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항상 “아니오! 목회만큼 재미있는 것이 없지요!”하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목회가 어렵다는 생각을 합니다. 목회는 예수님의 제자를 만드는 일이고, 예수님의 제자들은 사랑과 용서를 실천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더욱 깊이 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지난 2월에 성지 순례를 다녀오고 나서 우리 교인들이 요즘 저한데 그런 인사를 합니다. “Pastor Lee, I am glad that you are not in the Holy Land now.” (이목사님, 지금 목사님이 성지에 계시지 않기를 얼마나 다행으로 생각하는 지 모릅니다).
제가 지금 성지에 가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서로 용서하고 사랑하라고 하면 맞아 죽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의 길 (비아 돌로로사)에서 경험한 것이 그것입니다. 창녀를 용서하고 세리를 용서하고 로마인들을 용서하고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는 말씀을 실천하셨던 주님은 율법으로 처단하고 복수해야 한다고 믿는 바리새인들과 로마인들에게 죽임을 당하신 것입니다.
제가 지금 덴마크에 가서 러시아를 용서하라고 해도 언론의 집중 포화를 당할 것입니다. 유가족들은 저를 러시아 스파이라고 할지도 모릅니다. 제가 한국에 가서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다 용서하고 이제 사랑하자고 하면 한국의 입국이 영원히 금지될 지도 모릅니다. 제가 미국에 있는 동안 구원파에 포섭되었다고 하는 소문이 나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런데 성경을 아무리 수백번 읽어 보아도 핵심은 “용서와 사랑”입니다. 우리가 죄인되었을 때에 죄없는 하나님이 인간의 몸으로 내려 오셔서 우리 죄를 위해 대신 죽으시고 우리가 의인으로 여김을 당하게 되었고 이제 하나님의 영원한 사랑의 나라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것이 복음입니다.
그런데 내가 용서받고 구원받은 것은 감격할 일이지만, 다른 사람이 용서받고 구원받는다는 것은 이상하게 배가 아프고 가슴이 쓰리고 용납하지 못할 일처럼 느껴집니다. 모래알이나 바위나 물에 가라앉기는 마찬가지인데, 평생 한 번 거짓말한 죄나 유대인을 육백만명 학살한 죄가 하나님 앞에서는 같은 죄라고 하면 우리들의 정의의 감각이 허용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내 죄는 용서받을만하지만 저 사람 죄는 용서받아서도 안되고 용서받을 수도 없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그래서 목회가 어렵습니다. 부모에게 자식을 용서하라고 하면, “목사님이 직접 그 녀석을 겪어보지 안아서 그렇습니다!”하고 자식에게 부모를 용서하라고 하면 “부모때문에 망가진 내 인생 돌려주세요!”하고 외칩니다. 남편과 아내에게 배우자를 용서하라고 하면 “자다가도 벌떡일어나 이가 갈리는 이 심정 아세요?”하고 반문합니다. 개인이나 국가나 용서하고 사랑하는 것이 다 같이 사는 길인데, 이것을 외치는 저만 이상한 사람이 됩니다. 그래서 목회가 어렵습니다.
교회 안에서 점잖은 교인들과 예배 드리고 성경 공부하고 친교하고 심방하고 전도 다니고 선교하고 다니는 일처럼 보람있고 신나고 재미있는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상처받고 원망의 포로가 된 개인들과 국가들의 그 아픔의 무게를 알면서도 용서를 권하고 용서를 선포하고 사랑을 제안하는 일만큼 마음 무겁고 힘든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이 목회의 핵심이라고 믿게 되었기에 참 목회가 어렵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기도합니다. “하나님, 이 갈등과 미움의 현실에서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고 용서하는 넉넉한 마음을 우선 제게 주시고, 그리고 그것을 제가 만나는 모든 분들에게 나눌 수 있게 도와주세요.” 이것이 오늘도 제 기도입니다. 성령님의 기름 부으심이 없이는 이런 일이 가능하지 않음을 알기에 오늘도 온 세상의 모든 교회들과 성도님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사랑과 용서의 영이 이 땅에 충만하기를, 그리고 평화와 기쁨이 모든 이의 가슴을 채우기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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