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내 의식이 눈을 뜨면 내 시야에 처음으로 들어오는 것은 그리스 조각 ‘사모스 경기의 승리’의 포스터다. 나는 아침마다 침대에 누워 저 작품을 조용히 바라보며 아름다운 신비에 빠진다. 만일 神이 이 세상에 그 많은 예술품 중 한점만 남겨 놓는다면 어떤 것이 좋겠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없이 "사모스 경기의 승리"라고 말할 것이다.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저 작품은 내게 처음으로 "美란 얼마나 경이로우면서도 사람을 경악시키는지 알게 해준 작품이다. 지금은 루브르궁 정원에 유리피라밋이 생겨 그 안으로 들어가 박물관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여러개 있지만 옛날에는 루브르 정문으로 들어가 긴 공간을 지나면 높은 계단 위에 그 조각 작품이 홀로 서 있었다.
나는 아침에 문을 열자마자 그곳에 들어가 처음 그 작품을 보는 순간 마치 神이 날개를 펴고 저 꼭대기에서 나를 향해 달려오는 듯해 내 피가 얼어붙는 듯했다. 그때 생전 처음으로 美가 섬뜩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또 저 ‘사모스 경기의 승리’로 인해 너무도 어렵고 위대하며 난해하면서도 엄청난 신비로 가득찬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詩’ ‘두이노의 비가 1’에 나오는 길고 긴 시의 한 구절 즉 "아름다움이란 우리가 간신히 견디어내는 무서움의 시작일 뿐"이라는 구절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해준 작품이기도 하다. 릴케도 ‘samoth 경기의 승리’는 ‘고대예술의 총화’라고 말했다.
나는 저 작품은 조각의 상태를 뛰어넘어 神이 인간의 손을 통해 만든 작품이라 생각한다. 고대예술의 궁극적 탄생이며 초시대적이고 고대인의 영적 상징이라 믿는다. 그것은 날으는 형상뿐 아니라 느끼고 있는 형상이며 지금도 아니 영원히 생명으로 가득차 숨쉬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스의 태양과 그 바다 그리고 바람뿐 아니라 폭풍까지도 깊게 감싸며 온 열정을 다해 힘껏 펼친 날개의 거대함과 우아하고 섬세한 옷의 율동은 나를 매일 아침 순수한 예술에 대해 묵상케 한다. 그토록 많은 시대가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어떤 시대의 조각품도 그리스 조각의 그 아름다움과 신비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고 난 생각한다.
그리스인들은 작품의 완성도가 그들의 미적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다 부숴버리고 사회 자체가 미학적 사회였다. 미가 곧 선이라고 믿었던 사회였기에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인간의 몸관리는 우선이었다.
바티칸엘 가면 그리스인의 두상조각과 로마인의 두상조각이 복도 양편에 쭉 길게 늘어서 있다. 헌데 두 종류의 조각이 주는 느낌이 너무도 다르다. 왜 그런 것일까? 그리스인의 얼굴은 깊고 지혜와 영성으로 가득찼는데 로마인 조각은 좀 심하게 표현하자면 깡패(?) 얼굴 같은 느낌이 든다. 로마인의 얼굴조각은 야망과 정복과 야심으로 가득찼던 시대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헌데 그리스조각에서 얼굴에 미소가 들어가고 표현의 깊이가 인간의 내적에서 외적으로 향하기 시작하면서 그리스 조각은 쇠퇴의 시기로 들어선다. 또 루소는 그리스는 철학과 담론이 활발히 발달되고 비극의 상연과 시와 음악이 발달되었지만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시대에 문학을 철학적으로 풀어주고 설득시킬 때 詩와 음악은 사라졌다고 했다.
결국 예술이란 설명되고 설득되면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감동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예술은 그 하나하나가 생명이며 완벽한 하나의 세계이기에 순수한 감동이 있어야 한다. 괸객 개개인이 예술에서 받은 다른 감동들이 온 우주를 향해 아름다움으로 확대되어갈 때 인간의 순화된 아름다움은 세상을 밝게 할 것이며 또다른 창조로 이어질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라는 말이 이런 감동의 결과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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