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사망원인 중에 심장병에 의한 사망이 제일 많다. 심장은 펌프역할을 해주는 근육, 심방과 심실사이의 밸브, 전기를 일으키고 전달하는 특수 섬유질로 되어있다. 의학이 발달하여 인공밸브, 심장박동 조절장치, 심장 혈관수술 등이 쓰이고 있지만, 심장근육이 심하게 약화된 경우는 약물치료에 한계가 있어 심장 이식수술을 해야 한다.

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꼭 가보고 싶었던 그루트 슈어 병원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1967년 12월13일 크리스티안 버나드 심장전문의가 최초로 사람을 대상으로 심장이식을 한 병원이다.

가난한 목사의 가정에서 태어나 남아공에서 외과의사가 된 크리스티안 버나드는 미국 미네소타 대학에서 수학했다. 그리고는 남아공에서 세계 최초로 인간에게 심장이식을 시행하였다. 당시 의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는 거부반응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수술은 시기상조라는 것이었다.

반응이야 어쨌든, 버나드 박사는 ‘최초’라는 프리미엄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25세 여자의 심장을 이식 받은 55세의 남자 환자는 수술 2주후에 폐렴으로 사망하였다. 그럼에도 버나드 박사는 명사가 되어 있었다. 미국에 와서 방송에 출연하고, 존슨 당시 대통령을 만나고, 비틀즈만큼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타임지의 표지모델이 되었고, 언론은 1968년을 ‘이식의 해’로 명명하였다.

이후 세계 여러 곳에서 12개월 동안 101회의 심장이식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심장의 면역거부 반응으로 일년 가까이 생존한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었다. 그런 중에도 버나드 박사와 소수의 의사들은 심장이식을 계속 수행하였다. 1980년이 되어서야 면역억제제 사이클로스포린의 등장으로 이식수술의 결과는 좋아졌다.

‘최초’라는 타이틀로 버나드 박사는 명성과 부를 동시에 얻게 되었다. 그러나 화려한 성공 은 가정의 파탄을 가져와 첫째 부인과 두 자녀를 낳고 헤어졌다. 이혼한 버나드 박사는 48세에 19살 난 상속녀와 재혼 하였다. 그리고는 12년 살다 다시 이혼하고, 66세 때 젊은 모델과 세번째 결혼하였다. 하지만 이 결혼도 12년 후인 2000년에 이혼으로 마감하였다.

그 이듬해 그는 심한 천식으로 죽었는데, 부인들이나 자녀들 한명 없이 외롭게 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단히 성공한 의사였지만 인간적으로는 평탄치 못한 삶이었다.

케이프타운에 있는 심장이식 박물관에서 천재 의사의 앞서 갔던 생각과 용기, 업적에 감탄하였다. 한편 부와 명성 이후의 삶을 보면서 “성공은 외부적인 성취만이 아니라 마음속의 만족과 행복감으로 결정되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능력 있고 유명했던 그의 마음 한구석은 텅 비어있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그는 이식을 받기 위해 심장을 떼어낸 환자 가슴의 빈 공간을 보며 한없는 고독과 외로움을 느꼈다고 했다. 심장이 뛰고 있어야 할 자리가 텅 비어있는 것을 볼 때의 공허함 … 그는 빈자리를 여자들로 채우려 하지 않았나 상상해 본다.

영어에서 심장과 마음은 같은 단어를 쓴다. 우리의 심장이나 마음은 너무나 커서 이 땅의 어떤 것으로도 채워질 수가 없는 게 아닐까. 마음은 채우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며 나누어 주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이 땅을 떠나면서 심장을 누군가에게 주고 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심장도 오래지 않아 멈추게 된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은 사랑하는 이들에게 영원히 주고 갈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