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전인수(我田引水)와 이중잣대라는 용어는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고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의미에서 서로 상통한다. 중국 맹자 이루편[離婁編]나오는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진 아전인수는 남의 윗 논 뚝을 허물어 제 논에 물을 데는 행위를 말한다. 남이야 어떻게 되던지 자기에게만 유리하게 되도록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우다. 이중잣대는 어떤 언행이 자기가 할 때는 옳고 남이 할 때는 옳지 않다고 주장하는 평가방법을 말한다. 예를 들면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하면 간통이다.’라고 억지를 쓰는 경우다.
아전인수와 이중잣대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인간이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원천적인 성품’이기에 인간이 사는 사회에서는 어느 곳에서는 볼수있지만 한국 정치판에서 그 도가 아주 심한 것 같다. 사실 따지고보면 한국 정치판의 역사는 많은 부분이 아전인수와 이중잣대가 서로 교차하여 이루어져 왔다해도 과언이 아닐게다. 그 대표적인 예가 정치인들의 논문표절문제다. 물론 이 문제가 정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언행에 있어서 신앙양심을 표상으로 삼아야 할 한국 한 대형교회의 담임목사가 박사학위논문표절문제에 휘말려 사회에 큰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지난 2월 20일 논문 표절 의혹으로 탈당했던 문대성 의원(부산 사하갑)을 복당시켰다. 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문 의원의 복당에 대해 합의했다”고 발표, “문 의원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고, 체육계에서 앞으로 당이나 국가를 위해 해야할 일이 많기에 이렇게 합의했다”고 복당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문 의원의 탈당 원인이었던 ‘논문 표절’ 의혹은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서는 한마디의 언급도 없었다. 새누리당은 야당시절에 논문표절이라는 이유로 두 교육부장관을 취임 4-6주만에 퇴출시킨 ‘역사’를 가지고 있다. 새누리당이 저지른 대표적인 아전인수와 이중잣대의 예다.
문 의원은 지난 2012년 총선 때 박사학위 논문에 대한 표절 논란이 불거지자 당선자 신분으로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동아대 교수직을 사퇴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논평을 통해 “공천과정에서 문 당선인의 표절 문제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데 국민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까지 한 바 있다. 문의원에게 박사학위를 수여한 국민대 당국은 몇 달 전 문의원의 논문에 표절사실이 있음을 인정, 박사학위를 취소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내가 알고 있는 한 미국 국회의원가운데 논문표절로 물의를 일으키거나 의원직을 떠난 사람은 없다. 지금은 부통령직을 맡고있는 조 바이든 상원의원이 1980년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나왔을 때 일이다. 바이든후보는 선거유세중 영국 노동당 네일 킨노크(Neil Kinnock) 하원의원후보의 연설문을 일부 표절한 사실이 언론에 발각되어 후보를 사퇴했다. 킨노크후보는 마가렛 대처수상과 대결하여 노동당을 대표하여 선거전을 벌이고 있었다. 바이든후보는 킨노크후보 연설문가운데 그가 가난한 가정에 태어나 자수성가한 과정을 인용없이 마치 자신의 것처럼 연설문에 삽입했다가 들통이 난 것이다.
학술단체협의회(이하 학단협)가 2012년 19대 국회의원 당선자 7명의 논문들이 표절의 의혹을 받고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19대 국회의원가운데 박사 학위를 받은 의원은 총 300명가운데 35명이 넘는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미국 상하원에 박사 학위소지자는 상원 100명과 하원 435명 도합 535명가운데 4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왜 한국정치인들은 박사학위를 좋아 할 까? 왜 미국에서는 가짜 박사를 찾기가 힘들까?
아무리 한국사회풍조가 학벌과 학위를 중시하고 박사학위가 자신의 위상을 높여준다 하더라도 일단 그 학위가 표절로 이루어 졌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해당 국회의원은 여야를 막론하고 직을 떠나야 하지 않을까? 여기에 아전인수와 이중잣대가 작용하는 것은 국격과 국제경쟁력을 저하시키는 결과밖에 가져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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