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한국 축구대표팀이 저조한 성적을 갖고 인천공항에 입국했다. 결과에 분노한 사람들이“한국 축구는 죽었다, 너 때문에 졌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선수단을 코너로 몰았다. 게다가 선수단을 향하여 호박엿 세례까지 퍼부었다. 중동국가에서 극단의 모욕을 줄 때에 신발을 던지듯이, 한국에서의 엿 세례는 수치와 굴욕을 상징한다. 엿 세례를 받으며 죄인된 표정으로 말없이 서있는 대표팀 사진을 보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성경에 보면 그리스도의 산상설교중에“판단을 받지 아니하려거든 판단하지 말라”(마 7:1) 는 유명한 말씀이 나온다. 이 말씀은 얼핏 들으면 잘못과 실수 한 것이 있어도 가능한 다 덮어야 한다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자녀가 거짓말과 욕을 해도 판단 없이 넘어가야 한다면 이상하지 않은가? 따라서 이 말씀은 선과 악, 사실과 거짓, 아름다움과 추함과 같은 것을 보고도 아무런 분별과 생각 없이 넘어가야 한다는 의미는 분명 아니다. 사실 선과악, 사실과 거짓, 아름다움과 추함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이미 분별하는 것이다.
띠라서“판단하지 말라”의 초점이 정죄하지 말라는 데에 있다면, 결과만을 놓고 “너 때문이야”라는 정죄의 말이나 굴욕감을 주는 엿 세례를 퍼붓는 것은 파괴적 분노의 표출일뿐 옳고 그름에 대한 분별이라 볼 수 없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의 기대치가 과했을 수도 있다. 아무리 홍명보 감독이 사상 최초의 올림픽 동매달 신화를 만들었다고 해도, 그가 대표팀을 맡아 지도한지는 1년도 안된다. 그것도 월드컵 본선에 그야말로 턱걸이로 겨우 올라간 팀을 지도했다. 그런 팀을 짧은 시간에 월드컵 4강의 영광만을 기억하며 무조건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치다. 아시아 최강을 자부하는 일본은 4강을 넘어 우승까지 기대했지만 역시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하지만 일본팀은 환영은 받았어도 굴욕의 화살을 받았다는 소식은 없다. 그런 것들을 참고한다면 한국인의 결과에 의한 매몰찬 비난 증상은 다시한번 생각해 볼일이다.
진부할지 모르지만“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결과 중심적 문화로 가득한 세상에서 쉽게 수용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 가운데 그 누구도 완벽할 수 없다. 우리 모두는 실패하고 실수한다. 때로는 돌이킬 수 없는 잘못에 빠진다. 하지만 우리는 또한 남다른 능력이 있다. 그래서 최고를 추구하고 아름다움을 열망한다. 남을 비난하는 자체가 최고와 아름다움을 누리고자 하는 열망의 반영일수도 있다. 우리 속에 하나님의 선하고 아름다운 흔적이 남아있다는 증거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우리 모두는 사랑과 격려와 위로를 받아 마땅한 존귀한 존지이지 비난과 미움의 대상은 아니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룰 때 한국인들은 기적을 이루었다며 흥분하고 환호했다. 그때 한국팀은 실제로 4강의 결과를 낼만큼 기술과 체력에서 최고였다. 그런 기초 속에 이루어진 경기는 아름다왔다. 3-4위 전에서 월드컵 사상 11초만에 한 골을 먹는 기록을 남겼어도, 경기 후 상대팀 터키 선수들과 어깨동무하며 서로 끌어 앉는 장면은 감동이었다. 스포츠가 주는 환희다. 그런 것들을 다시 꿈꾼다. 그렇다면 그것을 갖기 위해서 비난과 정죄보다는 현실파악과 과정에 대한 명확한 분별력이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 과정 속의 옳고 그름과 구조적 모순등을 점검해 차근차근 최고를 만들어갈 일이다. 사랑과 격려를 통해서.
“한국 축구는 미래가 있다. 당신들 때문에 즐거웠습니다. 시간 되시면 삼계탕 끓여 드릴테니 와서 드시지요."아자 아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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