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일이다. 주차장에차를 세우려고 하면 내 앞에서 자리가 생긴다. 상점에서계산을 하려고 줄을 서 있으면 옆 줄이 열리면서 지루한기다림 없이 계산을 마치게된다. 필요한 물건이 있었는데뜻밖의 사람이 내게 그 물건을 가지고 온다. 이런 일들은내게는 잘 생기지 않는 일들이다. 내게 익숙한 일은 다음과 같다. 주차장에서 주차를하려고 한참을 기다리다가지쳐서 자리를 뜨면 바로 그자리가 나고 내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차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상점에서 계산을 하려고 줄을 서 있으면 내 앞에있는 사람이 엄청난 양의 쿠폰을 지갑에서 느릿느릿 꺼내기 시작한다. 필요한 물건이있어서 사러 가면 하필 어제그 물건이 떨어져서 4주는 지나야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특별한 이유없이 이런 익숙한 패턴이 깨지기 시작했다. 기대하지 않았던 일들이 일어나기시작하던 초기에는 기뻤다.
이런 행운이 나에게 줄줄이찾아오다니, 그야말로 짜릿했다. 아이러니한 일은 자꾸 이런 행운이 반복되면 반복될수록 내면에서 이는 묘한 긴장감을 대면해야 했다는 것이다. 일이 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나던 짜증과는 구별되는 이 묘한 긴장감은 왜 이렇게 좋은 일이 나에게 이유없이 일어나는 것일까라는 막연한 질문으로 시작해, 인생에는 공짜가 없다는데 내가받고 있는 일상의 행운은 내게 어떤 형태로 반대급부를청구를 해올까, 아주 나쁜 일이 벌어지기 전에 신이 나에게 미리 주는 위로의 선물같은 것일까하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으로까지 확대되면서나를 불편하게 했다. 이상하다. 괴상하다. 세상이 내 편이되었는데 왜 나는 불안해진걸까. 세상이 내 뒤를 봐주고있다는데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기분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늘 최악을 기대하면 진짜로 최악의 상황이 펼쳐졌을때 실망하는 일이 적을 것이라는 조언을 흔히 듣는다. 실제 그런 경우도 있지만, 정말최악의 상황을 만나게 되면실제 최악의 상황은 내가 머릿속으로 상상해 오던 최악의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가많기 때문에 여전히 힘든 상황을 만나면 실망하고 절망하게 된다. 또 내가 얼마나 그상황에 잘 준비되어 있느냐와는 상관없이 감정적으로도최악의 상황을 맞닦뜨리게 되면 괴롭고 슬프고 아프고 쓰리다. 이처럼 최악을 대비하면서 사는 삶의 태도는 최악의상황에서 효과적으로 내가살아남도록 돕지도 못하지만,기쁜 일을 만났을 때 기쁨을제대로 느끼지도 못하도록 방해를 하기 때문에 할 수 있다면 멀리해야 할 태도 중 하나이다.
개인의 취약점에 대해 연구한 Brene Brown에 따르면 기쁨과 슬픔 등 모든 감정은 같은 곳에서 탄생한다고 한다.
우리는 쉽게 슬픔을 최소화하고 기쁨을 최대화 하려는노력을 하지만, 감정이라는 것이 본디 한 곳에서 시작되기때문에 슬픔 감정을 억누르게 되면 반드시 기쁜 감정이함께 억눌리게 된다고 한다.
감정의 선별적 봉쇄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늘 좋지 않은 상황을 예비하려는 노력을 하며 살던 내게 연속된 행운이 가져 온 불안감을 바라보면 이해가 쉬워진다. 나는애초에 행운을 즐길 수 있는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었던것이다. 그저 기쁠 때는 기쁘고 슬플 때는 슬프면 되는 일이 나에게는 쉽게 해 볼수 있는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쉽게 할 수 없는 일이 반복되니불안해 졌던 것이다.
아픔을 피하고 최악을 대비하는 마음으로 사는 것으로는 최악을 피할수도 없을뿐더러 좋은 감정도 무엇하나제대로 느낄 수 없게 된다. 모든 감정은 모두 동일한 가치를 가지고 내 삶에서 자리를차지할 수 있어야 한다. 있는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용기다. 판단하지 않고 주어지는 대로 볼 수 있는 것은능력이다. 아픔을 피하지 않고 진정으로 아파할 수 있는용기만이 기쁨을 만끽할 수있는 문을 열어준다. 나를 위해 살겠다는 세상에게 감사하다. 그리고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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