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융 계좌 신고’한인들 대책마련 부심
오는 7월부터 한국과 미국 간의 해외금융계좌 정보교환법(FATCA)이 시행되면서 한국에 거액의 금융자산을 갖고 있는 미주 한인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심지어는 미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포기하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상당수의 재산을 한국에 두고 1990년대 말 이민 온 김 모씨(맥클린 거주)는 조만간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그는 “잘못하다 벌금 폭탄을 맞을까봐 한국에 가서 은행계좌 등을 정리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게끔 조처를 해야겠다”며 “현재는 부동산이나 다른 투자처를 찾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 이민 온 박 모씨(엘리컷시티)도 휴가를 내 다음 달쯤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그는 “이민 오면서 부동산을 매각한 돈 일부를 은행에 넣어놓고 왔는데 이를 5만 달러 이하로 분산 예치하든지 아니면 정리해서 미국으로 갖고 올 생각”이라면서 “이런 골치 아픈 일이 생길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처럼 미주 한인들이 한국내 재산 때문에 골머리를 앓게 된 건 한·미 양국간 ‘납세자 정보 자동 교환’에 대한 조세조약이 5월말 체결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 7월 1일부터 미 영주권자나 시민권자의 한국내 계좌는 5만 달러 초과 시 계좌정보 모두가 미국 국세청(IRS)에 자동 통보된다. 동시에 영주권자를 포함한 한국인의 미국 내 계좌는 기존의 100만 달러 이상에서 1만 달러 이상이면 한국 국세청에 통보된다.
문제는 미주 한인들 중 상당수가 한국 내 금융자산을 미 세무 당국에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점. 한국 등 해외에 1만 달러가 넘는 금융계좌는 미 재무부에, 5만 달러가 넘는 계좌는 미 국세청에 신고할 의무가 있지만 미 세무당국이 일일이 파악하기 힘든 점을 이용해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양국에 금융재산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 미신고에 따른 가산세와 벌금 폭탄 등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미국의 해외계좌신고법(FBAR)에 따르면 역외탈세 혐의가 인정될 경우 계좌당 최소 1만 달러에서 최대 미신고 은행잔고 금액의 50%(50만달러 이하)를 벌금이나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한국에 금융자산을 둔 한인들은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게 된 것이다.
한국의 은행 PB(Private Banking)센터 등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한국에 있는 금융계좌 잔액 등 정보가 미국으로 넘어가기 전에 통보 대상에서 빠지기 위해서 관련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문의자들 중에는 미국 거주 한인들은 물론 한국에 거주하거나 체류 중인 미 시민권자, 영주권자들도 상당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국 내의 미국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는 약 13만 명으로 추산되며 이들이 보유한 5만 달러 이상 은행계좌는 약 1만개에 이르는 것으로 은행권은 파악하고 있다.
6월 말 기준 계좌 잔액을 5만 달러 밑으로 낮추기 위해 예금을 해지해 현금으로 보관하거나 다른 곳에 투자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한 금융사에서 5만 달러만 넘지 않으면 금융사의 신고 의무가 없기 때문에 분산 예치가 한 대응책으로 각광받는 추세라 한다. 일부 한인들은 은행계좌 정리에서 나아가 아예 시민권이나 영주권 포기를 놓고 고민에 빠진 경우도 있다.
1980년대에 이민 온 이 모씨(맥클린)는 “세금 폭탄을 맞아 고생하느니 시민권을 포기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다만 오래 해온 비즈니스를 정리하는 게 쉽지 않아 고민하고 있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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