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신건강협회 조소연(서있는 사람)회장이 ‘한인 청소년 우울증 공개 토론회’에서 정신건강에 대한 한인들의 인식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 3월 뉴욕한인회 이사회에 참석한 손경락(왼쪽 세 번째) 변호사가 참석자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형기 마친 뒤 찾아오는 사람들 작지만 큰 보람”
■ 국선변호인 손경락 변호사
살면서 자주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는 반면 웬만해선 얽히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이 있다. 손경락(31·사진) 변호사는 자주 만나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만나지 말아야 할 그런 사람이다.호탕하고 밝은 성격을 갖춘 그와의 만남이 기다려지다가도 ‘국선변호인’이라는 손 변호사의 특이한 직업이 그 만남을 마냥 반갑게 받아들이지 못하게 한다.
“저를 만나려면 형사사건에 얽혀야 해요. 그래서 우린 서로 안 만나는 게 더 좋겠죠(웃음).”손 변호사는 현재 70여명이 넘는 의뢰인들의 변호를 맡고 있다. 마약을 소지했거나, 물건을 훔쳐서 체포된 경우가 대부분이고, 때론 살인과 같은 큰 실수를 저지른 범인들도 그의 ‘의뢰인’이다. 물론 이들은 개인 변호사를 고용하지 못한 저소득층 주민들이다.
손 변호사는 “헌법상으로 보면 모든 피고인은 변호사를 선임받을 권리가 있다”며 “이 법에 근거해 소득액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한 사람들의 변호를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 변호사의 업무는 대부분 의뢰인들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나 증인을 찾는 일과, 또 자신에게 배정된 피고와 함께 법정에 서는 일로 구분된다. 특히 법정에선 피고의 입장을 최대한 잘 전달하고, 대변하려 노력한다. 국선변호사에겐 그저 매일 똑같은 하루 일상의 연속일지 모르지만, 형사 법정에 선 피고들에겐 ‘인생’이 달린 문제일 수 있기 때문에 절대로 긴장의 끈은 놓지 말자는 게 철칙이다.
“2년 전 경범죄를 저질렀지만 불법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에 법정에 섰던 의뢰인을 변호한 적이 있어요. 법적으로 보면 별로 큰일은 아니었음에도 추방될지 몰라 땀을 뻘뻘 흘리며 긴장하는 의뢰인을 보면서 이 일을 쉽게 생각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지요.”
지난 3년간 맨하탄 법원에서 변호를 맡았던 손 변호사는 최근 한인 등 아시안 이민자 비율이 높은 퀸즈로 근무지역을 변경했다. 마약을 소지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던 맨하탄과 달리, 퀸즈에는 음주운전과 주먹다짐으로 인한 폭행사건, 주택침임과 같은 범죄가 많다고 손 변호사는 말한다.
텍사스대(오스틴)를 거쳐 포담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한 손 변호사는 당초 검사가 되는 게 꿈이었다. 하지만 우연히 국선변호인 업무를 인턴으로 경험하면서, 로스쿨 졸업 이후 지금의 직업을 만났다. 공격에서 방어로 인생의 방향이 180도 바뀐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건이 마무리되면 의뢰인과의 관계는 끝을 맺어요. 그런데 가끔 전화를 걸어와 도움을 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는 의뢰인들이 있어요. 심지어는 형기를 마친 뒤에도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죠. 그럴 때 작지만 큰 보람을 느끼죠.”
<함지하 기자>
“노인문제 해결 체계적인 사회적 후원절실”
■ 한미정신건강협 조소연 회장
"언어, 문화, 세대 차이로 외로움을 겪는 한인 노인문제 해결을 위해 한인사회의 한 구성원이자 학자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한미정신건강협회의 조소연(37) 회장.
조회장은 뉴욕시립대(CUNY) 계열의 뉴욕시티 테크놀러지 칼리지(New York City College of Technology)에서 인간복지학과 조교수로 재직하며 한인사회 노인문제를 풀어나갈 차세대 인재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에서 발달심리 석사과정을 마친 조회장은 펜실베니아 주립대학에서 노인, 가족문제 분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현재는 미국 내 한인 및 아시안 커뮤니티의 노인문제에 대해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특히 조회장은 미동부 일대의 한인 및 아시안 노인문제 전문가로 주저 없이 손꼽히며, 교수로 재임한 지 6년 만에 30대 한인여성 교수로는 드물게 대학 측으로부터 종신교수 승인 심사를 받고 있을 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조회장은 "지난 2007년부터 한미정신건강협회의 일원으로 함께하며 비로소 한인사회 노인문제를 직접 피부로 느끼고 인식하게 됐다"며 "주로 언어와 문화에서 오는 괴리감으로 가족들에게 마저도 소외감을 느끼는 한인 노인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이고 시스템화 된 사회적 후원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조회장의 1차적인 목표는 뉴욕일원 한인 및 아시안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노인문제 사례연구에 집중해 분석 가능한 실증적인 데이터를 쌓아가는 것이다.
"아직 한인이나 아시안 노인들의 특수성이나 문제점을 파악하기에 자료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조회장은 "정부차원의 소수계 노인 정책개선을 구체화시키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의 풍부한 데이터 마련이 가장 시급하다"며 "학자의 위치에서 노인문제 해결을 위해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초부터 한미정신협회를 이끌며 보다 시야를 넓힌 조회장은 한인사회 정신건강 인식 개선을 위한 활동도 적극 펼쳐나갈 예정이다. 조 회장은 "최근 한인사회에서도 정신건강에 대한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거부감도 존재한다"며 "이를 우리 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이슈와 주제로 풀어내 누구나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마련해 청소년 왕따 문제나 성인 우울증 등을 노인문제와 함께 다룰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회장은 한인 1.5·2세로 이어지는 세대교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차세대 정신건강 전문인들의 네크웍 강화에도 보다 힘쓸 예정이다. 조 회장은 "이제 젊은 인력들을 통해 보다 활기차게 주류사회 전체로 뻗어 나가야 할 때"라며 "적극적인 활동으로 한인사회의 노인, 청소년 문제 등 가족관계 개선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천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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