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시즌이었다. 대부분의 대학교 졸업식들은 5월 중순에 이미 끝났고 몇주 뒤 고등학교 졸업식들이 진행됐었다. 나도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긴장감을 놓으면 안되는 한학기가 남았기 때문에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대학 졸업식 사진들을 봐도 아직은 감정에 젖지 않는다.
대신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의 졸업식 사진들을 보니 괜히 울컥한다. 3년전에 떠난 곳인데도 말이다. 남부 시골동네에 있는 에쉬빌 고등학교는 나에게 학교 이상의 존재이다. 아는 사람이 한명도 없는 낯선 동네였고, 낯가림이 심한 나에게 기숙사 학교는 꽤나 부담스러운 장소였다. 전교생이 300명 밖에 되지 않는 작은 학교였고 산이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곳이였다. 물론 대학입시라는 거대한 목표를 늘 생각하며 살았던 학교이기 때문에 늘 즐거운 학교생활을 했다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대학교에 합격한 후 졸업을 앞둔 시기에 4년동안의 고등학교 생활을 돌이켜 보니 그 학교는 무언가 설명하기 힘든 비현실적인 공간이였다는 것을 깨닭았다. 나는 4년 동안 그 학교에서 나름대로의 가치관을 형성하였고 나에게 큰 영향을 끼친 선생님들도 만났다. 같은 기숙사 건물에 사는 선생님과 가족들이 있었고, 어린 아이 처럼 칭얼대고 싶을 때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어드바이저도 있었다. 같은 스케줄, 같은 학교활동 그리고 비슷한 목표를 삼은 친구들과는 고등학교 4년 동안의 생활 자체가 공통점이였고 그랬기 때문에 그곳에서는 늘 혼자가 아닌 모두가 큰 커뮤니티에 있는 공동체 의식이 늘 존재했다.
고등학교 졸업식을 앞두고 거의 일주일 전부터 나는 매일밤 울었었다.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떠나야 한다는 것도 슬펐지만, 그 곳에서 학생으로써, 공동체의 하나로써의 시간이 끝난다는게 감당하기 힘들었다. 처음으로 해보는 끝맺음이였다. 어릴 때 부터 거의 매년 학교를 옮기다 처음으로 입학과 졸업을 한 학교였기 때문에 고등학교에서의 시간을 끝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어렵고 또 허무하고 외로웠다. 마치 그 동안의 시간들이 의미가 없었던 것 처럼. 정말 재밌는 소설 한편을 다 읽은 기분이였다. 이 공간을 떠나게 되는 사실 때문에 어쩌면 나는 단 한번도 이 학교의 일부가 아닌 남들의 세계를 관찰한 독자인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 시기에 학교 선생님이 또 다른 시작을 위해 필요한 끝맺음을 너무 두려워하거나 슬퍼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에 적응하자 그 끝맺음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느끼게 되었다. 몇 개월 후면 3년 넘게 몸 담았던 학교를 떠나야 한다. 분명히 4년 전처럼 마음이 허전할 수도 있고 또 졸업 후의 삶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매일밤 울 수도 있다. 하지만 괜찮다. 끝맺음을 할 줄 알아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당연하지만 또 쉽게 받아드릴 수 없는 이 사실에 점점 믿음을 갖고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