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크라멘토 수도장로교회 담임본질이 현상을 앞선다는 것은 기독교 신앙만이 아니라 모든 종교와 철학 사상들에서도 동일하게 통하는 일반적 진리이다. 하지만 그 본질이 현상을 떠나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눈에 보이지 않는 본질이 눈에 보이는 현상과 격리된 것이라면, 그것은 이원론적인 세계관이 되어 내 현실적인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없게 된다.
삶의 영향권 내로 들어오지 않는 본질이 그 무슨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 그래서 기독교가 어떤 관념이나 사색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으며, 특히 기독교의 경전인 성경의 모든 내용들이 우리가 보고 만지는 세상의 역사 속에서 일어났다는 점은 기독교의 이러한 특성을 잘 드러내 준다.
하지만 이 점이 오히려 나의 신앙을 확립시키는 데에 방해를 했던 적이 있었다. 구약성경 열왕기서를 읽을 때였다. 구약 이스라엘의 수많은 왕들의 이야기를 접하며, 이런 이야기들이 굳이 성경의 지면을 할애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싶었다. 가만 보면 다 세속전인 정치 이야기들인데, 도대체 이런 데서 뭘 건지라는 말일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물론 후에 성경의 기록 목적이 정치적 역사에 대한 고발 자체에 있지 않음을 배운 후에 생각이 달라졌지만 말이다.
말하고 싶은 건, 기독교 신앙이라는 게 우리의 현실을 떠난 주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기독교 신앙은 세상을 떠나 산 속으로 은둔해 버리지 않는다. 세상 ‘속’의 주제다. 그래서 그 안엔, 우리의 경제 문제, 정치 문제, 관계의 문제, 그리고 가정의 문제들이 다 있다. 다만 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난 하나님의 사랑과 구원이 그 현실적 영역들에서 얼마만큼 위대한 영향력을 미치는가에 초점을 잘 맞추면 그만일 것이다.
요새 사역하는 교회에 갑작스럽게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어제까지도 건강하게만 보이던 분들이 병원 한 번 다녀오더니 암 환자가 되었다. 어떤 다른 질병보다도 암만큼은 여전히 우리의 마음과 육체를 뒤흔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선지 목회자로서, 건강과 죽음이라는 ‘현실’과 신앙과 종교라는 ‘가치’ 사이에서 오가는 긴밀한 관계성을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평소에 아끼고 사랑하던 그들 아닌가? 그런데 그들이 질병이라는 매우 현실적인 아픔에 직면해 있다. 이럴 때 내가 믿는 하나님은 내게, 그리고 그들에게 어떻게 다가오시는가, 이런 실존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신앙적 실용주의를 가슴에 품고 사역했던 야고보 사도의 마지막 명령을 되새겨 본다. “너희 중에 병든 자가 있느냐? 그는 교회의 장로들을 청할 것이요. 그들은 주의 이름으로 기름을 바르며 그를 위하여 기도할지니라!” 기도라는 가장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듯한 영적 행위를 질병이라는 가장 현실적인 주제 안으로 끌어들임으로써, 당면한 현실적 아픔들을 이기도록 그 길을 안내하는 사도의 마음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그래서 돌아오는 주일에 같이 기도하기로 했다. 믿음의 성도들이 이럴 때 할 수 있는 건 기도뿐이다. 바깥세상에서는 비현실적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신앙 세계에서 기도는 명백한 현실적인 사건이다. 기도는 이럴 때 그저 단순하게 할 수밖에 없는 우리 믿는 자들의 특유의 행동이다.
신앙인들에게 기도는 가장 수동적으로 보이나 가장 능동적인 행위이다. 사람들은 기도라는 것을 자기 스스로 할 수 없어서 마지막으로 하게 되는 최후통첩인 것으로 생각한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기도는 오히려 그 정반대의 의미를 지닌 일이다. 그런 통념은 대체로 기도를 어떤 ‘수동적’인 행위로 간주하는 데서 온 것이다. 기도는 수동적 포즈를 지닌 능동적 행위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주변에 아픈 자들이 있는가? 주변에 고난당하는 자들이 있는가? 그들을 위해 기도하라. 이것만이 지금 이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능동적인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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