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날드 매키친 민주당 상원의원의 수정안은 예상대로 1월 22일 동해병기법안 본회의 표결 전에 긴급 제출됐다. 맥컬리프 주지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그가 왜 수정안을 내게 됐는지는 불을 보듯 뻔했다. 물타기를 하자는 것이었다. 겉으로는 다른 소수계들에게도 형평성 있는 법안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결국은 이리저리 표류하다 법안이 회기 내에 처리되지 못하도록 하자는 계획이었다. 이같은 행동은 전날 주지사를 만난 사사에 겐이치로 주미일본대사의 뜻에 따른 것이라는 점도 분명해 보였다.
버지니아 주의회 안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 때 한인사회에 신속히 정보를 전달해 대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도운 사람은 다름 아닌 팀 휴고였다. 일본대사가 주지사를 찾아왔던 날 휴고 하원의원(공화)은 피터 김에게 전화를 했다. “일본은 대사가 직접 내려와 로비를 하고 있는데 한인사회는 뭐하느냐”는 것이었다. 피터 김 회장에게는 ‘정신차리라’는 질책처럼 들렸다.
이 때부터 김 회장은 고민을 안할 수 없었다. 일본과 한국의 외교 분쟁이 되고 국제사회의 시선을 모으는 이슈로 커져버리면 ‘미 교과서 동해병기’라는 실제적인 목표는 상실된 채 두 나라의 소모적인 힘겨루기가 끊임없이 이어질 우려가 있었다. 그건 전혀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반대로 미국 학생들에게 바른 역사, 소수민족에게도 객관적이고 공평한 교육을 실시한다는 명분이 흐려지고 엉뚱한 곳으로 초점이 돌려질 때 이득을 취하는 나라는 일본이었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김 회장은 하원 표결을 앞두고 다른 결단을 하게 된다. 조용한 시민운동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게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지원군 요청을 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어떻게 도움을 주는 것이 좋겠느냐는 전화가 총영사실에서 걸려오기도 했었는데 그 때는 “지금은 한인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이 좋겠다”고 대답을 한 적이 있었다. 여론전이 돼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되면 의원들이 부담을 갖게 되고 표결에 좋지 않은 영향만 미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을 했다. 총영사실은 알겠다며 후에 어떤 일이라도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며 전화를 끊었었다.
마침내 상원 본회의 표결이 진행됐다. 매키친 의원의 엉뚱한 수정안 제안은 부결됐고 결과는 찬성 31표, 반대 4표, 기권 3표. 주지사의 최측근이고 상원 원내대표라는 위치도 힘을 발휘하지 못했고 공공연한 비밀 외교를 펼친 일본은 오히려 초라한 꼴이 됐다. 이에 한인사회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다음 목표인 주하원을 공략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계속>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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