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차들이 미국 내 고급차 시장 공략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기아차는 야심차게 내놓은 플래그십 세단 ‘K900’의 판매를 이달부터 시작했고, 현대차는 지난해 내놓은 에쿠스 페이스리프트 모델에 이어 오는 5월 제네시스의 풀체인지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다.
가격은 4만~7만 달러 선. ‘품질대비 싼 가격’의 중저가 대중 브랜드 이미지를 벗고 BMW, 렉서스, 벤츠 등 프리미엄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쟁한다는 목표다. 고급차 시장에서 실속 있게 판매량을 늘리고 브랜드 이미지를 상승시키며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전략이다.
지난달 뉴포트비치에서 열린 ‘K900’의 미디어 시승회에서는 기아차가 K900에 거는 높은 기대를 느낄 수 있었다. 럭셔리 모델의 ‘급’에 맞게 최고급으로 꾸몄다는 이벤트 속에서 호평이 쏟아졌다. 한국 언론은 물론 외신 기자들 대부분은 ‘기대 이상’이라며 성능이나 디자인 면에서 유럽 고급차와 겨뤄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을 내놨다.
하지만 6만 달러나 되는 K900가 럭셔리 시장에서 얼마나 선전을 할 수 있을까. 렉서스 LS나 벤츠 S클래스와 견줄만한 성능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고 하더라도 ‘네임 밸류’의 문제가 남기 때문이다. 시승회에서 “K900의 유일한 단점은 기아차 로고”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고급차는 합리성보다는 브랜드 로열티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고급차의 상징, S클래스 벤츠를 사는 소비자는 자동차와 함께 벤츠라는 브랜드가 갖는 ‘부와 명예’의 이미지도 함께 구입한다. 10만 달러의 가격에는 이 ‘이미지 값’도 포함된 것이다.
기아는 K900의 타깃 층을 기존의 고급 브랜드 매장을 찾던 고객들로 잡았다. 그러나 현재 미국시장에서 기아 브랜드가 ‘이미지 값’을 제대로 받으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단순히 품질을 넘어 세계적인 브랜드와 겨룰 고급스럽고 특별한 이미지가 갖춰져야 한다.
도요타가 신규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위해 막대한 자금투자를 감수하며 렉서스를 출시한 이유와 같다. 소비자들에게 중소형차 시장으로 포지셔닝 돼 버린 기존의 브랜드 이미지로는 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이었다.
이런 이유로 현대와 기아 로고를 달고 고급차를 팔기는 무리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중소형차 시장에서 품질을 인정받았고 근년 크게 성장을 거듭해 왔다고는 해도 럭셔리 시장은 또다른 차원의 경쟁이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에게 ‘기대치를 넘어서는 가치’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어야 한다. 브랜드 충성심이 비교적 약한, 감성적이 아닌 합리적으로 차를 고르는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그들을 움직이게 할 ‘그 무엇’을 찾아내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차가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많은 난관들을 극복해야 한다. 인내와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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