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10일 이틀에 걸쳐 애증의 친구이자 동지인 전두환(사진)·노태우 전 대통령이 모처럼 만났다. 사진은 2008년도 어느 결혼식에서의 모습.
애증의 친구이자 동지인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이 모처럼 만났다. 전두환(83) 전 대통령이 지난 9일과 10일 이틀에 걸쳐 10년 넘게 투병 중인 노태우(82) 전 대통령을 찾아 문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두 사람이 빚어낸 60년 애증 관계에 세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육군사관학교 동기인 두 사람은 1979년 박정희 대통령 서거 이후 쿠데타를 일으켜 5공 정권을 함께 세운 동지이지만 노태우 정부가 출범한 뒤 5공과의 차별화 작업이 진행되면서 서로 불편한 관계가 됐다.
전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전 전 대통령이 지난 9일과 10일 예정에 없이 경호하는 직원들만 대동한 채 노 전 대통령 자택을 방문했다"면서 "그동안 여러 차례 방문하려 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다가 더 늦기 전에 찾아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은 두 날 각각 1시간 가까이 머물며 누워 있던 노 전 대통령에게 "나를 알아 보겠느냐"고 말을 걸었고,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알아보겠으면 눈을 깜박여 달라"고 하자 눈을 깜박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전립선암 수술을 받은 후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으며, 현재는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로 자택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이다.
전 전 대통령은 그동안 수차례 서울 연희동 한동네에 사는 노 전 대통령의 병문안을 하려 했으나 노 전 대통령 측에서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사양했다고 한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82세로 고령인 데다 10여 년 투병 생활을 했기 때문에 "더는 미루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고 전 전 대통령 측은 설명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5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사람은 그 해 입교한 육군사관학교 11기 동기 동창으로 절친한 친구였으며, 1955년 육군 소위로 나란히 임관하면서 군인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육사 시절부터 같은 고향인 영남권 생도들을 중심으로 오성회라는 조직을 만들었는데, 이 모임은 그 뒤 후배들에게까지 되물림되면서 군과 정권을 흔들었던 사조직인 ‘하나회’의 모태가 된다.
두 사람은 1979년 12·12 쿠데타와 5·17 쿠데타를 함께 주도했다. 이어 출범한 5공 전두환 정권에서 전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은 늘 ‘동지’ 관계를 유지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체육부장관과 내무부장관, 민정당 대표 등을 역임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집권 이후 5공 청산 과정에서 전 전 대통령이 백담사로 쫓겨가는 등의 일이 벌어지면서 두 사람 사이가 틀어졌다. 당시 전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에게 인간적 배신감과 모멸감을 심하게 느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원해진 두 사람은 김영삼 정부 당시인 1995년 쿠데타 및 비자금 혐의 등으로 나란히 죄수복을 입었다가 출감했다. 두 사람은 이처럼 동변상련을 겪은 뒤에도 앙금을 풀지 않은 채 지내 왔었다.
이번 병문안과 관련해 전 전 대통령 측근은 "전 전 대통령이 마음을 열고 노 전 대통령을 만나려고 했지만 노 전 대통령 측에서 사양해왔다"며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투병 상태여서 세월이 가면 갈수록 나빠질까 우려해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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