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가 소매·서비스 업체들 갈수록 고전… 고가품 시장은 활황
▶ 상위 5%가 전체 소비의 38% 차지 양극화 영향으로 저가 시장도 호황
도산한 중가의류 판매체인 로만스가 들어서 있는 매해튼 매장에 고급 의류 판매점 바니스가 들어설 예정이다. 로만스는 몇 주 안에 문을 닫게 된다. 미 전역에 걸쳐 올리브 가든과 레드 랍스터 같은 식당들은 고전하고 있다. 반면 캐피탈 그릴 같은 고급 식당들은 성업 중이다. 그리고 GE의 경우 고급 식기세척기와 냉장고 등은 잘 팔리는 반면 일반형 모델들의 판매는 줄고 있다.
워싱턴의 정치인들과 논객들은 경제적 불평등이 확산되고 있는지를 놓고 논쟁중이지만 기업 전선에서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 경기침체가 끝난 이후 중산층을 겨냥한 비즈니스 기반은 위축되고 있으며 그런 가운데 상위층은 더 멀리 앞서가고 있다. 비즈니스들은 여기에 발 빠르게 적응해 가고 있다.
컨설팅 회사들과 월스트릿의 분석가들은 이런 추세에 대해 솔직한 진단을 내린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의 소매시장 분석 책임자인 존 맥스웰은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자본을 갖고 있는 상위 20%에 속한 사람들은 형편이 아주 좋다”고 말했다. 이런 소비변화 추세에 맞춰 프라이스워터하우스의 고객인 대형 소매상들과 식당들은 고급 제품들과 서비스를 제공해 부유한 고객들을 잡으려 하고 있다. 아니면 아예 돈을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고객들을 위한 저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맥스웰은 “소매나 식당 체인들은 정말 고급 레벨이나 저급 레벨이 아니면 비즈니스가 어렵다”고 진단했다.
소비관련 자료들은 소득관련 자료들보다 구하기 힘들지만 최근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대학의 경제학자 스티븐 파자리와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의 배리 시내몬이 공동으로 실시한 최신 연구는 시장에서 이미 분명해진 추세를 확인시켜주고 있다. 2012년 상위 5% 소득자들은 전체 국내소비의 38%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 1995년의 28%에서 크게 늘어난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현재의 경기회복이 거의 전적으로 상위층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기침체가 끝난 2009년 이후 인플레율을 반영한 상위 5%계층의 지출은 17%가 늘어난 반면 나머지 95%의 지출 증가율은 1%에 그쳤다.
2009년부터 2012년 사이 인플레율을 반영한 전체 소비증가 가운데 약 90%가 상위 20% 소득자들에 의해 이뤄졌다고 이 연구는 밝혔다. 이런 현상의 여파는 식당과 소매상들, 그리고 호텔, 카지노, 심지어 가전제품 시장 등 미국경제의 각 분야로 점차 퍼져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 라스베가스의 윈이나 베네시안 같은 고급 카지노들은 고액 도박자들을 불러 모으며 성업 중이다. 그러나 덜 부유한 고객들을 상대로 하는 애틀랜틱시티, 코네티컷 등지의 카지노들은 고전하고 있다고 골드만 삭스의 스티븐 켄트는 말했다. 호텔들의 경우 포 시즌스나 세인트 리지스 같은 고급호텔들의 객실 당 수익은 2013년 7.5%가 증가했다. 이는 베스트 웨스턴 같은 중간가격대 호텔들의 4.1% 증가를 훨씬 넘어서는 것이다.
부유한 소비자들의 지출이 경제 활성화를 주도해 왔지만 이런 양극화의 심화는 우려할 만 하다고 파자리는 말했다. 그는 “수많은 소비자들이 뒤처져 있는 상태로는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상대적으로 적은 부유층에 수요창출을 의존하는 것은 경제의 휘발성을 높일 수 있다며 이들은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등락에 따라 소비를 결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식전문가인 거이 버거는 은퇴구좌를 포함하더라도 미국인들 가운데 50%는 상승하는 주식시장에 전혀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투자매니저인 미첼 골ㄷ버그 같은 부유층들은 주식시장 상승에 따라 지갑을 더 열고 있다고 밝힌다. 골드버그는 “풍요가 다시 돌아온 것는 아니지만 좀 더 편하게 지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나이키 골프클럽들을 캘러웨이 드라이버와 아담스 아이언으로 바꿨다. 또 업무용으로 삼성 태블릿을 구입하고 미니밴을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으로 바꿨다.
업체들은 이런 부유한 고객들을 겨냥하고 있다. GE 가전제품의 경우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는 브랜드는 카페라인이다. 카페라인은 상위 25%를 겨냥한 제품으로 냉장고의 경우 보통 1,700~3,000달러에 팔리고 있다. GE의 매니저인 브라이언 맥워터스는 “이들은 더블 오븐 레인지나 뜨거운 물이 나오는 냉장고 등에 기꺼이 돈을 쓰려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중산층 미국인들을 주 고객으로 해 온 시어스와 J.C. 페니 같은 소매체인들은 현재 악전고투중이다. 지난 달 시어스는 시카고의 스테이트 스트릿에 있는 대표적 매장을 닫는다고 발표했다. J.C. 페니도 33개 매장을 문 닫고 2,000명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중산층 고객들이 많이 찾았던 의류업체 로만스는 현재 폐업 재고 세일중이다. 이 업체는 지난 1999년 이후 3차례나 파산을 신청했다. 첼시에 소재한 로만스는 39개에 달하는 전국의 로만스 매장들처럼 마지막 물건을 판 후 불을 끄게 된다. 이 자리에는 오는 2017년 고급 의류를 판매하는 바니스가 들어서게 된다.
중산층의 위축은 투자가들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시어스와 J.C. 페니의 주가는 2009년 이후 50%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 노스트롬과 저가 물품을 판매하는 달러트리, 패밀리 달러스토어 같은 업체들의 주가는 두 배 이상 뛰었다.
아마존 같은 거대 온라인 소배업체들이 중산층 업체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요식업계를 보면 점차 벌어지는 양극화의 여파가 광범위함을 알 수 있다. 레드 랍스터나 올리브 가든 같은 캐주얼 요식업소들의 매출은 2005년 이후 단 한 분기만 제외하곤 매번 감소해 왔다.
한 전문가는 손님들은 올리브 가든에서 1인당 평균 16.50달러를 쓴다며 이들은 대부분 중산층으로, 부자도 그렇다고 가난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그는 소득은 정체되고 의료비와 교육비 등이 늘어나자 중산층은 다른 지출을 줄이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반면 고급식당인 캐피탈 그릴에서 손님들은 1인당 평균 71달러를 쓴다. 지난 3년간 이 액수는 매년 5%씩 증가해 왔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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