 질문을 하는 사람도 있다. 예를 들면 LA에서 어느 도시로 가는 길을 물어보는 질문 등이다. 여러 사람을 상대하다보니 가정사에 얽힌 우울한 얘기들도 많이 접하는데 이대로 가다간 나 자신이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 (웃음)
-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장애인을 포함해 거의 모든 종류의 사람들에게 운전법을 지도하며 “그래도 내가 좋은 일을 하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고 보람도 느낀다.
80년대 초 아들을 방문하러 한국에서 LA에 온 77세 할아버지의 가주 운전면허 시험 도전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 할아버지는 LA에 머무는 동안 두 차례 시험에 응시했다 모두 낙방한 뒤 끝내 면허를 취득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갔는데, 한국에서 “김 선생이 내 인생의 마지막 스승이었다. 비록 면허를 따는데 실패했지만 물심양면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 나를 감동시켰다. 아직도 그분이 보낸 편지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 한인 운전자들에게 공통으로 나타나는 문제점이 있나.
▲교통법규를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운전자들이 꽤 많은 것 같다. 가능하면 미국에서는 ‘법대로’를 생활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요즘도 주운전, 난폭운전 등으로 면허를 일정기간 정지 당하는 한인들도 많아 안타깝다.
- 김스 운전학교의 자랑은.
▲ 1979년 14만달러를 주고 현 장소의 건물을 구입했다. 아직도 자체건물을 보유한 한인운전학교는 LA 한인사회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건물구입 후 12년간 사옥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등 운전학교가 나의 ‘집’이자 ‘일터’였다.
1976년 한인사회 최초로 교통위반자 프로그램, 1983년 역시 한인사회 최초로 음주운전자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교통위반자 학교는 8만명, 음주운전 교육 프로그램은 2만명의 수강생을 배출했다.
나는 강의를 아주 꼼꼼하게 하는 편이다. 800 페이지가 넘는 가주 교통법규 책자 내용을 거의 외울 정도다. 한인사회 최초로 ‘방어운전’(defensive driving) 교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지난해부터 55세 이상 시니어들이 80~90세까지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돕는 ‘MDIC’(Mature Driver ImprovementCourse)을 시작했다.
-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가.
▲ 운전학교 설립 40주년이 되는 오는 5월 가주교통법규집 한국어 버전을 발간할 계획이다. 한인들에게 필요한 내용만을 골라 300 페이지 정도의 분량이 될 전망이다. 1만부 정도 찍어 개당 4~5달러에 판매할 생각이다. 또 박근혜 대통령 임기 중에 미국식 음주운전 교육 프로그램을 한국에 도입하는 게 목표다. 미국에서는 알콜을 마약과 동급으로 취급하지만 한국은 알콜에 대해 너무 관대하다. 음주운전과 알콜의 심각성을 한국사회에 널리 알리는데 선구자 역할을 하고 싶다.
<김응문 교장 약력>
- 1939년 평북 신의주 태생
- 배재고 졸업
- 연세대 철학과 졸업
- 1969년 유학생으로 도미
- 아주사퍼시픽대 사회학 석사
- 1974년 5월~현재 김스운전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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