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미 전국 항공운항 취소 4만건
▶ 공항서 며칠 씩 발 묶이며 발만 동동, 비즈니스 기회 놓쳐 손해 막심하기도
뉴웍 리버티 국제공항에서 얼음에 싸인 제트기의 표면을 녹이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케네디 국제공항의 푸드 코트. 비행기 이륙이 늦춰지고 항공편이 취소되면서 기다리다 지친 여행객들이 푸드 코트를 낮잠 자는 장소로 이용하고 있다.
올 겨울 유난히 심한 한파와 폭설로 가장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비즈니스 여행객들이다. 출장을 갔다가 비행기가 이륙하지 못해 공항에서 밤을 새우기도 하고, 고객과의 중요한 회합을 펑크내 사업상의 손해를 보기도 한다. 지난 달 미 전국에서는 악천후로 거의 4만 건의 항공운항이 취소되었다.
뉴저지, 시코커스에서 로이스 가죽이라는 회사의 마케팅 디렉터로 일하는 빌리 바우어는 지난해 12월 폭설로 발이 묶이면서 중요한 고객과의 회의를 망쳐버렸다. 몬트리얼에서 돌아오는 길인 데 항공편은커녕 버스나 기차 좌석도 구할 수가 없었다. 다급해진 바우어는 자동차를 렌트해서 눈폭풍을 뚫고 10시간을 운전했다.
그렇게 해서 늦은 오후 시간에 도착해 부랴부랴 양복을 걸치고 고객을 만났지만 허사였다. 최소한 그의 기분이라도 풀려고 했지만 기대하던 건은 성사되지 못했다. 궁극적으로 그 자리에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였는데, 그 자리에 갈 수가 없었으니 보통 답답한 일이 아니었다고 그는 말한다.
바우어처럼 출장이 잦은 사람들에게는 올겨울 한파와 폭설로 인한 피해가 엄청나다. 그런데 이런 악천후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이번 주 북동부와 남부에는 또 다시 눈과 얼음이 예상된다고 전국 기상대는 예보했다.
지난 달, 미국에서는 거의 4만 건의 항공운항이 취소되었다. 지난 두해의 1월달 운항 취소 건수에 비해 4배나 되는 수치이다.
지역 항공사인 리퍼블릭 에어웨이스는 지난 1월 예정된 운항의 85%밖에 완료하지 못했다고 지난주 발표했다. 1년 전에는 그 숫자가 96%였다. 지역 항공사들은 미국 내 항공운항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데 다른 항공사들도 리퍼블릭과 형편이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항공업계 컨설턴트인 로버트 만은 1월의 폭설로 미국의 주요 허브 도시 모두가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공항이 폐쇄되면 상업이 문자 그대로 정지되는 것이지요.”그는 올겨울처럼 날씨가 험했던 것이 1990년대 중반으로 기억한다며 20년 만에 찾아드는 악천후인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20년 전에는 비행기들이 지금처럼 꽉꽉 차서 운항되지 않았고, 항공편들이 지금처럼 톱니바퀴 맞물려 돌아가듯 촘촘히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올겨울 운항 취소사태는 국내 항공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고 그는 말한다. 달라스에 눈 폭풍이 오면 내슈빌에서 이틀간 발이 묶일 수가 있고, 애틀랜타의 얼음은 보스턴 발 시카고 행 운항에 차질을 빚을 수가 있다. 워싱턴의 폭설로 19시간 걸려 대륙을 횡단하는 악몽을 겪게 될 수도 있다. 한 지역의 폭설은 전국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연초 라스베가스에서 뉴 미디아 엑스포가 열렸을 때였다. 갑자기 맹추위가 전국 곳곳을 강타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불참을 통보해왔다고 홍보담당 디렉터인 조애나 키스만은 말한다.
행사는 2,300명이 참석할 것으로 준비되었지만 거의 20%가 참석하지 못했고 10여명의 연사들도 참석하지 못했다.
대륙 저 편의 날씨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카고의 시장 연구 분석가인 해리 블레이저는 2주 전 알게 되었다. 보스턴에서 이륙해 시카고로 가려던 그의 항공편이 애틀랜타의 악천후로 인해 취소된 것이었다.
“시카고와 보스턴 사이에는 날씨 문제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일이 일어나니 정말이지 맥이 다 빠집니다.”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생각다 못해 버스나 기차 등 다른 교통편을 이용하기도 하고 차를 렌트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륙을 횡단해야 하는 경우에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회의 플래너인 크리스토퍼 노이스는 지난해 12월 워싱턴에서 밴쿠버로 가는 데 19시간이 걸렸다. 워싱턴에서 시카고에 도착한 후 밴쿠버 행 비행기를 놓친 후 그는 멀리 토론토로 올라가 다시 밴쿠버로 가는 길을 택해야 했다.
비행기 이륙이 몇시간이 아니라 며칠 씩 늦춰지면 승객들은 샤핑에 나설 수밖에 없다. 텍사스, 어빙의 컨벤션 및 방문객 담당 총무인 마우라 가스트는 지난 12월 내슈빌에서 이틀밤 발이 묶였다. 그래서 그는 동료와 함께 택시를 타고 인근 타겟으로 가서 갈아입을 옷과 화장품들을 사야 했다회의 참석용 정장들만 챙겨서 길을 나섰기 때문에 공항에서 마냥 죽치며 입을 편안한 옷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조지아의 한 가구제작회사의 세일즈 매니저인 엘렌 새버그는 평생 잊지 못할 모험을 했다. 2주전 애틀랜타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노스 캐롤라이너, 윌밍턴으로 가서 디자이너들을 만나러 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윌밍턴은 물론 노스 캐롤라이너와 사우스 캐롤라이너로 가는 모든 비행기 편이 취소되었다.
생각다 못한 그는 차를 렌트해 강추위와 빙판길을 뚫고 7시간을 운전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고 보니 윌밍턴도 폭설과 얼음에 갇혀 있었다. 그가 만나야 할 사람들이 사무실로 나오지를 못하는 것이었다. 할 수없이 그녀는 아이패드로 일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
그날 저녁 디자이너들 중 한명이 이웃사람에게 운전을 부탁해 새버그를 찾아왔다. 그의 호텔 로비에서 두 사람은 인상 깊은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자신이 폭설을 뚫고 윌밍턴까지 간 것이 그 사람들의 마음속에 길이 남을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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