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꿈이 뭐니 혹은 커서 무엇이 되고 싶니라는 질문을 받으면 알고 있는 직업을 모조리 손가락으로 꼽아 보지만 아직도 손가락 몇 개가 펼쳐진 채로 남아있던 때가 있었다. 그 시절 꿈이란 큰 소리내어 말하면 언젠가는 현실화 되어지고야 마는, 언제나 내 손 안에 들어 있어서 크게 마음쓰지 않아도 내가 사용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것 쯤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어린 시절의 꿈이란 막연한 희망이었고 굳이 단어로 표현해 보자면 찬란했고 색깔로 표현해 보자면 무지개빛이였다. 하지만 성장 과정을 통해 꿈과 직업이 늘 함께 갈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힘든 시간을 겪게 되었고, 꿈이니 성장이니 하는 단어들이 주던 설램이 시큰둥해지는 씁쓸함도 알게 되었고, 꿈을 꾸는 일이 어쩌면 철없는 일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기에 이르렀다.
많은 이들이 해보고 싶은 일이 있지만 경제적 보상이 따르지 않는 꿈은 현실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내면의 소리에 막혀 도전하기를 주춤하게 된다. 치열한 경쟁을 지금 시작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는 스스로 정해놓은 한계 앞에서 머뭇거리기도 한다.
너는 안될꺼야, 네가 그렇지 머, 그러게 할 수 있을 때 잘해보지 등등 이런 저런 내면의 쓴소리에 풀이 꺽이기도 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던 스스로의 꿈과 미래에 대한 대답을 찾지 못하는 것을 답답해 하고 열심히 산 것 같지 않아 스스로에게 미안해하기도한다.
나이때문에 환경때문에 여러가지 이유때문에 꿈이 없는 척, 꿈을 포기했지만 괜찮은 척 살아가보려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살아가는 일은 쉽지가 않다. 우리가 지고 있는 꿈의 무게는 나이가 들수록 환경이 척박해 질수록 솜덩이가 물을 먹어 무게를 더하듯 무게를 더해 자신의 존재를 잊지 말라고 끊임없이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이십대를 지나 삼십대를 거의 다 지나가고 있는 나도 여전히 무엇이 되고 싶다. 갈등하고 있지만 여전히 꿈을 꾼다. 꿈의 무게가 여전히 느껴진다.
어느 순간에 이르니 꿈의 무게를 짊어지고 다니기만 하는 것은 벅차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꿈이란 짊어지고 다니라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루어 보라고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꿈의 무게를 걷어내는 방법은 내 현실 세계를 뚫고 나가 현실과 꿈의 세계의 경계를 허물어 내는 것이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 중에 나오는 구절이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태어나려는 자는 지금 세계를 허물어야한다. 변화없이 지금 세계에서 안주하면서 꾸는 꿈은 몽상에 그치게 될 공산이 크다.
알의 저 편에 있는 꿈의 세계를 현실의 세계로 전환시키기 위해서 반드시 나의 현실과 나의 꿈을 가르고 있는 알껍질을 깨야만 한다. 그럴때야 비로소 꿈이 현실이 되고 현실이 꿈이 될 수 있다. 내면의 소리에 맞서고 스스로를 향하는 의구심에서 벗어나는 일은 새가 알을 깨고 세상으로 나올 때 드는 노력, 즉 생명이 탄생할 때 드는 노력만큼이나 힘이 드는 일이다.
하지만 힘이 약하다고 새가 알 속에 머물러 있다가는 세상 밖에 나와보지도 못하고 알이 썩어 버리고야 마는 것과 같이, 힘들다고 부정적인 내면의 소리에 발목이 잡혀 멈춰있다가는 몽상만 하다 현실마저 불행해 질 수 있다. 꿈의 무게가 느껴진다면 아직은 도전을 멈춰서는 안된다.
껍데기를 깨고 그 다음 세상으로 나아가 꿈의 무게가 나를 떠나가는 순간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알을 깨고 나오는 힘이 나의 꿈을 들어올릴 수 있는 힘인 것이다. 꿈의 무게를 감당해 내는 일은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2030, 쉽지 않다고 힘들다고 멈춰있기에 우리는 참말로 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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