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노래방 사라지고
카페 융합형새로 등장
룸살롱시대도 끝나
워싱턴 지역의 한인 타운, 애난데일의 밤 문화가 바뀌고 있다. 한인 타운의 대표적인 밤 여흥문화인 룸살롱에 이어 전문 노래방 업소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애난데일 곳곳을 다니다 보면 간판만 썰렁하게 붙어 있고 불 꺼진 노래방 업소들이 눈에 띈다. 몇 해 전만 해도 불야성처럼 한인 타운을 밝히며 흥청대던 노래방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그 대신 카페와 노래방을 겸한 융합업소들이 새로운 대세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문을 닫은 업소만 해도 익스프레스, 챔피언, U&I, 강변 노래방 등 네 곳이나 된다. 이들 모두 노래방 전문 공간으로 오랫동안 한인들의 사랑을 받아온 업소였다.
이처럼 노래방 업소들이 간판을 내리는 이유는 당국의 엄격해진 단속이 첫손으로 꼽힌다. 대부분의 노래방들이 주방시설을 구비하지 않은 채 손님들의 술과 음식 요구에 응하다 된서리를 맞는 경우가 많다. 어떤 업소는 밤 2시 이후에 영업하다 적발돼 문을 닫았으며 불법 시설 증개축이 문제가 돼 단속에 걸린 경우도 있다.
모 노래방 사장은 “미국사회에 가라오케 문화가 없어 처음에는 당국에서 생소한 노래방 문화를 지켜만 봤다”며 “차츰 단속을 강화하면서 규정을 위반하면 바로 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화된 불경기도 한 원인이다. 워싱턴 지역에 노래방이 상륙한 것은 1990년대 말. 세이프웨이가 있는 몰의 뮤즈 카페 노래방(김가네 김밥 겸업)이 상호는 바뀌었지만 1호다. 그 뒤 서울플라자에 압구정동 노래방이 들어섰고 하나둘씩 늘어나 2000년대 중반 부동산 광풍이 몰아칠 때만 해도 애난데일의 노래방들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잘 나가는 업소들은 주말에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또 다른 노래방 사장은 “경기침체가 5년 이상 지속되면서 종전보다 손님이 절반이나 줄었다”며 “모 업소는 렌트비가 밀리면서 결국 쫓겨났다”고 실상을 전했다.
노래방 전문 업소들이 대부분 문을 닫은 반면 몇 년 전부터 등장한 카페형 노래방들은 성업 중이다. 카페 솔레, 아라, 다인, 초콜릿, 꿀돼지 이자가야, 바덴바덴, 카페 투아 등 업소들은 음식과 술을 판매하는 카페에다 노래방 시설도 별도로 갖춰 영업하고 있다.
전문 노래방 업소의 퇴조와 함께 유흥업소인 룸살롱이 사라진 것도 워싱턴 밤 문화의 한 특징이다. 미국 경제가 호황이던 2000년대 초중반에 노던 버지니아에만 5-6개의 룸살롱이 번창했다. 4인이 술을 마실 경우 적어도 1천 달러는 들어도 주말에는 빈 방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당국의 불법영업 단속과 함께 경기침체가 시작되면서 하나둘씩 문을 닫았고 노래방 도우미 문화가 활성화된 것도 퇴조에 한몫했다. 2년여 전 서울플라자에 있던 카페 블루가 마지막으로 간판을 내리면서 워싱턴 지역의 룸살롱 시대는 종언을 고했다.
한 단체장은 “술 한 잔 마시고 노래방이나 룸살롱에서 마이크 잡고 신나게 노래 부르면 스트레스 해소에는 최고였다”며 “자주 찾던 업소들이 대부분 문을 닫은 걸 보니 세태 변화를 실감케 한다”고 말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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