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가주 샤핑몰에 포리스트 론 매장 등장
▶ 유골 단지, 관 판매하고 장례정보 제공, 샤핑몰 방문객 첫 반응은 ‘거북하다’, ‘죽음 준비도 삶의 일부’ 받아들이기도‘
생기 넘치는 샤핑몰에서 죽음을 떠올리는 상품들이 진열되는 데 대해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최근 글렌데일 갤러리아에 등장한 포리스트 론 진열대. 공원묘지 기업인 포리스트 론이 샤핑몰에 진열대를 설치, 고객들에게 다가가는 마케팅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가 옷을 사기 위해 가는 곳.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가는 곳. 틴에이저들은 사실상 거기서 사는 게 아닌가 싶은 곳. 샤핑몰이다. 온갖 사람들이 모여들어 온갖 것들을 사는 그곳에 최근 색다른 가게가 들어섰다. 장례용품을 팔고 장례 정보를 제공하는 가게이다. 포리스트 론은 현재 남가주의 대여섯 샤핑몰에서 이동식 간이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공원묘지 업체인 포리스트 론이 지난 2년 간 조용히 그러나 꾸준하게 추진해온 사업이 있다. 남가주의 샤핑몰에 이동식 간이 매장을 설치하는 것이다. 2010년대 초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Til We Meet Again)’라는 업체는 전국 여러 주에서 관을 비롯한 장례용품 매 장을 열기 시작했다. 장례업계로서는 혁신적 마케팅이었다. 포리스 론의 샤핑몰 진출은 이 같은 혁신의 연장선상으로 이해된다.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그들에게 다가가려는 것입니다. 샤핑몰은 그에 딱 맞는 곳이지요.”
포리스 론의 대변인인 벤 서스만의 말이다. 미국에서 대표적 공원묘지인 포리스트 론에는 많은 유명 인사들이 영구 거주하고 있다. 월트 디즈니, 엘리자베스 테일러, 마이클 잭슨 등이 있다.
포리스트 론의 샤핑몰 진출과 관련, 서스만은 “공원묘지에 직접 오기를 께름칙해 하는 사람들에게 다가 가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왜 께름칙해 할까? 당연한 것 아니냐고 장의 업계 측은 인정한다. 장의사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꼭 들어가야 할 날 바로 전날에도 들어가고 싶지 않는 곳이 장의사라는 것이다.
“누구나 해야 하다고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 장례 계획”이라고 국제 묘지, 화장 장례 협회의 로버트 펠리스 총무는 말한다.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와, 날씨 좋으네. 나가서 내가 묻힐 장지나 구해 볼까“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샤핑몰에서 생기 넘치고 기분 좋은 사람들 틈에 끼여 장례용품 판매대를 지난다면, 느낌이 좀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 “사람들이 꼭 뭐가 필요해서 샤핑몰에 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의 공동 창업자이자 사장인 네이탄 스미스는 말한다. 이 업체는 애리조나, 루이지애나, 캔사스, 인디애나, 텍사스에 매장을 가지고 있다.
샤핑몰을 다니며 티셔츠와 후디의 값을 따져보다가 우연히 관이나 유골단지를 파는 곳을 본다면 거부감이 훨씬 덜 할 것이라고 스미스는 말한다.
포리스트 론의 샤핑몰 진출은 소리 소문 없이 시작되었다. 처음 이글 락에 이동식 간이 매장 하나로 시작해 지금은 대여섯 샤핑 몰로 확대되었다. 포리스트 론은 간이 매장을 정기적으로 이곳 저곳으로 옮기면서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려 하고 있다.
샤핑몰 통로에는 간이 매장이 많이 있지만 장의용품 판매대 직원들은 다른 직원들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요거트나 쿠키 등을 파는 매장 직원들은 공짜 샘플을 나눠주며 활기차게 손님들에게 다가가지만 포리스트 론 직원들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지난해 아케디아의 메이시스 백화점 입구에 세워졌던 포리스트 론 판매대. 직원들은 누군가 가 다가오면 미소로 맞으며 안내책자들을 나눠 주었지만 절대로 먼저 다가가지는 않았다.
최근 글렌데일 몰에서도 같았다. 사람들은 가던 걸음을 멈추고 은은한 나뭇잎 디자인의 유골단지나 LA 다저스 로고가 찍힌 유골 단지를 살펴보았다. 간이 진열대에는 포리스트 론 직원 채용 포스터도 함께 걸려 있었다.
샤핑몰에 장례용품 진열대가 등장한 데 대해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샤핑몰에 가서 걸어 다니는 데 거기 장의사가 있다? 그건 너무 심한 것 아닌가”라고 은퇴한 고교 교사인 스탠 슬롬은 말한다.
하지만 그게 눈길을 끌어서 히트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점을 그는 인정한다. 86세의 슬롬은 장의사들이 동네 식당에서 세미나를 열며 초청하는 우편물들을 받곤 한다고 말한다. 장의사가 제공하는 식사를 하며 왜 그 장의사를 선택하는 게 좋은 지 설명을 듣는 것이다. 그 자신은 그런 세미나에도 관심이 없지만 개중에는 그런 데 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그는 받아들인다.
포리스트 론의 샤핑몰 마케팅이 성공을 한다면 부분적으로 베이비 붐 세대의 노령화 덕분이라고 전국 장례 지도사 협회의 제시카 코트는 말한다. 역사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죽음에 대해 말하고 싶어 하지 않았고, 생각조차 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가장 나이 많은 사람들이 70으로 들어서는 베이비 부머들은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소위 녹색 장례를 지지하고 있다. 콘크리트 납골실이나 관을 쓰지 않고 유골이 자연스럽게 흙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친환경 장례방식이다.
그런가 하면 자신을 보여주는 뭔가를 살린 관이나 유골단지를 특별 주문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개 생전에 좋아하던 자동차나 스포츠 팀을 상징하는 것들이다.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의 스미스 사장은 이동식 변기 모양의 관을 주문 받은 적도 있다고 말한다. 이동식 변기 제조 회사 사장이었다.
이런 식으로 생각을 바꾼다면 샤핑몰에 가서 장례 용품들을 살펴보고 장례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그렇게 어색하지만은 않은 게 아닐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