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매출의 85% 차지… 온라인 음원들 맥 못춰
▶ 일본의 보호주의 분위기에 소장품 선호 문화도 한몫
<도쿄> 전 세계적으로 음악 비즈니스는 다운로드와 스트리밍으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여전히 디스크가 왕이다. 최근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 일요일 오후, 9층짜리인 이곳의 타워레코드 대표적 매장은 코이누마 기미라키 같은 고객들로 북적였다. 디디 라몬 티셔츠를 입고 있던 23세의 엔지니어인 코이누마는 다른 나라의 23세 젊은이들과 달리 자신은 디지털 음원서비스에 별 관심이 없으며 디스크로 음악 듣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는 롤링스톤스의 클래식 ‘엑사일 온 메인 스트릿’과 최신 일본 팝 히트곡 모음 등 6장의 새로운 앨범을 보여주면서 “한 달에 보통 3장의 CD를 구입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분명 새로운 테크놀러지의 얼리 어댑터들로 넘쳐나는 나라들 가운데 하나이다. 하지만 CD에 대한 일본인들의 지속적 집착은 세계의 음악산업 추세와 동떨어진 기묘한 현상이다. 전 세계적으로 CD 판매는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여전히 음악산업 매출의 85%를 CD가 차지하고 있다. 온라인 스트리밍이 대세인 스웨덴 같은 나라들과는 대조적이다. 스웨덴의 CD 점유율은 20%도 채 되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큰 음악업체인 유니버설 뮤직그룹의 루시안 그레인지 회장은 “일본은 대단히 독특한 나라”라고 말했다. 이런 독특함은 음악업계의 우려를 자아낸다.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 음악시장인 일본의 CD판매 강세는 지난 10년 동안 하향세를 보여 왔으며 지난해에는 17%가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전 세계 음악시장은 매출은 3.9%가 떨어졌다.
일본 내의 디지털 매출 감소는 심각하다. 다른 나라들에서 디지털 매출이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일본의 디지털 매출은 2009년 10억달러에 지난해 4억달러로 급감했다. 이 때문에 일본시장의 추세를 반전시키는 것은 전체 음악업계의 숙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변화는 쉽지 않다. 일본과 서구의 음악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본 비즈니스계의 보호주의 분위기 때문에 디지털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눈이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음악업계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Spotify와 Rdio 같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일본시장 진입에 애를 먹고 있다. 가장 큰 업체인 Spotify는 일본의 음악업체들과 2년째 라이선스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일본에서는 국내 팝 아이돌들의 음악이 서양음악보다 훨씬 많이 팔린다.
Spotify의 콘텐츠 책임자인 켄 팍스는 협상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다른 나라들에서도 협상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전 세계 57개 시장에서 1,000만명의 고객을 갖고 있는 Spotify는 2011년 미국시장에 진입할 때도 2년의 협상과정을 거친바 있다. 팍스는 “결정권자들은 뭔가 다른 것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압박감을 느끼게 되면 그렇게 한다”며 “우리는 현재 일본에서 그런 시점에 가까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본시장의 CD을 지적하면서 회의론을 펴는 사람들도 있다. 일본에서 CD는 음반업계의 가장 큰 수입원이며 CD는 프로모션에 없어서는 안 될 도구가 되고 있다. 일본의 독특한 풍토도 이런 현상에 일조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일본인들의 소장품 애호이다. 에를 들어 그레이티스트 히트 앨범 같은 음반들은 아주 잘 팔린다.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걸그룹 AKB48은 콘서트티켓을 포함한 CD음반 판매라는 독특한 프로모션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CD에 콘서트티켓을 넣어 팔자 한 번에 여러 장의 CD를 구입하는 팬들이 많으며 이런 전략은 대단히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타워레코드는 2006년 89개의 미국 내 매장 문을 닫았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여전히 85개 매장이 영업 중이며 1년에 5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디지털 매출이 음반시장을 오래전에 추월했다. 그렇지만 CD는 아직까지 150억달러에 달하는 전 세계 음악시장의 41%를 차지한다. 일본뿐 아니라 독일 같은 큰 시장도 CD 점유율이 상당히 높다.
CD에 대한 일부국가들의 이런 선호는 일부 전문가들의 우려를 자아낸다. 온라인 음악의 보편화되지 못하고 그런 가운데 CD 판매가 하락하면 전체 음악시장이 타격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런던의 미디어 분석가인 앨리스 앤더스는 이런 위기감을 “일본이 훌쩍거리고 독일이 재치기를 하면 우리는 끝난다”고 표현했다.
일본의 독특한 비즈니스 생태는 CD의 수익성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해 왔다. 소매업체들에 대한 가격정책에 따라 새로운 CD들은 장 당 20달러 이상의 가격에 판매된다. 2000대 초반 레코초쿠라는 신생 다운로드 서비스가 광대한 일본 셀폰시장을 겨냥해 출범했지만 일본이 아이폰 같은 스마트폰 시장으로 옮겨가면서 사라졌다.
음악업계 관계자들은 일본 내의 가장 인기 있는 음악들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는 업체들이 새로운 서비스에 라이선스를 내주는 일에 너무 소극적인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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