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에 부역한 프랑스 국영철도(SNCF)가 피해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지 않을 경우 미국 자회사가 워싱턴 교외에 전철 철로를 건설하는 조달사업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이 메릴랜드에서 심의되고 있다. 프랑스 국영철도는 당시 유대인들을 죽음의 캠프인 아우슈비츠로 실어 날랐다.
10일 애나폴리스 주의사당에서 열린 법안 공청회는 어느 때보다 비장한 기운이 감돌았다. 법안 관철을 위해 노환에도 열정적으로 활동했던 홀로코스트 생존자 레오 브레톨즈(파익스빌 거주)가 이날 진술을 하기로 돼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이틀 전 유명을 달리한 것. 1942년 아우슈비츠행 열차에서 가까스로 탈출해 목숨을 건졌던 그는 93세 생일 며칠 뒤 세상을 떠났다. 이날 공청회에는 역시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로젯 골드스타인이 플로리다에서 와서 대신 진술을 했다.
브레톨즈 등은 락빌에 소재한 SNCF 자회사인 케올리스가 뉴캐롤턴과 베데스다를 잇는 24억 달러 규모의 퍼플라인 공사 및 운영에 다른 3개 회사와 함께 입찰 신청을 하자 이를 막는 운동을 벌였다. 브레톨즈는 불편한 몸으로 15만4,000여명의 서명을 받아 탄원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브레톨즈의 활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홀로코스트 철도정의연합을 이끌고 있는 그는 지난 2011년 주의회에서 케올리스가 MARC 열차의 대형 계약에 입찰하지 못하도록 막는 법안을 심의하게 만들었다. 당시 이 법안은 조달사업 참여업체에 충분히 자료를 공개하도록 요구했고, SNCF가 이를 받아들여 케올리스는 입찰에 참가할 수 있었지만 최종선택에서 탈락했다.
1940년 프랑스가 독일에 항복한 뒤 SNCF는 7만6,000여명의 유대인 및 다른 피해자를 독일로 수송했다. 이들 중 2,000여명만이 살아남았다. 프랑스 정부는 아직까지 미국내 홀로코스트 피해자에 대해서는 보상을 하지 않고 있다.
생존자측 변호인에 의하면 미국내 생존자는 600여명, 이중 메릴랜드에는 브레톨즈의 사망으로 단 10명이 남아 있다.
한편 이 법안과 관련 일본에 의한 정신대 혹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보상과 관련한 유사 법안 제정 가능 여부가 한인사회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2차대전 당시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한국과 중국에서 미쓰비시중공업, 신일본제철 등 일본의 개별 기업을 상대로 피해 보상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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