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밀알’단장 정택정 목사의 안타까운 사연
“장애우를 돕는 목사가 장애인이 됐으니 이런 기막힌 일이 있습니까?”
메릴랜드에 거주하는 우덕호 씨의 음성에는 허망한 기분이 역력히 느껴졌다. 지난 달 중순경 한양공고 후배인 정택정 목사(사진)의 집을 찾아갔다가 침대에 누워 있는 그를 보고 놀란 가슴을 우 씨는 아직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다.
1-2분간 기절$2주후 증상 나타나 수술
엄청난 재활 치료비에 보험없어 한숨만
“이제 한인사회가 도와야”모금운동
1990년대 초 장애인을 섬기고 선교하는 단체인 ‘워싱턴밀알’을 설립한 정 목사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닥친 건 지난 달 중순경. 모 병원에 있는 정신지체 장애인에게 늦게나마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달하기 위해 찾아간 정 목사는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그의 주먹을 맞고 1-2분간 기절을 했다.
집에 돌아온 후 머리는 계속 아팠지만 진통제만 먹고 버텼다. 그렇게 2주가 지났을까?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고통을 호소하자 주변 사람들은 급히 그를 DC 내 한 병원으로 옮겼다. 뇌출혈이었다. 두 번이나 수술을 받았지만 제때에 치료를 하지 못한 탓에 거동은 몹시 불편하고 말도 어눌한 상태가 됐다.
더욱 안타까운 건 엄청난 치료비가 필요한 데도 보험이 없다는 사실.
우 씨는 “오바마케어를 들려고 했는데 정식 가입을 못한 상태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 아무런 보험 혜택을 못받고 있다”며 “앞으로 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제대로 받으려면 하루에 2,000달러가 든다고 하는데 아무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먼저 한양공고 동문들이 나섰다. 대여섯 명이 3,000달러를 모았다. 우선 이 돈으로 정 목사는 하루 200달러 정도의 비용이 드는 개인 병원을 다니며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 것도 보름이면 끝난다. 뇌출혈로 쓰러진 환자가 보름 만에 정상으로 돌아오기는 힘든 일이다.
우 씨는 “그나마 재활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 완쾌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사의 말에 희망을 갖고 있다”며 “몸과 마음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삶을 바친 성직자를 이런 안타까운 상황에 놔둔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정 목사의 가족들은 주변에 피해를 줄까 미안해하는 모습이여서 지인들을 더 안쓰럽게 하고 있다. “장애인 돌봄은 우리의 사역이고 장애우가 알고 한 일도 아니지 않느냐”는 생각에 가족들은 도움을 청하기를 꺼렸고 지인들의 입을 통해 조금씩 외부에 소식이 알려졌다.
다만 장애우들과 매일 삶을 나눠야 하는 정 목사 부부에게도 바람은 있었다. 몸과 마음을 마음대로 가누지 못하는 장애인들이기에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종종 얼굴로 주먹이 날아와 안경이 날아가기도 했고 머리가 뜯기기도 했다. 그들의 영혼 구원을 위해 감사하며 참으면서도 매는 안 맞았으면 좋겠다고 정 목사 부부는 사석에서 고백한 적이 있었다.
20여년전부터 정 목사와 교제해왔다는 전종준 변호사는 “자신을 위한 생각으로 24시간이 부족한 세상에서 남의 안녕을 위해 일하는 분이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축복이었다”며 “이제 주변 사람들이 정 목사 가정을 위로할 때”라고 말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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