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년 5개월. 워싱턴 한인사회가 바라는 대로 미주체전 사상 최대, 최고로 기록되는 대회가 열릴 것인가? 예상 참가 선수 및 스탭 인원은 5,000여명. 치밀하게 준비하고 기대한 대로 각 지역 체육회가 협력을 해준다면 규모 면에서 역대 최대의 체전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워싱턴 체육인들이 꿈꾸는 비전은 외형만이 아니다. 미주 한인들의 의식을 미래지향적으로 바꾸고, 수준을 몇단계 업그레이드하며, 화합의 기초를 쌓는 기회가 되도록 하자는 야심이 관계자들의 마음 속에 꿈틀거리고 있다. 그러나 미주 한인 체육계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허황된 목표처럼 보인다. 사소한 이권에 얽힌 분열과 갈등, 자기 공로 내세우기, 경쟁자 흠집 내기 등등으로 체육계의 얼굴은 보기 흉했다. 공정한 룰과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한인사회 내의 질서를 선도해야 했던 체육인들의 책임과 자부심은 오래전부터 뒷전이었다. 그 상처는 지난해 겨우 봉합됐다. 아니 표면상 봉합된 것처럼 보인다. 체육계 내부적으로 아직 치유되지 못한 아픔들을 품고 지난해 열린 캔사스 시티 미주체전을 지켜보면서 뜻있는 체육인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내년 6월에 열리는 워싱턴 체전은 각고의 노력 끝에 잡은 ‘모멘텀’을 잃지 않고 체육계가 도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데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난제들이 산재한 것이 사실. 주인의 입장에서 손님을 맞이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잔치로 미주 한인사회의 발전적인 미래를 위한 레일을 깔자는 목표를 세운 워싱턴 체육인들의 입장에서는 부담이 더 크다.
그러나 체육 원로와 지도부 인사들은 더 이상 남 탓을 하며 방관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워싱턴 체전이 지역 한인 모두의 일이라고 보는 공감대가 형성돼가고 있다. 누구보다 열심히 체육계에서 활동하며 모범을 보였던 인사들을 초청해 본사가 좌담회를 열었다. 시간이 많이 남은 것 같지만 잘 하려고 하면 지금부터 서둘러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이 엿보였다. 성공적인 워싱턴체전 개최를 위해 개진된 솔직한 아이디어들을 정리했다. <이병한 기자>
“지역경제 발전에도 도움 모두가 주인으로 나서야”
한인사회 중심인 교회의 적극 참여등 종교계 협조 절실
-정성락 전 체육회장(이하 정): 워싱턴 체육계의 현 상황을 생각해보면 마음이 아프다. 나 자신도 포함해 하는 말이다. 전직 회장들을 포함 대표적인 인사들이 모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하고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지금쯤은 내년 체전을 위해 체육인들이 더 왕성하게 움직여야 한다. (아직 하나가 되지 못한) 이 상태로는 누가 앞에 나서도 소용이 없다.
-최민한 체육회장(이하 최): 지난 체전은 약간 슬픈 마음으로 다녀왔다. 열심히 해보려는 선수단의 의도와 달리 쓸데없는 소리들이 들려온 탓이다. 재미대한체육회가 잘 돼야 지회도 존재 의미가 있는데 회의 때만 잠시 나타나는 대의원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싱턴 체전도 재미대한체육회와 모금 등 모든 것을 공동으로 한다. 재미대한체육회는 비영리단체 등록이 돼있다. 장소 선정이 끝나면 예산 수립 등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고 조직위도 적극 가동될 것이다. 여러분 모두가 임원으로 참여해주길 당부 드린다. 체육계 활성화는 물론 지역 경제 발전에도 도움을 줄 체전은 모두의 협력 없이는 성공이 불가능하다.
-한광수 전 회장(이하 한): 4년 전에도 체전을 유치하려 했었는데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못했다. 그 때와 상황이 또 달라졌다. 우리 조국은 이제 G-20에 들어간 나라다. 체전이 열리면 수천 명의 사람들이 수십만 달러를 뿌리고 갈 것이다.
-우태창 전 회장(이하 우): 워싱턴 체전이 잘 끝나면 재미대한체육회가 확실히 인정을 받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회 활성화도 반드시 필요한데 차세대 체육인 양성을 위해서도 더욱 그렇다. 미주체전 경비에도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모금을 따로 하지 않고 각 참가 선수들이 100-120달러 정도만 내도 호텔비 등 기본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
-로스 박 볼링협회장(이하 박): 젊은 세대 가운데 아직 미주체전 개최에 대해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차세대가 모이는 자리인데도 말이다. 이들은 체전을 ‘코리안 올림픽(Korean Olympics)’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뉘앙스도 담겨 있다.
-최: 차세대들과 접촉하려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전통 사상과 관습에 젖어 있는 반면 2세들은 원리원칙을 지키는 스타일이라 상호 이해가 쉽지 않을 때가 있다. 체육인들이 모였던 자리에서 과거 얘기를 자꾸 꺼내는 전직 임원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하는 2세들이 있었다. 1-2세 간의 의식 차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1세들이 먼저 해야 한다.
-정: 1세끼리 모여 자랑이나 하고 옛 타령이나 하는 행위는 버려야 할 때다. 이런 좌담회 같은 모임에도 과감히 불러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결국은 자꾸 만나 대화를 해야 하는 것이다.
-김성원 체육회 사무총장(이하 김): 정말로 체육계에 양보의 미덕이 필요하다. 기득권을 놓자는 얘기다. 특히 선배들이 후배라고 함부로 말을 놓지 말고 서로 존중해주었으면 한다. 한발씩만 물러나면 되지 않겠는가? 어린 세대도 당연히 선배들을 존중하는 분위기여야 한다.
-송재성 전 회장(이하 송): 1995년 워싱턴이 처음 체전을 개최했을 때 사무총장으로 일했다. 많은 비용이 드는 호텔, 경기장 등을 미리 계약하기 전까지 정확한 예산을 세우기 어려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말 정신없이 일했다. 꼼꼼히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일꾼들을 영입할 시점이 됐다. 외부 전문가의 도움도 적극 구해야 한다. 김홍, 유응덕 씨등 과거 경험이 있고 능력을 발휘했던 사람들이 조직위에 많이 들어와야 한다.
-한: 신세대는 구세대가 1시간에 할 일을 10분 안에 처리할 수도 있다. 젊은이들의 IT 기술과 지식을 적극 활용하자는 얘기다. 그들이 큰 그림을 보지 못할 때 우리가 자문해 주는 역할을 하면 된다.
-정: 구체적인 예산 책정이 아무래도 급선무다. 어떤 형식의 체전을 계획하고 있는지 분명한 청사진을 제시할 때가 됐다.
-최: 대략 45만달러 정도의 경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장소는 조지 메이슨 대학 캠퍼스를 사용할 예정인데 원하는 날짜도 비어있고 대학측도 “돈이 문제는 아니다”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가능할 것으로 믿는다.
-박: 대학 캠퍼스 사용은 실무 책임자들이 결정 못하는 사안이라고 알고 있다. 각 장소마다 사용료 등이 다르고 절차가 복잡한 만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카운티의 협력도 받을 수 있으면 구해야 한다.
-김: 표면적으로 조직위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보다 구체적인 계획은 나중에 발표해도 된다. 한인들에게 먼저 조직위의 존재와 체전 전반에 대한 홍보에 주력하자는 뜻이다. 어떤 식으로 알려야할지 논의에 들어갔으면 좋겠다.
경비 마련과 관련해 한인 종교계의 협조도 이 자리를 빌어 구하고 싶다. 대표적인 교회 20여개만 접촉을 해도 큰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캔사스 시티 체전에서 볼링 경기를 어느 교회가 맡아 점심 등을 대접했는데 좋은 인상을 받았다.
-송: 캔사스 시티 체전 준비위원장에게 물어보니 “교회와 체육계가 수년간 좋은 관계를 맺어왔다”는 설명을 하더라. 워싱턴도 마찬가지로 시간을 갖고 한인사회의 중심축인 교회들을 적극 체전 준비에 관여시키면 좋겠다.
-김: 모범을 보이는 교회들도 있다. 특정 교회를 언급해야 하지만 서울장로교회는 볼링협회가 하는 행사를 잘 도와준다. 다른 종목들도 각 교회들과 연결돼 도움을 받으면 어떨까? 교회는 지역사회 선교라는 차원에서 체전에 참여하는 일을 불필요하게 생각하면 안된다고 본다.
-우: 체전 기간 중 하루를 택해 젊은이들을 위한 축제를 열고 워싱턴의 이점을 잘 활용해 관광 사업도 적극 전개했으면 한다. 전국에서 모인 청년들이 만나고 교제하는 좋은 기회를 마련해주면 좋을 것 같다. 옛날처럼 구태의연한 방식을 제고했으면 한다.
-최: 현재 주미대사관 문화원장과도 만나 체전을 논의했다. 차세대가 많이 참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 했다. 울프 트랩 등 야외 극장을 하루 빌려 청소년, 청년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건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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