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한국서 짝 데리고 온 2세들
결혼적령기를 놓치거나 원하는 이성을 찾지 못한 한인 2세들 가운데 지인의 소개나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한국에서 성장한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지만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갈등을 겪거나 상담기관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외형적으로만 보면 한인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결혼식을 올리지만 자라온 환경과 문화적 차이로 인해 갈등을 빚는 것은 물론, 부부간의 반목으로 이혼이라는 파국을 초래하기도 한다.
“일상생활 뒤치다꺼리 너무해”
“친구앞서 영어만 사용 날 무시”
■사례
30대 중반을 넘어선 전문직 종사 한인여성 1.5세 김모(페어팩스 거주)씨는 몇 년전 친척의 소개로 서울에 사는 동갑의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했으나 막상 미국에서 마땅한 직업을 찾지 못한 남편은 한인업체에 취직해 다니고 있지만 아내 월급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제력, 영어구사의 부족 등 아내에 대한 열등감이 깊다. 이런 열등감은 곧잘 언어폭력을 동반, 부부사이에 골이 깊게 패여 김 씨는 이혼을 고려중이다.
지난해 겨울 한국에서 대학원을 졸업한 여성과 결혼한 한인 2세 이모(35)씨는 요즘 부부싸움이 잦다. 직장에서 퇴근 해 돌아오면 아내가 ‘리스트’를 내밀며 전화해 줄 것과 각종 납부명세서도 처리해 줄 것을 요구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하루 종일 힘들게 일하고 와 쉬고 싶은 그에게 이만저만한 스트레스가 쌓이는 게 아니다. 이씨가 “대학원까지 졸업했는데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지적하자 아내는 “미국생활이 처음인데 남편이 당연히 챙겨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하면서 사사건건 갈등을 빚고 있다.
한국에서 친척 소개로 한인 2세를 만나 한 달 만에 급행으로 결혼한 여성 김모(34)씨는 한국 귀국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경우. 김씨는 “외모만 한인이지 김치도 싫어하고 모든 게 외국인과 다른 게 없다. 특히 친구를 만나거나, 부부싸움을 하면 영어로만 말하는 등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 남편에게 정이 떨어진다”고 토로했다.
■실태
워싱턴 한인가정상담소(이사장 정인숙)에 따르면 이렇듯 결혼시기를 놓치거나 원하는 이성을 찾지 못한 한인 1.5-2세 상당수가 부모님의 권유로 한국 출신의 배우자를 만나지만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뒤늦게 배우자를 찾아 단기간 내 결혼한 커플들의 경우 상대방의 자라온 환경이나 문화를 인정하지 않고 문화·언어적 갈등을 호소하는 케이스가 과거에 비해 배 이상 많아졌다.
모니카 리 카운슬러는 “한국에서 데려 온 배우자와 김치 등 사소한 식문화, 문화 차이로 인해 부부갈등이 많이 발생한다”며 “특히 남자를 한국에서 데려 온 경우, 남자가 주도권을 잡고 여자가 따르는 기존의 전통적인 역할이 뒤바뀌며 많은 가정문제를 일으킨다”고 밝혔다.
■대책
전문가들은 한인사회에서 늘어나고 있는 한국 출신 배우자와의 결혼생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관용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또 혼기를 넘겨서 상대방을 만났더라도 충분한 교제기간을 갖는 것도 건강한 결혼생활을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모니카 리 카운슬러는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봐야 하는데 상대방에 대해 쌓이는 것이 많다 보니 사사건건 부딪힌다”며 “외형적으로는 같은 한국사람 이지만 자라온 환경 및 성격은 쉽게 변화되지 않기 때문에 배우자 그대로를 인정하고 문화적 차이 극복을 위한 소통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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