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70년도에 올림픽 가에서 어린이백화점이란 사업을 했다. 그 상점에 신발 코너가 있었는데 많은 한국 사람들은 끈 없는 아이들 신발을 찾았다. 당시 도매상에서 끈 없는 아이들 운동화를 구하기 힘들어서 일본산 슬리퍼를 구비해 놓았더니 날개 돋치듯 잘 팔렸다.
원래 고무신을 푹푹 끼어 신었던 편리함에 길들여진 민족이라 아이들의 운동화 끈매기란 일종의 수양같이 답답했을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
그때 내가 LACC에서 유아교육 강의를 들었는데 운동화 끈을 꿰는 유아용 장난감이 있었다. 그래서 운동화의 끈 꿰기를 단순하게 생각 할 일이 아닌 것도 깨달았다. 아이들의 슬리퍼는 신기 편리하지만 돌이나 보도블럭, 나무뿌리에 걸리면 일생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그 운동화 끈 꿰기가 작은 일이지만 모든 일의 시작과 끝맺음의 과정을 익히는 안전한 일상을 위한 매뉴얼의 실천인 것이다.
생각해 보라,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루기 위해 우리들은 운동화 끈 꿸 여유도 없이, 신발이 벗어지면 때로는 맨발로 피 흘리며 얼마나 무리하게 뛰었던가. 그렇게 모든 일을 급히 빨리 처리 할 수 있는 순발력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룩했다고 자부하고 싶지만 이제 그 한계를 넘은 것 같다.
어떻게 세월호 침몰 같은 재난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단 말인가.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무슨 말이 위로될 것인가. 할 말이 없다. 온갖 언론이나 영상 매체들이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 예를 드는데 그런 나라는 비상사태를 대비하는 매뉴얼이 있고, 그 매뉴얼을 존중하는 이성적이고 책임 질 줄 아는 민족성 때문에 순리대로 후속조치도 가능한 것이다.
매뉴얼이 있어야겠지만 지키지 않는 매뉴얼은 무용지물이다. 누가 누구를 나무랄 수 있단 말인가. 국가는 그 나라 국민성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다. 이 위기에 전문인도 아닌 사람들까지 중구난방 사고현장 간섭을 하고, 누가 입바른말이나 말 실수 한마디만 하면 벌떼같이 쏘아붙이니, 어느 장단에 맞춰 일 하겠는가.
심지어 외국 신문에 제 나라정부를 비방하는 광고를 내는 자가 있는가 하면, 세월호 침몰을 질타하면서 은근히 바닥에 깔려있던 지지도를 끌어 올려보겠다는 당도 정말 유치하다.
돌이켜보자. 적을 코앞에 둔 국가와 국민들이 푹 잠든 주일 새벽, 북한 탱크에 밀려 국토를 다 내 줄 뻔했고, 정권마다 공직자들의 부패무능을 대물림해서 대교가 절단되고, 아파트와 백화점이 무너지고, 배들이 침몰 당했던 것이 우리 역사다. 그런데 생전 처음 당한 일처럼 일년 반 된 정부만의 탓이라고 억지 부리고 있다. 그동안 운이 좋았을 뿐이다.
어느 나라가 사고책임을 몽땅 대통령에게 씌우던가. 지도자의 다스림의 원동력은 국민들의 존경심에서 나온다. 나라에 떼를 쓰고 공짜 밝히는 국민이 많은 나라 과연 잘 될까.
이제 모두 같이 책임지고 반성하며 장거리 마라톤 뛰는 각오로 신발 끈을 차례차례 꿰어 매고 뛸 준비를 해야 한다. 한꺼번에 다 고쳐지려는 것은 무리다. 민주시민이 되려면 정부를 비판하기 전 자신의 진정한 애국심부터 점검해야한다. 미국은 3천명이 넘는 9.11 희생자들의 신원을 십 년 지난 지금까지 조용히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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