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신문이 주목하게 된 한인사회 이슈
가을 선거는 한인 정치력 강화의 기회로
워싱턴 포스트가 지난 19일 올 가을 선거에서 당선되면 동해병기 결의안을 제출하겠다고 한인사회에 약속하는 정치인들의 행태를 ‘선거철 영합주의’라고 비난하는 사설을 게재했다.
전체적으로 사설은 표를 얻을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하는 정치인들의 잘못된 면모를 꼬집으며 ‘남의 나라의 역사 분쟁에 지나치게 개입하지 말라’는, 사뭇 정당해 보이는 주장을 싣고 있었다. ‘팬더링(Pandering)’이라는 말이 사전적으로 ‘나쁜 일을 방조하다’, ‘선동하다’ 는 등의 부정적인 뜻을 갖고 있기에 꾸지람을 듣는 정치인들의 반대편에 서있는 한인들도 같은 매를 맞았다고 볼 수 있지만 논조는 그럴듯해 보였다.
한인이라면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다수는 ‘신문이 다 그런 거지’ 하고 넘어갔다.
허나 최근 포스트 사설에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한인들이 없지 않아 의외라는 느낌이다. 특히 그들 중에는 한인사회를 잘 알고 동해병기 과정을 잘 아는 이들도 있어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들의 태도는 쉽게 표현하자면 골목대장의 주먹과 엄포가 무서워 숨어 다니는 동네 꼬마와 같은 것이다.
이 기회에 몇 가지 잘못된 우려와 오해를 지적했으면 한다.
우선은 한인사회에 남아 있는 피해의식, 약자의식이다. 큰 신문이 사설에서 한인사회와 관계된 일로 미 정치인들을 비난했다 해서 도대체 걱정할 게 무언가?
앞으로는 지역 정치인들이 한인사회 이슈들에 대해 몸을 사릴 것이라는 염려는 지나친 기우에 불과하다. 정치인들은 지역 주민들의 필요에 항상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옳고 그름, 정치적 판단또한 그들의 몫 일 뿐이다.
잃은 건 아무 것도 없다. 앞으로도 그렇다. 유권자들의 힘의 풍향에 좌우되는 것이 정치라고 본다면 워싱턴 한인사회는 지역을 대표하는 신문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커뮤니티가 됐다는 것을 이번에 입증했다. 그렇다면 포스트의 사설은 오히려 반가운 일이다. 한인들은 스스로가 얼마나 컸는지 아직도 모르고 있다.
또 하나는 동해병기 캠페인이 부수적으로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효과들이다. 먼저 우리는 로비하고, 싸우고, 협상하는 기술을 배웠다. 도저히 넘어뜨릴 수 없어 보이는 상대를 제압하며 큰 자신감을 얻었다. 다시 말해 한인사회의 정치력은 몇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모멘텀을 잡은 것이다.
올 가을 선거는 그러한 기술들을 총정리하고 시스템화해서 필살의 무기로 만드는 시험대가 되어야 한다. 한인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풀뿌리 시민운동’은 성공한 동해병기 캠페인이 한 계기였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동해병기 캠페인은 더 확산돼야 한다. 미국 내 한인 자녀들에게 바른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는 당위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미주 한인사는 점점 더 통합되고 보다 뚜렷한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다. 산술적으로 계산할 수 없는 엄청난 정신적 자산들이다.
캠페인이 어떤 가시적인 결과를 가져오느냐,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는 부질없는 논란이다. 한인들은 ‘동해’를 찾아가는 여행에서 뜻밖에도 ‘자랑스러워 보이는 나’를 만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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