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통절함을 말해 무엇하랴. 배의 선장, 선원들, 선주, 회사, 경찰, 공무원들 모두가 몹시 중대한 잘못들을 저질렀다. 그 잘못들이 한데 뭉쳐 수많은 사람들을 수장시켰다. 살아남은 자들도 일상으로 돌아가기가 힘들다. 달나라도 가는 세상에 배 한척 끌어올리는 일이 이리도 힘든건지 이해할수도 없다.
자식을 먼저 보낸, 그것도 차가운 물 속에서 고통스런 마지막 숨을 거두었을 아들, 딸들을 목놓아 부르는 부모들의 피 토하는 심정에 누가 감히 위로의 말조차 던질 수 있으랴. 만약 내게 그러한 일이 벌어진다면 나는 내 인생이 끝나버린 것처럼 여겨졌을지도 모른다. 같이 물에 뛰어들거나 실성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은 하늘이 거두어 가는 것. 어떠한 경우의 죽음이든, 자살조차도 하늘이 하는 일이다. 태어남이 원하든 원치 않든 하늘이 하듯이. 인생이 고통 속에 있을 때 우린 태어남을 탓한다. 하지만 태어난 것을 돌이킬 수가 없다. 죽음도 마찬가지. 아무리 탓을 해도 되돌릴 수는 없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은 각자 책임을 짐으로써 마무리할 수 밖에 없다. 책임을 진다는 것은 물러나는것이 아니라 각 요소 요소의 사람, 기관이 자기 잘못을 시인하고 진심으로 반성하는 일이며 다시는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각자의 맡은바 일을 충실히 수행하는 일일게다. 나를 뺀 누군가를 가리키며 탓을 한다고 해결되는 일은 결코 없음을 우린 살면서 터득해나간다.
TV 에 즐겨보던 개그 프로그램이 있다. 그런데 세월호 사건이 나고 약 한달간은 다른 프로그램들과 마찬가지로 방영이 되지 않았다. 애도기간이므로 그렇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머지않아 다른 프로그램들이 모두 돌아왔는데도 그 프로그램만은 계속 결방이다. 다같이 웃지말자는 것까지는 좋은데 난 그 프로그램에 나오는 개그맨들이 슬그머니걱정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대부분 개그맨들의 생활이 어려운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한달이 넘도록 생활비를 벌지 못하는 그들은 어떻게 지내는걸까. 그들에게도 부양하는 가족들이 있을텐데… 아니나 다를까, 팽목항 인근 장사하는 사람들이 생계가 어려워진다는 기사가 나온다. 그들은 감히 입도 뻥끗할 수가 없다. 너무나 큰 슬픔을 당한 사람들 앞에서 밥 못먹는거 타령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정이 많다. 그러나 때로는 지나치다. 단체적 정서, 분위기를 고려하는 것은 좋은 일이나 정이란 강요될 수는 없는 것. 한국인의 피가 흐르면 모두 내 가족인양 여기는 습성은 때로 서로를 난처하게 만들기도 한다. 국위선양이라도 한다치면 그 사람이 한국적을 가졌든 타국적을 가졌든 한인의 피만 조금이라도 흐른다면 무조건 내 딸이요 내 아들이다. 개인의 성취와 영달을 위해 천문학적 보수를 받고 외국에서 뛰는 선수들도 모두 한국의 장한 아들 딸들이다. 그들의 피나는 노력이 온전히 나라를 위해서만은 분명 아닐텐데 말이다.
잘되면 모두 내 가족, 잘못되면 모두가 남의 탓이다. 언론은 희생양이라도 만들어 모든 잘못을 덮어씌우고 대중은 모두 돌팔매를 시작한다. 나만이 선하다는 생각은 참 위험하다. 내가 그 배에 타고 있었다면 난 어찌 행동했을까. 아마 먼저 살겠다고 밀치고 짓밟고 했을지도 모른다. 난 그 배의 선원들보다 나은 도덕성을 가졌다고 감히 자부하지 못한다.
희생자 유가족들이 청와대로 달려가지 않아도 모든 부서의 담당자들이 자기가 해야할 맡은일에만이라도 책임을 다하는 것, 그러한 작은 책임들이 모여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되는 것, 더불어 희생자 유가족들이 청와대로 달려가는 대신 자기 안으로 들어가 이 일이 내게 일어난 이유를 묻고 삶과 죽음의 섭리에 순응하는 것만이 이 크나큰 상처를 아물게하는 처방일 것이다.
죽은 사람은 슬픔을 모른다. 슬픔은 산 사람들이 겪는 것, 그것은 온전히 산 사람의 몫이다. 어떠한 죽음이든 죽음 그 자체는 누구의, 어떤 것의 탓도 아니다. 단지 하늘이 하는 일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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